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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 등대-이동순저녁 뱃고동 소리 들려오면가뜩이나 먹빛 바다 더욱 검어지네도째비골 언덕 아래로 채령이네 집모퉁이 돌아 논골 쪽으로 내려가면 석구네 집또 그 옆으로는 자야네 집어스름 속에서 등대는 슬픈 얼굴을 하고종일 뱃일하다 돌아온 남편과종일 오징어 배 따고 돌아온 아내가싸우는 소리를 듣네창백한 얼굴로 가슴 앓다혼자 먼 길 떠나간 지아비 생각하며이 밤도 등대 앞에 나온 젊은 여인의 한숨소리를 듣네오래된 공동묘지 옆에 우뚝 서서길 잃은 사람들의 앞을 밝혀 주던 묵호 등대도째비골 언덕길을 숨을 헐떡이며 걸어올라 간 적이 있다. 채령이네
권자미 시인의 시읽기
영주시민신문
2022.01.0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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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날 밤이 오면-김내식호롱불 심지 끝에하늘하늘 타는 불꽃뚫어진 문틈으로 들어 온황소바람에 흔들리고아랫목은 아이들 차지청솔가지 매운 연기에눈물짓는 어머니샛노란 주둥이 떠올리며새알 내알, 보글보글팥죽 끓는다윗목에 새끼 꼬던 아버지귀신이 싫어하는 붉은 죽을헛간, 굴뚝, 변소 간두루 다니며 뿌려액운을 몰아낸다날마다 먹는 죽밥 달라고 투정하면새알을 안 먹으면나이가 제자리라니호호 불어 식혀 먹는다하늘나라에 눈발이 흩날리고문풍지 부르르 떠는동짓날 밤이 오면산에 계신 우리 부모님더욱 그립다동지는 대설과 소한 사이에 있으며 태양의 황경이 270°
권자미 시인의 시읽기
영주시민신문
2022.01.0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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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자미 시인의 詩읽기[178] 뭐라고 해야 할까, 눈을-장철문눈이 내린다고 하면 안 될 것 같아눈은 가만가만 내려오기도 하고쑤 ㅡㄱ빨려가듯이 올라가기도 하고옆으로 밀리기도 하고어지러워어지러워소용돌이를 만들기도 하네눈을 뭐라고 해야 할까?눈이 왔다고 해야 할까,우리한테눈이 온다고 해야 할까,하늘에서 계속 내려오기도 하니까우리한테 와 있다고 해야 할까,지금 공중에서 놀기도 하고까불기도 하고땅에 내려앉아 가만가만 쌓이기도 하니까뭐라고 해야 할까,우리랑놀러 왔다고 해야 할까?뽀드, 뽀드,운동화랑 소리를 내면서 놀러왔다고 해야 할까?햇살에
권자미 시인의 시읽기
영주시민신문
2021.12.2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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喪家에 모인 구두들-유홍준저녁 喪家에 구두들이 모인다아무리 단정히 벗어놓아도문상을 하고 나면 흐트러져 있는 신발들젠장, 구두가 구두를짓밟는 게 사람이다밟히지 않는 건 亡者의 신발뿐이다정리가 되지 않는 喪家의 구두들이여저건 네 구두고저건 네 슬리퍼야돼지고기 삶는 마당 가에어울리지 않는 화환 몇 개 세워놓고봉투 받아라 봉투,화투짝처럼 배를 까뒤집는 구두들밤 깊어 헐렁한 구두 하나 아무렇게나 꿰 신고담장 가에 가서 오줌을 누면 보인다北天에 새로 생긴 신발자리 별 몇 개오래된 잡지를 뒤적거리다가 그 잡지에서 특집으로 다룬 시인의 대담과 그
권자미 시인의 시읽기
영주시민신문
2021.12.1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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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빼고-서봉교한 자루에 오십이만 원 하는 강냉이 작석作石을 하는데사십 키로 오백을 넣으란다실 중량은 40kg인데굳이 500g을 더 넣으라는 것은자루 무게 때문이란다자루가 끽 해봐야 50g인데 450g을 더 넣으면그 차액은 누가 챙기나칠십대 중반인 우리 아부지평생 농사짓고 살면서고추 팔 때도 콩을 팔 때도 들깨를 팔 때도피 값이라는 명목으로 준 500g 혹은 1kg들어디로 갔을까그 수많은 피, 피 값은40kg 500g도 훨씬 넘은 앉은뱅이 저울 위에서바가지로 강냉이를 덜어내는어머니를 향해아부지 또 후달구신다“아, 피 빼고, 피 빼고
권자미 시인의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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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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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늦가을-임길택산을 태우던 단풍잎들도 모두 떨어지고낙엽송만이 군데군데 노란 꽃 무더기저 건너 성호네 밭의 옥수수 가리햇살 아래 점점 맑아져 가는 공기를대추나무 위 까치는 어떻게 느낄까.염소들 푸른 기 남아 있는 풀들 보면목 늘이며 쫓아가려는 이 늦가을.