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현장에서 자부심 있게 ‘풍기인견’ 매력 알리다

영주문화원은 ‘풍기인견, 실향민의 절실함이 지어낸 선물’이라는 주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고 한국문화원연합회의 추진하는 ‘2023 디지털 생활사 아카이빙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역의 가치 있는 이야기를 주민들의 생애사를 통해 알아보고 이를 기록해 의미 있는 자료로 활용, 홍보하기 위함이다. 이에 본지는 영주문화원과 공동으로 풍기인견의 다양한 분야에서 생업과 경제활동을 하는 전현직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봉제와 자수, 인견 제품에 접목

인견 판매장서 고객들과 소통해

산들바람 안인현 부장
산들바람 안인현 부장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제일 즐겁죠. ‘나는 더위를 많이 타서 풍기인견이 여름에는 제일 좋아, 오늘 산들바람에서 예쁜 옷 많이 샀어’라고 할 때, 내가 오너는 아니지만, 풍기인견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해집니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너무 재밌어요”

풍기인견 매장인 ‘산들바람’에서 근무하는 안인현(60)씨는 충북 단양에서 태어났다. 결혼을 하면서 풍기로 이주하고 남편과 오랫동안 팬시가게를 함께 운영하다 우연한 기회에 풍기인견업체에 취업하게 됐다. 이후 지금까지 10여년 동안 풍기인견 판매직에 종사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아 지금은 산들바람에서 부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다.

취미생활로 배운 봉제와 프랑스자수를 인견제품에 접목시켜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도 하고 있으며, 밝은 에너지와 긍정적인 마인드, 따뜻한 성품으로 고객들과 소통하고 있다.

어린 시절의 기억들

인현씨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단양이 산골지역이라 생업이 논농사보다 밭농사가 많았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누에 키우기, 고추 따기, 감자와 고구마 캐기 등을 많이 하며 자랐다. 결혼 후 어느 날 어머니께 언니나 동생보다 유독 자신은 이런 일들을 더 많이 했던 이유를 물으니 일을 시키면 무엇이든 잘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학교를 갔다 오면 고구마 캐러 가고, 주말 때도 캐러 가고 그리고 누에도 키워봤어요. 어릴 때 누에가 커 가는 과정을 보고 그래서 지금 인견 관련 일하면서 손님들에게 설명을 좀 더 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려서 많이 봐오고 닥나무로 종이도 만드는 것을 봤던 인현씨는 펄프에서 어떻게 인견이 만들어지는지 설명할 기회가 되는 것도 어릴 때의 기억이 지금의 일을 하게 되면서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풍기인견을 알게 되기까지

결혼하고 풍기에 살면서 첫 아이를 낳았을 때만 해도 인현씨는 인견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다고 한다. 시아버지가 예전에 인견 직조공장과 염색을 하셨지만 인현씨가 결혼할 당시에는 하지 않아 가까이 접할 기회는 적었다. 하지만 시댁 집안이 모두 이북에서 내려와 다 인견업에 종사해 왔으며 사촌 형님은 공장에서 짜고 나온 자투리로 인현씨의 아이들 이불을 만들어주었다고 했다. 친척 중에는 현재도 공장과 제품매장을 운영하는 분들이 있다.

“그때만 해도 나염이라는 게 없었는데 무지로 이불을 만들어다 주셨어요. 그리고 제가 6월에 아기를 낳았는데 여름이라 한참 더울 날씨인데 아이도 아토피가 있어 천 기저귀를 빨아서 썼어요. 여행이나 친정에 갈 때, 외출할 때는 일회용 기저귀를 써도 되지만 아토피가 심해 사용을 못 했죠. 그런데 인견으로 만든 것을 갈아주면 아토피가 쏙 들어가는 거에요”

인견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된 인현씨는 인견을 덮어주고, 깔아주며 아이를 키웠다고 한다. 이후에도 사촌 형님은 실내복용으로 아이의 옷을 또 만들어 주었고 인현씨 부부에게도 잠잘 때 입으라며 인견 옷을 만들어줬다. 그때 인견을 접한 후 좋은 점도 알고, 어떤 것인지 알게 됐다. 무엇보다 아이가 아토피가 생기지 않아 너무 좋았다. 이후에 봉제를 배워 나중에 아이들한테 예쁜 옷을 많이 만들어 입혀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매장에서 가장 즐거운 일

인현씨는 인견제품을 판매할 때가 가장 즐겁다. 고객들과 만나면 “나는 이 집에 와서 이렇게 물건을 많이 사가”라고 말해주고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나누는 것이 너무 재밌다고 했다. 또 봉제를 배워 간단한 수선도 할 수 있을 때는 희열을 느낀다.

그녀가 일하는 ‘산들바람’은 외출복이 중점이다. 속옷, 이불 등 다양한 제품이 있지만 외출복이 주력 상품이다. 나염패턴이나 디자인, 소재를 보고 여러 곳을 둘러본 고객이나 도매업자들이 좀 더 괜찮다는 평을 해 준다고 했다.

