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 제련공장 대책위, 시청 앞 공장설립 반대 기자회견 열고
소송대리인 법적 다툼 의지 없어 ‘고의패소’ 의혹 제기
부적절한 행정절차 경위 조사, 관련 공무원 경질 요구
“시민들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모든 과정을 지켜볼 것입니다. 영주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지 아니면 고의적으로 패소하여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널지...”
영주시 납폐기물 제련공장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27일 영주시청 앞에서 공장설립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공장설립허가도 받지 않고 건축허가부터 내준 불법적 과정에 관여한 해당 공무원을 경질하고, 이번 소송에서 시민의 건강권이 지켜질 수 있도록 소송에 적극적으로 임해 달라”고 호소했다.
영주시 적서동에 납 폐기물 재활용 공장을 이미 신축한 ㈜바이원은 공장설립허가를 불허한 영주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현재 3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이날 대책위는 8월 30일 열리는 마지막 3차 공판에서 시가 패소하게 되면 납공장 설립을 막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영주시의 적극적인 대응을 호소한 것이다.
아무런 대처 하지 않아 패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날 대책위는 호소문을 통해 “2차 공판까지 진행된 사항을 보면 시가 법적 다툼의 의지가 없어 보이고 영주시의 소송대리인 변호사가 제대로 된 변론 한마디를 못할 정도로 확보한 자료도 빈약한 상태”라며 “오히려 ㈜바이원 법무대리인들은 영주시에서 제공하지 않으면 알 수 없을 고급 정보들을 확보하고 승소를 확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바이원은 ‘신뢰보호의 법칙’을 강조하며 ‘시 공무원이 시키는 대로만 했기 때문에 공장설립 과정에 행정상 불법이 일어났을지라도 그것은 시가 책임질 일이지 본인들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논리를 펴고 있다. 실제 공무원과의 200여 통에 달하는 통화기록도 법원에 당당하게 제출한 바 있다”고 지금까지 진행된 소송과정과 내용을 설명했다.
대책위는 “시민들이 시의회에서 시장의 공장설립허가에 대한 불허로 끝이 난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현재 행정소송 중으로 시가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아 패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이 의지를 갖고 내부감사를 통해 납공장 유치·설립 허가까지의 부적절한 절차에 대한 경위조사서와 관련 공무원의 경질, 납공장 설립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피해를 명확하고 전문적이며 공신력있는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면 영주시가 승소할 수 있다”며 시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공판에서 패소하면 항소할 가능성도 없다. 이는 납공장의 공장설립을 막을 어떠한 행정적 장치도 없어진다는 뜻”이라며 “아직은 늦지 않았다. 시민들의 관심과 함께 영주시가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의지만 있다면 행정소송은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납제련 공장은 막대한 이익을 남기는 산업이며 영주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 위치가 마을과 학교, 주택들이 즐비한 지금의 장소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될 일”이라며 “납은 미량이라도 지속 축적되면 체내에서 칼슘으로 인식돼 흡착되며 특히 아이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 뇌 발달과 신장 기능 저하를 가져온다”고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
호소문에 앞서 어린아이를 안고 나온 한 주부는 납공장 예정지에서 1km 떨어진 곳에 살며 세 자녀를 키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청정지역으로 알고 고향이 아닌 영주시로 귀촌했다. 납공장을 세운다는데 예정지의 거리가 초·중·고와도 매우 가깝다고 알고 있다. 사람이 사는 곳에 어떻게 납공장이 세워질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내부감사를 요청했음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아이들이 살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겠다고 목표를 내세웠는데 유해한 납공장을 세우면서 어떻게 아이들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아이들 앞에서 어른들이 양심 있는 선택을 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반대대책위, 8월 12일 포럼 열어
대책위는 각 시민단체는 물론 각계각층의 모임과 단체, 시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영주시가 승소 자료를 만들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여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대책위는 오는 8월 12일 오후 2시 영주시민회관에서 ‘납폐기물 제련공장 문제와 해결방안 포럼’을 열 예정이다. 영주기독시민연합이 주관하고 영주시 시민단체가 후원하는 이번 포럼은 시민들이 현재의 문제를 직시할 수 있도록 전문가의 견해를 듣고, 지역을 위해 일하는 관계자들의 책임을 묻고 질의하는 시간을 가져 영주시에 전달할 계획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2차 공판에서 재판부가 8월 30일에 결정키로 해 마지막 공판이 됐다.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전방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며 재차 강조한 뒤 “시장과 정치인들이 시민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의무와 도리를 다하도록 현수막, 릴레이 1인 시위, 시민들의 민원 전화와 기자회견, 기사 제보 등 어떤 것이든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바이원은 지난해 8월 영주시가 납 폐기물 공장설립 신청을 불승인하자 그해 9월 경북도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그해 12월 부터는 대구지방법원에 행정소송(공장신설거부처취소의소)을 제기해 현재 3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