서천에 붉은 달이 떴다. 잎 진 벚나무 빈 가지를 붙잡고 11월 보름달이 은밀히 월식을 치루고 있었다. 또깍, 손톱 깎기에서 도망쳐 어디로 튄 손톱 조각처럼 달이 조각나 있다.괜히 조심스러워져 발소리를 조심해서 걷는 저녁, 어쩌다 한 둘 남은 단풍진 잎이 가로등 불빛에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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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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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등-김사인귀 너머로 성근 머리칼 몇을 매만져두고천천히 점방 앞을천천히 놀이터 시소 옆을쓰레기통 고양이 곁을지난다 약간 굽은 등순한 등그 등에서는 어린 새도 다치지 않는다감도 떨어져터지지 않고 도르르 구른다남모르게 따뜻한 등업혀 가만히 자부럽고 싶은 등쓸쓸한 마음은 안으로 품고세상 쪽으로는 순한 언덕을 내어놓고천천히 걸어 조금씩 언덕을 내어놓고천천히 걸어 조금씩 잦아든다이윽고둥근 봉분 하나철 이른 눈도 내려서 가끔 쉬어가는둥글다는 것은 곡선, 곡선은 부드러움으로 이어진다. 부드러운 것은 자연스럽게 순한 것으로 이어진다. 둥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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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시민신문
2021.11.1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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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치 아지매-이성배사는 기 자갈밭에 딩구는 거 아이가오데 쉬운 길만 갈 수 있노내는 사람인데 우째 편케 살고 싶지 안컸노부모 복 없는 년은 서방 복도 없다 아이가원양어선 십년에 갑판장 되었다고그리 조타 써터마는그 해 태평양 물구신 되었다 아이가그게 다 내복인데 한탄하몬 뭐하노죽자 살자 살았다 아이가자슥들이라도 부모 탓 안해쓰몬 시퍼새백도 밤도 몰랐는기라그래도 삼시세끼 밥은 묵꼬 사니 그것도 오감치에미 고생한다고 쏙 안 써키고 커준 것만 해도 고마운기라있다고 다 잘사는 거 아이더라있는 집에 더 애가 만커라다 지 길이 있고 지 요량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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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시민신문
2021.11.1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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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주스-김상미나는 웃는다네가 멀리 떠나갔는데도나는 웃는다한낮이 너무 밝아서 웃고한밤중이 너무 깊어서 웃고헤어지고 만나는 시간의 날개들이너무 가벼워서 웃고타는 듯 입술이 메말라서 웃고가슴 한복판으로 날아온 그리움의 돌멩이가자꾸만 창가로 불러내어 웃고웃다가 웃고 웃다가 웃고이제는 아무것도,정말 아무것도 할 게 없어진내 방에 걸린네 사진처럼 웃고그 사진 속 어둠처럼깜깜한 웃음 주스를 마시며웃는다세상 살면서 목젖 보이도록 소리 내어 웃어 젖힐 일이 얼마나 많았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세상 살면서 웃지도 못할 만큼 심각한 일만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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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시민신문
2021.11.0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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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恨)박재삼감나무쯤 되랴서러운 노을빛으로 익어 가는내 마음 사랑의 열매가 달린 나무는!이것이 제대로 벋을 데는 저승밖에 없는 것 같고그것도 내 생각하던 사람의 등 뒤로 벋어가서그 사람의 머리 위에서나 마지막으로 휘드러질까 본데,그러나 그 사람이그 사람의 안마당에 심고 싶던느꺼운 열매가 될는지 몰라!새로 말하면 그 빛깔이전생(前生)의 내 전(全)설음이요 전(全)소망인 것을알아내기는 알아낼는지 몰라!아니, 그 사람도 이 세상을설움으로 살았던지 어쨌던지그것을 몰라, 그것을 몰라!감의 계절이다. 잎을 떨구고 감만 매단 채 가을하늘을 배경
권자미 시인의 시읽기
영주시민신문
