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영주人터뷰 [86] 영주선비관악봉사단

영주선비 관악봉사단
영주선비 관악봉사단
2022년 영주풍기세계인삼엑스포
2022년 영주풍기세계인삼엑스포

동문 모임에서 지역 봉사악단으로 ‘우뚝’

지휘자의 헌신과 시민 호응으로 봉사

 

단장의 리더십과 회원들의 땀으로

나라사랑 담아…영주 대표 악단 성장

지역민과 함께 울고 웃는 봉사 악단으로 출발한 영주 선비관악봉사단(이하 선비관악)의 시작은 1980~90년대, 영주고등학교 관악부 출신 동문들이 삼삼오오 모여 악기를 꺼내 든 데서 비롯됐다. 음악을 업으로 삼은 이들은 아니었지만, 학창 시절 함께했던 관악의 추억을 잊지 못했다.

동창회와 같은 자리에서 몇 곡을 연주하다 보니 “차라리 정식으로 모여 활동해 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렇게 2014년, ‘선비관악봉사단체’라는 이름으로 정식 발족했다. 처음에는 동호회적 성격이 강했으나, 2017년을 기점으로 변화가 찾아왔다. 영주시가 국경일 행사에서 품격 있는 연주를 요청한 것이다. 3·1절, 광복절, 6·25 기념식 등 중요한 순간마다 선비관악은 무대에 섰고, 시민들은 힘찬 관악의 울림에 박수로 화답했다. 어느덧 11년째 이어진 발자취다.

현재 회원은 40여 명으로, 나이는 5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직업도 자영업자, 직장인, 공무원, 지역 가수 등 여러 갈래이며, 고향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출향인도 많다. 모두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로 모였다는 점이 특별하다. 한때 존재했던 현악부는 인력 부족으로 사라졌고, 국악부도 풍물 담당 2명만 남았지만, 관악만큼은 굳건히 이어져 오고 있다.

연습실에서
연습실에서
(좌)이종탁 상임지휘자                                              (우)황승상 고문
(좌)이종탁 상임지휘자                                              (우)황승상 고문

# 이종탁 상임지휘자의 귀향과 새로운 도약

선비관악이 단순한 동문 모임을 넘어 봉사 악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 사람의 귀향이 있었다. 군악대에서 25년을 복무하며 군악대장까지 지낸 이종탁 상임지휘자가 그 주인공이다. 전역 후 서울에서 지내던 그는 음악에 대한 갈증과 고향에 대한 향수로 영주로 돌아왔다.

귀향 후에도 그는 지휘봉을 놓지 않았다. 동문들과 시민들을 불러 모아 합주를 만들었고, 단체의 틀을 다졌다. 이 지휘자는 1970년대부터 무대를 누벼온 베테랑 음악인이다. 홍보담당 이사를 맡고 있는 황승상 고문 역시 그의 철학을 두고 “음악은 즐거울 ‘락(樂)’만이 아니다. 나라사랑의 뜻을 담고 있고 무엇보다 생음악을 바탕으로 악단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 지휘자는 “고향에도 품격 있는 관악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단체를 창단해 10년 넘게 자리를 지켜왔다고 전했다. 때로는 단원들에게 악보를 내려놓게 하며 눈과 귀로 서로의 호흡을 맞추고, ‘주거니 받거니’ 하며 합주 본연의 묘미를 찾게 했다. 노래방 기기에 기대지 않고 악기만으로 무대를 꾸미는 단체는 영주에서 선비관악이 유일하다. 황 고문은 이를 두고 “효율적이지는 않지만 시민들에게 진정성을 알리고 전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시기 활동이 멈췄을 때도 그는 단원들을 모아 온라인으로 소통하며 관계를 이어갔다. 50년 음악 인생을 지닌 지휘자의 리더십으로 선비관악은 다시 힘차게 무대에 올랐고, 2023년 활동을 재개하며 음악회 등 생활 속 무대로 시민들을 찾아갔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국경일의 의미를 되새기는 순간을, 단원들에게는 음악을 통한 봉사의 보람을 선사했다.

2018년도 이전_'영주선비 관현악단'으로 활동한 사진들
2018년도 이전_'영주선비 관현악단'으로 활동한 사진들
국가기념일을 맞아
국가기념일을 맞아
나라사랑, 통일염원 연주회
나라사랑, 통일염원 연주회
23년한국선비문화축제 시가행진경연 (대상 수상) 
23년한국선비문화축제 시가행진경연 (대상 수상) 

# 시민과 함께한 11년, ‘관악의 힘’

선비관악의 대표 무대는 단연 나라사랑 음악회다. 2016년 첫 공연을 시작으로 충효애향 음악회, 동네 음악회, 골목 음악회로 이어졌다. 코로나19로 잠시 중단되었지만 지난해 다시 부활했고, 오는 20일에는 서천둔치 생활체육공원 인라인스케이트장에서 또 한 번 시민과 만난다.

