‘풍기인견, 실향민의 절실함이 지어낸 선물’ 주제
풍기인견 관련 종사자 20명 구술 영상 ‘아카이빙’
전문교육 통해 지역최초 생활사 기록가 10명 양성도

지난해 6월부터 영주문화원(원장 김기진)이 진행한 ‘2023 디지털 생활사 아카이빙’ 사업이 막을 내렸다.

‘풍기인견, 실향민의 절실함이 지어낸 선물’이라는 주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고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추진한 이번 사업은 우리고장의 가치 있는 이야기를 주민들의 생애사를 통해 알아보고, 이를 기록해 의미 있는 자료로 활용, 홍보하기 위해 진행된 것이다.

사업을 통해 풍기인견의 다양한 분야에서 ‘생업과 경제활동’을 하는 전현직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내 인견 업계는 물론 지역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영주문화원이 2020년부터 영주 근현대역사문화 기록물 수집 보존과 DB 구축 사업을 통해 우리고장 전체의 지역문화자료 수집, 관리에 힘써 왔다면 이제는 지역민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영주를 기록하는 활동으로 범위를 넓혀 지역과 지역민들의 주체성을 회복하는 동시에 지역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사업이어서 의미가 크다.

풍기인견과 관련된 다양한 인물의 생애사

풍기인견은 1934년경부터 평남 덕천지방에서 명주공장을 설립해 운영하던 일부 월남인들이 1938년경 풍기 동부동에 40평 정도 공장 2동을 신축해 수족기 32대, 족답기 8대로 직조를 하던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6.25전쟁 이후 이북에서 직물공장을 경영하던 월남민들이 대거 풍기로 이주하면서 본격적인 가내공업으로 발전했고 이때부터 풍기를 대표하는 전통산업으로 자리잡고 현재까지 우리나라 인견직 최대 생산지역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특히 풍기인견은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을 받아 다른 지역에서는 ‘풍기인견’이라는 상표를 사용할 수 없어 유일무이한 지역 특산물로 가치가 높다.

이번 사업을 통해 풍기인견과 평생을 함께 한 사람들과 풍기인견으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추적해 고단하고 찬란했던 그들의 생애를 구술과 영상으로 기록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북한에서 월남해 풍기에 터를 잡고 인견을 시작한 1세대의 가업을 이어받아 풍기인견을 유지 발전시키는 직물공장 대표부터 풍기인견으로 디자인한 의류를 판매하거나 유통하고 있는 디자이너, 인견 매장을 운영하는 직원까지 풍기인견과 관련된 다양한 인물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생활사 구술자는 △김명자 하늘아카시아 대표 △김병열 전 대영직물 대표 △김정한 인견하우스 대표 △김정현 동명인견 대표 △김창섭 창성직물 대표 △김형동 전 풍기직물조합장 △남옥선 소백산천연염색협회 대표 △송세영 ㈜루디아 대표 △송종명 ㈜풍기인견편직 대표 △신승봉 실크로드 대표 △안인현 산들바람 부장 △유태순 ㈜삼화산업 마루미 풍기인견백화점 대표 △윤용채 신용직물 대표 △이기형 풍기인견 정경사 △이진주 풍기인견 이주여성 종사자 △이형근 산들바람 대표 △차대영 삼화직물 대표 △허영란 대광인견 대표 △홍승애 홍승애풍기인견 대표 △황미애 자닮갤러리 대표 등 20명이다.

구술자 20명
구술자 20명

영주 최초로 생활사 기록가 10명 탄생

이번 사업을 통해 영주 최초로 생활사 기록가를 양성하는 교육도 함께 진행됐다. 영주문화원은 지역공동체에 관심 있는 청년과 경력단절 여성, 일반 영주시민을 대상으로 기록가를 선발했다. 사업에 임하고자 하는 열정과 디지털 기록화를 목표로 하는 사업의 취지에 맞는 컴퓨터 활용 능력을 중점으로 10명의 기록가가 선발됐다.

본격적인 구술채록에 앞서 문화원은 기록가를 대상으로 지역전문가와 향토사학자를 초빙해 영주의 역사와 현재를 교육하는 시간을 가졌고, 풍기인견홍보전시관, 인견제직공장을 견학하며 기록가가 풍기인견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문화원 직원과 기록가 전원이 약 3개월에 걸쳐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관하는 전체교육에도 참석하며 생활사 기록가 교육이 진행됐다. 이 같은 전문교육을 통해 영주 최초로 생활사 기록가 10명이 탄생한 것이다.