2021.10.2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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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착하믄 뭐하노-박제영착하다 사람 좋다그기 다 욕인기라사람 알로 보고 하는 말인 기다겉으로는 사람 좋다 착하다 하믄서속으로는 저 축구芻狗* 저 등신 그러는 기다우리 강생이 등신이 뭔 줄 아나제사 때 쓰고 버리는 짚강생이가 바로 등신인 기라사람 축에도 못 끼고 귀신 축에도 못 끼는니 할배가 그런 등신이었니라천하제일로 착한 등신이었니라세상에 두억시니가 천지삐까린데지 혼자 착하믄 뭐하노니는 그리 물러 터지면 안 되니라사람 구실을 하려믄 자고로 모질고 독해야 하니라길게 말할 게 뭐 있노우리 강생이 그저 할배랑 반대로만 살면 되니라하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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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시민신문
2021.10.2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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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날개다-문인수뇌성마비 중증 지체 언어장애인 마흔두 살 라정식씨가 죽었다자원봉사자 비장애인 그녀가 병원 영안실로 달려갔다조문객이라곤 휠체어를 타고 온 망자의 남녀 친구들 여남은 명뿐이다이들의 평균수명은 그 무슨 배려라도 해주는 것인 양 턱없이 짧다마침, 같은 처지들끼리 감사의 기도를 끝내고점심식사중이다떠먹여주는 사람 없으니 밥알이며 반찬, 국물이며 건더기가 온데 흩어지고 쏟아져 아수라장, 난장판이다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정은씨가 그녀를 보고 한껏 반기며 물었다#@%, 0%.$&%ㅒ#@!$#*?(선생님, 저 죽을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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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시민신문
2021.10.1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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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안 된다는 말-이영광아프면 안된다아프지 말아야 한다아프면 앓고,앓다가 숨 멎으면 내다 묻는그런 곳 그러한 세월에아프면 안되었다아프지 말아야 한다고아픈 듯 슬픈 듯 다짐받던식구들 번갈아 앓아눕고픽픽 쓰러지는 동안나는 한번도 앓아눕지 않았다마흔도 한참 넘어 처음 몸살에 시달릴 때귀신한테 깔려 매 맞는 것 같던 때아픈 사람이, 아프면 안된다니당신 날 웃기려는 거지?그녀가 말했다그렇게 헛소리한 게 맞았을 것이다정신없이나는 아프지 않았다식구들 생각난다아프면 안된다니,그런 코메디를 하면서도웃지도 않고 살다 간아픈 사람은 아프다는 사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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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시민신문
2021.10.0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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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라더미싱-문동만늙은 부부가 한 몸으로 사는 일을바짓단 줄이는 일을 구경하였다서로 퉁바리를 주며 손을 모아 사이좋게내 다리를 줄여주는 일을여자는 실밥을 풀고 남자는 박으며풀며 박으며 이으며 다리며 가는황혼의 동사를 구경하였다등 뒤에 카세트를 틀어놓고배경음악의 주연으로 늙어가는 일을저이의 한때가 등뼈 마디마디에음각과 양각으로서실 없는 활로서시위를 버티는 삶의 탄성을늘 등을 굽히는 노동을제 몸을 표적으로 박는 노동을저이들의 솔기를 다시 뜯어다시 옷을 짓는다면어떤 누에가 되어 푸른 실을 쏟을까부라더미싱,부부가 형제가 되도록늙는 일이여달팽
권자미 시인의 시읽기
영주시민신문
2021.10.0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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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씨-김용만난 아버지의 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언제나 지게를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한발 한발 무겁고 신중하셨다가족들 먹을 밥을 지고 다녔기 때문이다아버지는 늘 진한 갈색 물이 얼룩진 옷을 입고 다니셨는데옷마다 풀물이 들었기 때문이다나는 아버지가 죽으면푸른 풀꽃으로 태어날 것이라 믿었다신발 가득 풀씨들을 넣고 다녔기 때문이다아침이슬에 바짓가랑이가 젖어 들어오는 아버지를 알고 있다. 식전 일을 마치고 들어오는 빈 지게가 아까워 소꼴을 베어 진 풀 짐 위에 빨갛게 잘 익은 산딸기 한 가지를 얹어 오던 아버지를 알고 있다. 들일 나가는 바
