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 제련공장을 둘러싼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바이원이 영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공장설립불허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 법원이 업체의 손을 들어줬지만, 시민사회의 반발은 오히려 더 거세지고 있다. 최근 환경전문 하승수 변호사가 밝힌 공식 의견서는 그동안 제기돼 온 우려가 결코 과장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하 변호사는 “영주는 지금 돌아올 수 없는 길로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공장이 배출할 것으로 신고된 대기오염물질 총량이 연간 16.07톤에 불과하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동일 업종의 다른 제련공장들은 대부분 1만 톤이 넘는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영주 공장은 타 제련소에 비해 수백분의 1 수준이다. 제대로 된 방지시설을 갖췄다 해도 이처럼 차이가 나는 건 설명이 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수치를 근거로 인허가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2021년 10월부터 12월 사이, 시민들 몰래 폐기물처리사업 적합통보와 대기배출시설 설치허가, 건축허가까지 모두 이뤄졌다. 하 변호사는 이 과정을 두고 “사실상 업체에 유리한 구조를 만들어준 셈”이라고 했다.

실제로 업체 측은 공무원들과 수개월간 128차례나 통화한 기록을 법정에 제출했고, 외부용역 보고서까지 사전에 확보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그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과연 이 같은 인허가 절차가 정당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환경부 규정에 따르면 연간 20톤 이상 배출되는 오염시설은 통합허가 대상이다. 배출량을 축소해 허가를 받은 것이라면 당연히 허가는 무효가 된다. 대기환경보전법과 행정기본법 모두 거짓자료로 인한 인허가는 직권취소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 변호사는 “법적으로도 지금 당장 직권취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 시설은 시민의 삶과 직결돼 있다. 공장 부지에서 불과 1.3㎞ 떨어진 곳에 초등학교가 있고, 반경 5㎞ 안에 수많은 주거지와 산업단지가 있다. 납은 극소량만 노출돼도 회복이 어려운 중금속이다. 아이들의 건강과 지역의 안전을 담보로 한 개발은 어떤 명분도 설 수 없다.

영주시는 더 늦기 전에 행정절차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일 앞에 행정 실패를 감추는 일이 우선일 수는 없다. 이미 허가가 났다 해도, 새로운 사유가 있다면 거부는 가능하다. 지금이 그 시점이다.

행정이 침묵하면 결국 책임은 시민이 떠안는다. 영주시는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 조용히 지나갈 일이 아니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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