교육 수료를 마친 기록가들은 1명당 구술자 2명을 담당해 구술면담이 진행됐다. 이러한 구성은 체계적인 구술자와의 대화를 통해 다양한 시점에서 생활사를 기록하기 위함이다. 면담은 1차와 2차로 나눠 각 구술자 당 약 4시간씩 진행됐다.

생활사 기록가들은 “구술 과정에서 구술자들의 다양한 경험과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태연 생활사 기록가는 “우리 주위에 늘 함께하고 있지만 채 관심 가지지 못한 다양한 지역 이야기들이 앞으로도 의미 있는 기록으로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배준우 생활사 기록가는 “이번 활동은 지역사회를 더 깊이 이해하고, 지역민의 삶에 공감하는 기회를 제공해 줘 나에게 소통, 협력, 그리고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와 깊은 경험을 선사해 줬다”고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구술 촬영 진행 모습
구술 촬영 진행 모습

면담내용과 과정 모두 영상으로 기록

면담 내용은 모두 영상으로 기록됐다. 면담 현장도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면담 촬영은 미래를 위한 소중한 자료를 생생하고 효과적으로 보존할 수 있게 했다. 영상은 구술자의 표정, 제스처, 목소리 등을 포착해 생동감 있고 다채로운 구술 내용을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담았다. 영상으로 기록된 내용은 기록가에 의해 꼼꼼하게 활자로도 남겨졌다.

이를 통해 영상에서 놓칠 수 있는 세부적인 내용도 빠짐없이 기록될 수 있었다. 또한 활자로 남긴 내용은 구술자의 생활사를 정확하게 담아내기 위해 오랜 기간 신중하게 작성됐다. 디지털화된 생활사가 더욱 신뢰성 있는 자료로 생산된 것이다. 영주문화원은 이 사업을 바탕으로 지난해 9월 열린 풍기인삼축제에 부스를 설치해 성과공유회를 갖기도 했다.

구술자와 관련된 인물들은 물론 많은 관광객과 우리 지역 주민들에게 풍기인견을 알리고 인견의 역사와 구술자의 진한 애환을 함께 할 수 있어 많은 호평을 받았다. 지역유일의 주간지인 영주시민신문과도 협조해 구술자의 이야기를 주 1회 특집기사로 게재해 지역민의 관심과 사업의 중요성을 홍보하기도 했다.

사업 담당자 김성길 주임은 “지난 사업 진행 기간을 톺아보니 힘들기도 했지만, 앞으로 이런 기회가 다시 생긴다면 놓치지 않고 다시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업의 성과를 모두 정리한 결과집 또한 단행본으로 발간됐다. 이 결과집은 사업의 전반적인 내용을 종합적으로 담아냈다. 기록가와 구술자 간의 상호작용은 물론 생활사 내용을 포함해 풍기인견의 과거와 현재를 담아냈고, 사업 담당자의 소회까지 수록돼 있다. 특히 사업 과정 속의 인간적인 면모도 함께 볼 수 있어 사업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용기와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지은 영주문화원 사무국장은 “이 결과집은 단순히 사업의 성과를 정리한 것에 그치지 않고, 구술자 당사자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전국의 지방 문화원 및 영주의 각 기관과 단체에 배포됐다”며 “이를 통해 사업의 성과는 물론 지역사와 풍기인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를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고 말했다.

성과자료집 단행본
성과자료집 단행본

지역사 보존 활성화 큰 성과

이번 디지털 생활사 아카이빙 사업은 지역사를 보존하고 활성화하는 데 큰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고장의 다양한 문화유산들을 디지털화하고 보존함으로써 이를 미래 세대에게 전달하는 기반을 마련했으며, 지역 주민들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사를 공동으로 관리하고 발전시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도 영주문화원은 이러한 노력을 지속해 지역사를 보존하고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기진 원장은 “지역문화원의 경쟁력과 강력한 힘은 지역사 기록과 구술에서 나온다”며 “영주문화원이 쌓아왔던 기록과 이번 사업을 통해 발굴한 구술 채록으로 인해 풍기인견을 재발견할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사업으로 만들어진 구술자의 면담 영상은 문화 포털 사이트 지역N문화(www.nculture.org)에서, 이번 사업을 정리한 다큐 영상은 영주TV 유튜브 채널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표서우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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