제품 고를 때 팁, 판매 노하우

고객이 오면 인현씨는 일단 한 번 고객이 불편함 없도록 바라보다가 그 고객에게 맞거나 좋아할 만한 것을 살펴본다. 그러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보고 싶다고 말하면 진열된 상품들을 볼 수 있도록 권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런 후 고객의 의견을 먼저 존중해 주면서 입어볼 수 있도록 한 후에는 “이런 건 어떠세요?”라며 인현씨의 생각을 전하며 착용해 보길 권한다. 옷을 입어 본 고객은 만족감을 표했고 그 모습을 보며 인현씨는 고객에게 맞도록 해줄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렇게 한 후에는 고객이 또 말씀하세요. 다시 추천해 달라고요. 그래서 추천하면 괜찮아하시고 여러 벌의 옷을 입어보다 보면 구매가 이뤄지게 되죠. 처음에는 정말 블라우스 하나를 사러 오셨는데 ‘내가 이만큼 사네. 잘 권해줘서 많이 사가는 거야’라고 그랬을 때는 되게 기분이 좋아요”

인현씨는 인견은 걸려 있는 것과 직접 입어 봤을 때가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입어보지 않고 훑어보는 고객들에게 입어보라고 권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라며 차이가 크다고 강조했다.

고객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고객들은 인견 옷의 세탁법을 제일 많이 물어본다. 그러면 인현씨는 손빨래를 해서 일단 꼭 짜서 탁탁 털고 널어놓으면 좋다고 답한다. 간혹 손빨래한 후 그대로 걸어놓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이염될 수 있다고 했다. 인견이 물에 들어가면 약해지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세심하게 설명하며 판매하고 있다.

“요즘은 가공처리가 참 잘돼 있어 옛날처럼 구김도 많이 없어요. 굵은 주름이 안 가고 잘 펴져요. 옛날에는 어떻게 하면 꼬깃꼬깃했어요. 이제는 가공처리를 거쳐서 주름이 그렇게 안 가는데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은 옛날 생각을 해요. 그냥 탁탁 털어 널고 입으면 되고 외출할 때 다름질을 해주면 조금 더 폼나게 입을 수 있다고 말씀드려요”

인견의 가장 큰 매력

인견의 매력은 시원함이다. 시원하고 몸에 안 붙어서 착용감이 좋고 자연소재라 더욱 좋다. 어린아이들의 경우에는 움직임으로 땀이 많이 나는데 인견이 뭔지도 모르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이 인견 옷만 입혀달라고 말했다면서 인견 매장에 옷을 사러 온 엄마들의 말을 전했다.

“어린이집에 갔다 온 아이에게 입혀 주면 너무 좋아한대요. 그만큼 몸이 알아주는 거죠. 일단 인견은 몸에 안 붙고, 먼지나 머리카락 같은 것도 안 붙고, 정전기가 없고 그래서 아토피에도 좋아요”

인현씨는 침구류도 먼지가 나지 않고 정전기가 없으니 고객들에게 항상 겨울에도 인견패드를 사용하라고 권한다. 또 인견을 처음 대하는 고객에게는 인견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을 한 후 먼저 속옷을 착용해 보라고 권한다. 그리고 침구를 사용해 저녁에 잠을 자보라고 하면 나중에 그 고객은 인견에 반해서 왔다며 옷도 입어보고 실내복 등 여러 제품을 재구매했다.

남편, 손주와 함께 뜻깊은 시간을 보낸 모습이다
남편, 손주와 함께 뜻깊은 시간을 보낸 모습이다
김신영 생활사 기록가와 함께 사진 촬영하다
김신영 생활사 기록가와 함께 사진 촬영하다

성취감 느꼈던 순간

인현씨는 스스로 잘했다고 느낀 때가 모자를 만들었을 때라고 한다. 지금도 토시를 만들고 있는데 이 또한 잘한 일이며, 회사를 위해 자신이 기여할 수 있어 뿌듯한 마음이 들고 올겨울에도 열심히 만들 생각이라고 한다.

자수를 배웠던 인현씨는 인견 옷에 수를 놓아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완제품을 포장하기 전에 점검하면서 원단에 조금이라도 흠집이 난 것을 골라내는데 아깝더라고요. 제가 자수를 배우니까 가끔씩 B품에 수를 조금씩 놔봤어요. 정상제품으로 팔 수는 없어 가격을 조금 낮추어주면 사실 거냐고 물으니 서로 달라고 했어요”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면서 수를 놔 봤는데, 너무 좋다며 예쁘다고 다음에 와서 그 옷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 옷이 없으니 다른 옷에 수를 놓았다고 한다. 미미하게 흠이 난 옷이 새로운 상품이 되고 돈이 됐다. 인현씨 스스로 한 일에 물건이 잘 팔리니 성취감도 생겼다.

이루고 싶은 삶의 목표나 소망

만들고 수 놓는 것이 좋은 인현씨는 한 번씩 가볍게 커피, 차 한 잔을 할 수 있는 공방을 꿈꾼다. 그러나 지금 근무하고 있는 직장이 너무 좋고, 보람도 느끼며 즐겁게 일할 수 있어 할 수 있을 때까지 오랫동안 산들바람과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안인현씨는 “가족이 건강하게 살아가면 좋겠고, 시누이들이 너무 잘해주셔서 시간이 주어지면 같이 여행을 다니고 싶다”며 “아이들은 주어진 삶에서 열심히 살아갈 것이고, 남편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정리 김신영 생활사 기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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