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변호사, 9쪽 공식 의견서 통해 강력한 우려 제기
“방지시설, 타 제련공장과 비교하면 수백분의 1 수준… 축소 의혹”
영주시 행정 책임·업체 특혜 정황도 조목조목 지적
“납은 조금만 노출돼도 되돌릴 수 없다. 영주는 지금 돌아올 수 없는 길로 가고 있다”
납 제련공장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갈등이 법적 패소 이후 더욱 뜨거워지는 가운데, 공익법률센터 농본의 하승수 변호사가 납 제련공장을 추진 중인 ㈜바이원이 영주시를 상대로 낸 ‘공장설립불허가 처분 취소’ 소송과 관련해 10쪽 분량의 공식 의견서를 지난 24일 시민사회에 전달했다. 이 의견서에서 그는 “이 공장은 지금 상태에서 절대로 가동돼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하 변호사는 3년 넘게 이어져 온 이번 소송에 보조참가인 자격으로 참여한데다 전국의 환경 관련 문제에 적극 관여하고 있어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지와 신뢰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 “납은 무색무취… 노출돼도 감지 어렵다”
그는 의견서에서 “헌법 제35조와 환경정책기본법에 비춰볼 때, 납 제련공장은 국민의 쾌적하고 건강한 삶을 침해하는 시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납이 ‘역치가 없는 물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즉, 극소량이라도 인체에 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납은 어린이의 뇌 발달을 심각하게 방해하고, 한번 노출되면 회복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 변호사는 “문수초등학교가 공장 부지로부터 1.3㎞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시가지와 산업시설도 반경 5㎞ 이내에 있어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 “영주 제련공장 배출량, 수치부터 믿기 어렵다”
하 변호사는 또 영주에 들어설 예정인 납 2차 제련공장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대폭 축소해 각종 인허가를 받은 정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경부 통합허가를 받은 다른 납 제련공장들은 연간 1만1천 톤 이상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한다”며 “영주 공장은 겨우 16.07톤으로 적시돼 있는데, 이 수치를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통합허가를 받은 업체들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보면, 가장 적은 곳도 연간 1만1천 톤을 넘는다. 대부분 용해공정에서 발생한 물질이다.
반면 영주 납 제련공장은 먼지 5.39톤, 황산화물 6.08톤, 질소산화물 4.60톤 등 모두 합쳐 연간 16.07톤으로 허가를 받은 상태다. 이는 타 제련공장에 비해 수백분의 1 수준이다.
그는 “대기오염물질은 대부분 용해공정에서 나오는데, 다른 사업장과 비교해 배출량이 수백분의 1 수준”이라며 “방지시설이 엄격하게 갖춰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처럼 축소된 수치를 바탕으로 허가를 받았다면, 공장이 가동될 경우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영주시는 인허가 전반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공무원과 128차례 통화… 업체 유리한 구조 만든 셈”
하 변호사는 영주시가 납 제련공장과 관련한 인허가를 시민 몰래 처리했고, 그 과정에서 행정 책임을 회피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 변호사는 “영주시는 주민들에게 아무런 설명 없이 2021년 10월부터 12월 사이 폐기물처리사업계획서 적합통보, 대기배출시설 설치허가, 건축허가 등 주요 인허가를 모두 내줬다”며 “이로 인해 소송에서 업체가 유리한 입장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소송 과정에서 주민들이 배출량 축소 문제를 밝혀냈지만, 영주시는 기존 허가를 직권취소하라는 요구를 묵살했다”며 “그 결과 업체는 ‘우리는 공무원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주장을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업체 직원이 2022년 6월부터 10월까지 공무원들과 128차례 통화한 기록을 제출했음에도, 영주시는 이에 대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하 변호사는 또 “업체는 시가 외부 용역업체에 작성 의뢰한 보고서가 있다는 사실까지 알고 1심 재판에서 문서제출을 요구했다”며 “문제는 그 보고서가 근거도 부족하고 업체에 유리하게 짜맞춰졌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 “이제라도 직권취소하고 재거부해야”
하 변호사는 “영주시는 수백분의 1로 축소된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을 근거로 대기배출시설 허가와 건축허가를 내줬다”며 “이는 거짓 자료에 기반한 인허가로, 법에 따라 직권취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환경보전법 제36조와 행정기본법 제18조는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받은 허가를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며 “환경오염시설 통합관리법상 연간 20톤 이상 배출시설은 환경부 통합허가 대상인데, 이를 무시한 허가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축허가 역시 문제라고 밝혔다. 하 변호사는 “축소된 배출량을 믿고 건축허가를 내줬고, 이 허가가 개발행위허가로 간주되면서 소송에서 결정적 약점이 됐다”며 “이 역시 직권취소 대상”이라고 말했다.
특히 하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지자체가 소송에서 패소했더라도 새로운 사유가 있다면 공장설립 신청을 재차 불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불허의 근거로 네 가지를 들었다.
첫째, 대기오염물질 발생량 축소가 확인돼 기존 허가가 취소될 예정이므로, 다시 인허가를 받기 전까지 공장설립승인은 불가하다는 점. 둘째, 연간 20톤 이상 배출 시설은 통합허가 없이는 승인할 수 없다는 점. 셋째, 지금의 설비로는 대기환경보전법상 배출허용기준을 지키기 어렵다는 점. 넷째, 산업입지 통합지침상 주거지 인근 공장은 승인하지 않아야 하며, 주변 근로자 건강 우려도 크다는 점이다.
하 변호사는 “인허가 과정은 물론, 업체와 공무원 간 128차례 통화, ‘공무원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업체 주장 등을 고려할 때, 납득할 수 없는 행정 절차가 있었다”며 “이 문제는 감사원이나 상급기관의 전면 감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영주시가 지금이라도 시민의 건강과 공익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며 “늦었지만 바로잡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나중에는 아무도 책임지지 못할 일로 번질 것”고 강조했다.
<아래는 의견서 원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