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대 대선, 영주지역 읍면동별·후보자별 득표 분석 해보니
가흥1동서 이재명 37.3% 기록… 농촌지역은 보수 절대강세
봉현·순흥 투표율 80% 넘겨… 기타 후보는 ‘그림자’만 남겨
‘보수의 벽’이라 불리는 우리지역 영주에서 미세한 균열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치러진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영주에서 역대 대선 중 가장 높은 27.59%를 얻었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대선보다는 2.09%(923표)를 더 얻었고 경북 전체 평균보다는 2%p 높은 수치다. 도내 23개 선거구 중 안동(31.28%), 구미(28.13%)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득표율이다. 이 후보의 고향인 안동과 인구가 가장 많은 구미에 이어 영주가 세 번째 이름을 올린 셈이다.
▲ 가흥1동, 유일하게 ‘30% 벽’ 넘겨
이재명 후보는 가흥1동에서 3천216표를 얻어 37.3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19개 읍면동 중 가장 높은 수치다.
같은 지역에서 김문수 후보는 54.83%를 득표했다. 보수 우세가 뚜렷하긴 했지만, 이재명 후보는 유일하게 30%대를 넘겼다. 가흥2동과 상망동에서도 각각 29.48%와 28.55%를 득표해 나름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 곳 모두 신도시 주거지로 젊은 유권자 비중이 높고 외부 인구 유입이 활발하다. 휴천1동 27.87%, 휴천3동 26.20%, 영주2동 26.45%로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다른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보수정서가 강한 지역이기는 하지만 세대간의 표심이 다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후보는 농촌지역인 평은면 지역에서 17.11%로 가장 적은 지지를 얻었지만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10개 읍면 중 3개 읍면만이 20%대를 넘긴 것과는 달리 이번엔 7개 읍면에서 20%대를 넘긴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관외사전투표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36.62%로 높은 지지를 얻었으며, 이준석 후보가 15.85%로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과반에 못 미치는 46.4%를 얻는데 그쳤다. 이는 청년층과 비거주 유권자들이 지역 내 보수 정서와는 달리 다른 정치 성향을 드러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된다.
▲ 읍면은 김문수 ‘압도적’
김 후보는 평은면이 80.14%로 유일하게 80%대를 넘겨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단산면이 75.65%, 순흥면이 75.37%, 장수면이 75.36%, 봉현면이 75.23%로 농촌지역인 10개 읍면 지역에서 모두 70%대 초중반대의 지지율을 보였다.
반면 시내지역인 9개동에서는 70%대를 겨우 넘긴 영주1동(70.89%)과 하망동(70.05%)을 제외하고 가장 적은 지지율을 얻은 가흥1동(54.83%)을 포함해 7개동에서 60%대 중후반의 지지율을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2022년 대선 당시 윤석렬 후보가 가흥1,2동과 휴천1동을 제외하고 모두 70%대 이상의 지지율을 얻은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 제3의 후보는 ‘그림자’
영주지역에서 5.78%를 획득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가흥1동에서 6.85%, 가흥2동에서 5.78%를 얻었다. 다른 지역에서는 대부분 5%를 밑돌았다. 권영국 후보는 전체 평균 0.67%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표만 보면 양강구도 속에서 진보 정당과 제3의 정당은 이번에도 시민들의 선택지에서 밀려난 것이다.
▲ 투표열기 가장 뜨거운 곳은 ‘봉현’
이번 대선에서 영주지역 전체 투표율은 79.33%였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곳은 봉현면으로 87.05%였다. 다음으로 순흥면(84.60%)과 영주2동(82.86%)이 뒤를 이었다.
단산면(81.13%)과 장수면(80.77%)도 80%를 넘기며 유권자들의 참여 열기를 보여줬다. 반면 투표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가흥2동(73.35%)이었고 휴천1동(76.26%)과 풍기읍(76.92%), 영주1동(76.95%)이 그 뒤를 이었다.
경북도내 22개 시군 중에서는 의성군이 81.5%로 투표율이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청송군(82,7%)과 영양군(82%), 예천군(81.8%)이 그 뒤를 이었고 영주시는 18위였다.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인 곳은 칠곡군으로 75.5%의 투표율을 보였다. 10개 시부 중에서는 상주시가 80.1%로 유일하게 80%대를 넘겼지만 나머지 9개 시는 76%~79%대의 투표율을 보였다. 도내 평균 투표율은 78.90%로 지난 20대 대선 78.06%보다 0.84%가 높았다.
▲ 변화의 조짐… 보수 일변도 민심 흔들릴까
이번 선거 득표율 분석은 도심과 농촌, 젊은 층과 고령층, 진보와 보수가 뚜렷하게 갈린 지역 정서와 유권자 민심을 잘 보여준다. 정당과 후보들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지역 맞춤형 공약과 정책 설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이번 선거를 두고 “보수는 여전히 강하지만,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지역위 관계자는 “영주는 도내에서 세 번째로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며 “보수 일변도 지형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탄핵 책임론과 중도 성향 유권자의 이탈이 영향을 줬다”고 인정했다.
지역 한 정치인은 “윤석열 탄핵 이후 정당보다 인물과 상황에 따라 투표하는 흐름이 보인다”며 “이 변화가 일시적일지, 장기적 흐름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내년 6월3일이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이번 대선과 영주의 정치판도 변화는 내년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자 역할이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