권자미 시인의 시읽기
영주시민신문
2021.09.1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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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신-김용만여름이 오고 큰물이 나면 마을 사람들은 강가로 몰려나왔다투망과 족대를 들고, 아이들은 발가벗은 채 어른들을 따라다니며 고기를 담거나 첨벙거리며 뛰어다녔다소와 돼지가 떠내려가고 뿌리 뽑힌 나무들과 어쩌다 집들도 떠내려갔다어른들은 안타까워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강을 꽉 메운 붉정물 앞에 숙연해지곤 했다저 아래 끝 삼굿배미에 가면 우골에서 내려오는 지천이 있었다산에서 내려오는 물이라 맑았고 붉정물과 합류하는 곳이라 고기가 잘 물어 낚시하는 형들로 늘 북적거렸다물길을 뛰어넘고 물장구를 치며 놀다 난 그만 한쪽 고무신을 잃어버
권자미 시인의 시읽기
영주시민신문
2021.09.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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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김용만산동네 꽃들은골목에서 크고부잣집 꽃들은창살 안에 큰다산동네 꽃들은동네 사람 다 보고부잣집 꽃들은저그덜만 본다주말에만 가서 일하는 밭 가장자리에 꽃씨를 뿌려놓았더니 꽃은 이른 봄부터 와서 즐겁게 핀다.작약과 수레국화 마가렛 수국 끈끈이 풀꽃 유홍조 같은 것들인데 그 외에도 꽃씨를 뿌리지 않아도 피는 개망초라든가 노루오줌, 조팝, 원추리, 사위질빵 등등 꽃이 와서 피어나고 있다.오이 근대 아욱 고추 감자 부추 콩 옥수수 심은 작물도 자세히 보면 꽃이 예쁘고 풀이라고 원수 보듯 뽑아 버린 꽃다지 쇠비름 달개비 같은 것들도 꽃은
권자미 시인의 시읽기
영주시민신문
2021.09.0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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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박수현버스 뒷좌석에 앉아서 손톱을 깎는다손톱을 잘라 낼 때는조금 착해지는 것 같다고개를 수그린 채무릎 위 티슈 한 장에 모인 그것들을 들여다본다주먹을 움켜쥔 아이의 손아귀를 펼치며앞니로 첫아이의 무른 손톱을 끊어 주던눈록嫩綠의 순간이 반짝, 돋아난다좌석 밑으로 떨어진 몇 조각은 미처 하지 못한 말이며 차창 밖 흩날리는토로스산맥의 눈발처럼 종일 나를 관통해 간 열 개의 감정이다(더는 할 말이 없는 손톱들)아직 속의 분홍을 다 비워 내지 못했다주먹을 움켜쥔 아이의 손아귀를 펼치며/앞니로 첫아이의 무른 손톱을 끊어 주던/눈록嫩綠의
권자미 시인의 시읽기
영주시민신문
2021.08.3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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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문인수어머니, 여름날 저녁 칼국수 반줄을 밀었다둥글게 둥글게 어둠을 밀어내면달무리만하게 놓이던 어머니의 부드러운 흰 땅.나는 거기 살평상에 누워 별 돋는 거 보았는데그때 들에서 돌아온 아버지 어흠 걸터 앉으며물씬 흙냄새 풍겼다 그리고 또 그렇게솥 열면 자욱한 김 마당에 깔려..... 아 구름 구름밭,부연 기와추녀 끝 삐죽히 날아 오른다.이 가닥 다 이으면 통화가 될까.혹은 긴 긴 동앗줄의 길을 놓으며나는 홀로 무더위의 지상에서 칼국수를 먹는다너른 암반을 펴고 손기름에 반들반들 길이 든 홍두깨를 꺼내면 그날은 칼국수를 먹는
권자미 시인의 시읽기
영주시민신문
2021.08.2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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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최현성휘이익 휘잉익간판이 날아다닌다창문이 흔들린다비가 날아다닌다벼가 쓰러진다쌀밥이 날아간다태풍.....언제 태풍이 안 올까?시골에 계시는 할아버지의 슬픈 마음은왜 못 날릴까?루핏, 미리내, 니다 라는 이름을 가진 9호, 10호, 11호 태풍이 편대를 형성하여 트리풀 태풍 체제를 이루고 있다는 뉴스가 있었다.연일 찌는 듯한 폭염과 열대야 때문에 도시는 지글지글 끓는 기름 냄비 같다. 살수차가 아스팔트 열기를 식히지만 그것도 잠시 뿐. 흐르는 땀을 연신 손등으로 훔치는데 땀방울은 마스크 속으로 주르륵 떨어진다.해마다 여름은 돌아
권자미 시인의 시읽기
영주시민신문
2021.08.13 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