이번 나라사랑 음악회는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1부는 ‘호국의 상징’, ‘분단의 비극’, ‘우방과 협조’를 주제로 군가와 진중가요를 연주한다. 2부는 ‘산업화 추진과 세계 속 한국’을 주제로 시대별 가요를 선보이며 시민들의 공감을 이끈다. 3부는 지역 가수와 함께하는 협연 무대로, 시민들이 함께 따라 부를 수 있는 흥겨운 무대를 마련했다. 이외에도 애국가 편곡, 6·25 전쟁 당시 불렸던 곡, 월남전 관련 군가 등 다양한 곡이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풍기역에서 인삼축제장까지 이어진 시가행진도 큰 화제를 모았다. 2023년도에는 한국선비문화축제 시가행진 경연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악기를 메고 거리를 행진하는 모습은 군악대 시절을 떠올리게 했고, 시민들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또한 국가 기념일에도 빠짐없이 참여해 국경일 행사에 품격을 더하는 악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원들의 목소리도 빼놓을 수 없다. 단원들은 “음악은 내 인생의 휴게소다. 힘든 일상 속에서도 악기를 불면 마음이 정리된다”며 “개인적인 즐거움도 크지만 시민들에게 봉사한다는 성취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단원들은 “보람을 찾고 희열감을 느낀다”, “젊은 시절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어 좋다”, “남성의 로망이자 제2의 인생을 사는 듯하다”고 전했다. 음악은 그들에게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삶을 함께하는 동반자이자 인생의 일부였다.

# 앞으로의 과제와 지역에서의 의미

선비관악은 그동안 자발적인 회비와 회원들의 헌신으로 운영돼 왔다. 회장직은 2년마다 돌아가며 맡고 있다. 특히 색소폰 연주자가 많아, 별도의 영주시색소폰앙상블을 구성해 올해 1월부터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회원은 40여 명으로, 2014년 문정동에서 활동을 시작해 2015년부터 5년간 부용대 건물을 연습실로 사용했고, 2022년 지금의 공간으로 옮겼다. 임대료 부담이 있었지만 단원들은 주저하지 않았다. “음악이 아니라 봉사다”라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출향 단원의 비중도 크다. 서울, 경기, 대구 등지에서 활동하다가 고향을 찾아 합류한 이들이 많다. 직장에서 은퇴한 뒤 악기를 다시 잡은 이도 있고, 자영업을 하면서도 시간을 쪼개 연습에 참여하는 단원도 있다. 심지어 유튜브 스타로 활동하는 단원도 있어, 선비관악의 저변은 생각보다 넓다.

그러나 과제도 있다. 젊은 세대의 참여가 부족해 새로운 인력 유입이 쉽지 않고, 현악부와의 합주는 환경적 여건상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종탁 지휘자는 “음악도 건축과 같다. 트럼펫, 색소폰, 튜바가 모여야 완성된다. 인력이 부족하면 아무리 의지가 있어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선비관악은 꿋꿋하게 활동을 이어간다. “우리 세대가 나라 걱정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단원들은 매주 2시간씩 합주를 이어가고 있다. 연습실에는 악기 소리와 웃음이 가득하고, 시민 무대에서는 땀과 박수가 어우러진다.

영주의 문화사에는 수많은 동호회와 단체가 있었지만, 11년간 꾸준히 활동하며 시민과 호흡해 온 관악 봉사단은 드물다. 행사장에서 울려 퍼지는 힘찬 관악의 소리와 시가행진은 “청춘은 영원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시민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선비관악의 연주는 개인의 취미를 넘어선다. 그것은 나라사랑을 음악으로 전하는 일이며, 지역 사회를 하나로 묶는 선율이다. 작은 동문 모임에서 시작된 씨앗은 11년의 세월 동안 자라나 이제 영주를 대표하는 봉사 악단으로 성장했다. “나라사랑이 희미해져 가는 요즘, 큰 의미를 두고 행사를 연다”는 지휘자의 땀과 열정, 그리고 단원들의 헌신이 그 중심에 있다.

“영주만의 생음악 봉사 악단이자 유일하게 행진하며 연주하는 악단”이라는 자부심을 후대에도 잇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시민들에게 가슴 깊은 울림을 지속적으로 전하는 것이 최고의 의미라는 것이다.

7대 회장 최옥균(62) 씨는 “처음에는 고등학교 밴드 전공 졸업생 위주로 모임이 이뤄졌지만, 지금은 지역 음악인들도 함께하고 있다”며 “예전처럼 밴드가 없어진 아쉬움이 크다. 생음악을 알리기 위해 열린 마당을 지속적으로 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시민들의 호응이 커질수록 힘이 나는 단체다. 앞으로도 감동과 의미를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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