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여름축제 판도 바꾼 봉화은어축제, 그 비결은

체험은 기본, ‘참여형 콘텐츠’로 축제 몰입도 높여
폭염도 막지 못한 발길… 쾌적한 쉼터와 야간 프로그램 주효

은어구이 그 이상… 먹거리도 콘텐츠로 승화
주민이 주인공, 신뢰를 만든 자원봉사 운영 시스템

“은어만 잡는 줄 알았는데, 웬만한 테마파크 부럽지 않았다.”

지난 3일 폐막한 제27회 봉화은어축제에 다녀온 한 관광객의 말이다. 지난달 26일부터 9일간 봉화 내성천에서 열린 이번 축제는 총 22만 5천 명의 발길을 이끌어내며 봉화의 여름을 뜨겁게 달궜다. 올해 봉화은어축제는 콘텐츠와 운영 전반에서 지난해와 비교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관람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짜릿한 재미’와 ‘쾌적한 쉼터’, ‘이색적인 먹거리’, ‘지역민의 적극적인 참여’ 등이 올해 성공 축제를 대변하는 단어들이다. 단순한 먹거리·체험 행사를 넘어 ‘폭염 속에서도 왜 사람들이 몰렸는가’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구체적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반두잡이 체험하는 외국인 관광객
반두잡이 체험하는 외국인 관광객
반두잡이 체험장(2)
반두잡이 체험장(2)

▲ 단순 체험 아닌 ‘참여형 게임’으로 전환

맨손·반두 은어잡이는 봉화은어축제의 간판 콘텐츠다. 하지만 올해는 여기에 ‘은어 로드 챌린지’라는 미션형 체험을 더했다. 외나무다리 건너기 성공 시 은어체험권을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단순한 체험을 ‘게임 구조’로 설계했다. 체험을 넘어 도전과 보상의 구조가 생기면서 관람객은 소비자가 아닌 ‘참가자’로 역할이 전환된 것이다.

어린이, 청소년은 물론 성인까지 ‘짜릿함’을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참여율이 높아졌고, SNS 콘텐츠 확산에도 효과적이었다.

또한 낮과 밤 모두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내성천 모래놀이장’은 빈백, 파라솔, 썬배드, 모래 포토존, 야간 조명을 갖춰 전 연령층의 휴식 공간으로 사랑받았다.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 워터파크’도 에어바운스 풀장, 워터슬라이드, 차양막 쉼터 등으로 구성돼 가족 단위 관광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힐링스테이션
힐링스테이션
딜리버리존
딜리버리존
내성천 모래놀이장
내성천 모래놀이장

▲ ‘더위가 기회’가 됐다…쉼과 먹거리 강화

7월 말~8월 초는 전국 어디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다. 대다수 지역축제가 관람객 감소를 겪는 이유다. 그러나 봉화은어축제는 오히려 관람객이 늘었다. 그 비결은 철저하게 준비한 폭염 대응 시스템에 있다.

에어컨이 설치된 실내쉼터 ‘은어 힐링스테이션’, 어린이 워터파크, 파라솔 쉼터, 쿨링포그와 안개 분사기, 그리고 200인치 LED 스크린을 활용한 딜리버리존까지 조성돼 체험객과 가족 단위 방문객이 무더위를 피해 쾌적하게 휴식할 수 있었다.

특히 딜리버리존은 줄을 서지 않아도 식사와 공연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고령층과 가족 단위 방문객의 만족도를 크게 높였다. 더위에 지친 관광객에게 ‘쉼’을 제공한 것이 단순한 콘텐츠보다 더 큰 흡입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공연을 보려면 땀 흘려야 했던 기존 축제의 불편을 없앤 전략이 주효했던 셈이다.

맨손잡이 체험객
맨손잡이 체험객
맨손잡이 체험장(1)
맨손잡이 체험장(1)

▲ 먹거리도 콘텐츠다…‘은어 맛’의 진화

먹거리 콘텐츠 역시 다른 지역 축제와 달랐다. 대형식당 ‘은어맛들쉼터’는 단순한 은어구이에 그치지 않고 은어탕수육, 은어뽀글이, 은어덮밥 등 새롭고 이색적인 조리법을 선보였다. 한우육전냉면, 닭개장 등 정갈한 한정식까지 다양한 메뉴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봉화대를 활용한 ’10초 은어구이 체험존’은 빠른 조리 퍼포먼스를 통해 관람+SNS 촬영+맛 체험이라는 복합효과를 유도했다.

푸드트럭과 배달 서비스, 딜리버리존까지 연계된 식음 공간은 ‘먹는다’는 행위를 ‘구경 + 체험 + 기록’으로 확장하면서 관람객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다.

반두잡이 체험장(1)
반두잡이 체험장(1)
맨손잡이 체험장(2)
맨손잡이 체험장(2)
은어숯불구이
은어숯불구이

▲ 관광객 편의는 곧 체류시간…장기 체류 유도 성공

무더위를 이겨낸 관광객은 단지 체험만 하지 않는다. 쉴 공간, 즐길 콘텐츠, 먹을거리까지 삼박자가 갖춰져야 장기 체류가 가능하다.

올해 축제는 관광객 동선 최적화, 포토존 강화, 야간조명 활용으로 저녁시간 관람 유도, 가족 동반 콘텐츠 다변화 등을 통해 체류 시간이 늘어나고 지역 내 소비 증가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실제로 부스 매출은 지난해보다 1억 5천만 원 이상 상승했고, 음식·체험부스는 연일 만석이었다.

▲ 지역주도형 운영이 만든 ‘축제 품격’

이번 축제의 특징 중 하나는 ‘주최 측 중심이 아닌, 시민 참여형 운영’이다. 그 중 ‘은벤져스 서포터즈’는 올해 가장 주목할만한 운영 사례다. 바가지 근절 캠페인, 친환경 실천, 질서 유도 등 현장 곳곳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활약했다.

이들은 축제의 공신력과 신뢰도를 높였고, 관광객들은 ‘다시 오고 싶은 분위기’를 직접 만들어냈다.

또한 스타와 팬이 함께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스타 마켓 투어’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실질적인 도움을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슬로건을 현실로 만든 전략적 운영

올해 축제의 슬로건은 ‘여름 잡은 봉화, 입맛 잡은 은어’다. 단지 문장에 그친 게 아니라, 축제 구성 전반에 이 슬로건을 현실화하려는 전략이 반영됐다.

냉방시설, 물놀이, 쉼터 강화로 여름 더위를 잡고 푸드 콘텐츠 확장과 딜리버리 도입으로 입맛을 잡았으며 체험의 게임화와 실내외 밸런스 조성으로 관광객을 잡은 것이다.

이처럼 기획 단계부터 구체적인 고객 경험 분석이 반영되면서, 단순히 ‘오면 즐거운’ 축제가 아니라 ‘꼭 가야 하는’ 여름 일정으로 자리잡게 됐다.

박현국 봉화군수(재단 이사장)는 “이번 축제는 콘텐츠의 확장뿐 아니라 운영 전반에서 체계적인 개선을 이뤄냈다”며 “관광객 중심의 축제 문화를 기반으로 내년엔 더 새롭고 풍성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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