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소송이라는 최종 라운드가 진행중인 적서동 납공장 사태에 대해서 본지가 수차례 보도와 사설을 통해 우려와 문제점을 지적해 온 바 있다.
돌이켜 보면 이번 소송은 소송의 원고인 (주)바이원이 건축허가는 내주었으면서도 공장설립 승인은 불허한 시의 이중적(?) 행정처분에 불복한 것으로 납득이 가기도 한다. (주)바이원으로서는 건물을 지어 놓고 그 건물을 원래 목적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가져다 줄 손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사태는 소송의 제3자격인 납공장건립반대대책위(이하 ‘대책위’)의 꾸준한 반대 행보가 흥미롭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수시로 집회를 통해 시민사회의 여론을 환기시켜왔고, 최근에는 이들의 활동이 관내 여러 단체로 확산되는 추세라서 그 만큼 반대 여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이다.
이를테면 얼마전 영주기독시민연합과 시민단체들이 공동으로 개최한 전문가 포럼이 단연 눈에 띤다. 납 공장 제반 문제를 전문가의 시선에서 촘촘하게 분석한 이 자리의 화제는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소송과 관련한 영주시의 안일한 태도에 대한 비판이다. 그간 대책위가 줄기차게 요구해 온 내부감사를 통해 인허가 과정에 대한 철저한 규명과 건축허가 관련공무원의 문책과 전보, 그리고 소송 당사자(피고)로서 소송에 적극적 대처를 방기(放棄)해왔다는 주장이다.
다른 하나는 납공장이 들어설 경우 시민의 피해다. 납의 제련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 물질의 양이 대기오염방지시설로 걸러져 법적 기준치를 충족시킨다고 해도 여전히 시민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로 유해하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시에서는 여전히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역시 대책위의 주장이지만 시가 과연 이번 소송에서 승소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들기도 하는 대목이다. 어쩌면 시로서는 이미 자신들이 할 만큼은 했기에 지금으로서는 재판의 결과를 기다리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가운데 대책위 측이 온라인에 공개한 시의 공문서를 보면 시장 , 부시장에 대한 대책위의 면담요청이 무산되었다. 시와 대책위는 그동안 여러 채널을 통해 의견이 오고갔을 것이고 서로의 입장도 웬만큼 확인은 됐을 것이다. 그러나 바쁘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면담 제의를 거절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 제도 아래 시민의 대표로서의 처신으로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당면한 호우피해의 복구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납공장 문제도 그에 못지않은 시민의 관심사이다. 얼마나 많은 시정 업무가 산재해 있길래 길지 않은 면담조차 어렵다는 것인지 시민들로서는 답답한 장면이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사태의 본질은 시민의 건강권을 볼모로 삼아 벌이는 자본가와 영주시의 싸움이라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다시 말해 소송에서 시가 패소할 경우 최대의 피해자는 시가 아니라 다름 아닌 시민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시가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사항은 바로 이런 점이다. 이번 소송은 결국 법이 판단하겠지만 소송을 임하는데 있어 시가 민심을 반영하려는 적극적 의지가 필요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