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의 목소리 모아 적절한 분양가와 권리 되찾을 것”
어려운 가정형편에서 싹튼 소외된 이들 향한 포용력
높아진 분양가와 해결되지 않은 하자 문제 해결하고자
시청 앞 집회에서 서울 상경 시위까지...‘강력 항의’
계속해서 항의·투쟁하며 임대주택 본분 되찾을 것
지난 11일, 영주시청 앞이 들썩였다. 가흥동 부영아파트 주민 300여 명이 부영주택이 제시한 과도한 우선분양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부영 측이 책정한 이번 우선분양가가 2년 전 1차 분양가보다 평균 7천만 원 이상 높아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21일,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의 대한노인회장 취임식이 열린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또 한 번 영주 부영 주민들이 직접 행동에 나섰다. 이날 주민들의 외침은 단순한 항의를 넘어선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호소였다.
부영 측이 제시한 분양가는 2년 전보다 7천만 원 정도가 올랐고, 하자보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25평형은 2억 4천만 원, 34평형은 3억 4천만 원에 이르는 이번 분양가는 지역 주민들에게 지나치게 부담스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부영아파트는 8년 전에 지어진 임대아파트로, 최근 신축된 브랜드 아파트의 분양가와 비교해 책정된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영주 부영아파트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각 동대표를 선출해 분양가 조정과 하자 보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 문제를 가장 앞장서서 해결하고 있는 인물이 바로 영주 부영아파트 권오기(61) 비상대책위원장이다.
소외됐던 자로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표하다
권 위원장은 학교에 다니기조차 어려울 만큼 힘든 가정 형편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산면에서 학교를 다니던 그는 국민학교 5학년이 끝날 무렵 큰형을 따라 영주국민학교(現 영주초)로 전학을 갔지만, 다시 5학년에 머물러야 했다. 그는 당시를 “좋지 못한 생각으로 가득 찼던 시기”라고 회상하며 “스스로 공부를 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렵게 대영중학교에 진학했으나 뒤처진 학업에 대한 열정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고, 성적 미달로 방과 후에도 나머지 공부를 하던 중 비가 많이 오던 날, 하굣길에 자신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어머니를 보았다. 그는 “어머니께 부끄러운 마음에 청소 탓을 하며 늦은 이유를 거짓말로 둘러댔다. 그때 밀려온 죄송함과 죄책감이 나를 다잡게 했다”며 삶에 대한 열정을 다시 찾은 계기를 설명했다.
영주공업고등학교(現 영주제일고) 전기과를 졸업한 후에도 기울어진 가세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했다는 권 위원장은 늘 가슴 한편에 비 오는 날 자신을 기다리던 어머니로 인해 솟아오른 학업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었다. 그는 “제대로 된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었다”고 말하며 학비를 벌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다고 어려웠던 당시를 회상했다.
전기과를 졸업한 후 전기 관련 일을 시작한 그는, 당시 한국전력공사에 근무하던 지인으로부터 사업 제안을 받았다. 그렇게 33세라는 젊은 나이에 사업에 도전한 그는 지금까지도 그 자리에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가정을 지키겠다는 결심이 지금까지 일을 지속하게 한 감사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사기를 당해 빚더미에 앉기도 하고 생활고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는 “사람을 믿고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노력이 빛을 발할 것이라 믿었다”며 열정적인 삶의 태도에 대해 설명했다.
2019년, 학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권 위원장은 경북전문대학교 전기공학과에 입학해 학위를 취득했다. 사업과 학업을 병행하며 그는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기회가 부족하다는 현실을 깨달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돕기로 결심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시의원 출마였다. 권 위원장은 “낙선했다고 해서 좌절하지 않는다. 그저 내 역량이 부족했을 뿐”이라며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서민들 위한 아파트 본분을 지켰으면
2022년 지방선거가 끝나고 부영아파트 1차 우선분양이 시작됐다. 2015년 영주 입주자 모집 당시 34평 기준 임대보증금 1억 6천300만 원, 분양 예정 가격 1억 6천800만 원을 제시했으나, 1차 우선분양 전환 시 약 3천만 원이 인상된 가격을 통보했다. 그리고 현재는 2년 전보다 7천만 원이 더 올라 불과 6년 만에 1억 원이 인상된 상황이다.
권 위원장은 “이번 분양가는 지역 주민들에게 지나치게 큰 부담”이라며 “부영아파트가 서민을 위한 임대아파트임에도 신축 아파트의 분양가와 비슷하게 책정된 점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민들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었던 그는 주민들의 뜻에 따라 임차인 대표직을 맡아 주민들을 대변하고자 적극적으로 나섰다. 권 위원장은 “경북 공동주택 품질점검단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부영아파트의 품질과 하자보수 처리에 대한 문제점이 더욱 뚜렷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하자보수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높은 분양가를 제시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대전에 위치한 안전진단전문기관에 찾아가 아파트 상황을 설명하고 자문을 구하려고 했지만, 기관은 시공 당시부터 설계 계획대로 제대로 지었는지 감정을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약 1억 5천만 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답변만을 했다고 한다. 그는 “우리 아파트 주민들이 이런 큰돈을 십시일반 모은다고 해도 가당키나 한 금액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부영아파트의 높은 분양가는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임대아파트 분양 전환 과정에서 부영이 대금을 부풀려 청구한 혐의로 올해 초 대법원에서 부당 이득 판결을 받은 것이다. 권 위원장은 “2차 우선 분양 역시 주민들의 동의 없이 진행돼 행정적으로 제재를 받아야 하지만, 근거 자료가 부족해 난감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그는 부동산업을 하는 아파트 동대표의 도움을 받아 민간임대특별법 제44조 제2항에 따라 임대료 인상은 5%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고,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주민과 협의해야 한다는 규정을 찾아냈다.
이에 따라 권 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는 “임대료 인상도 주민과의 협의 규정을 두고 있는데 분양가 책정이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부영은 주민들과 약속한 하자 보수를 우선 이행해야 하며, 일방적인 분양가 책정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시청에도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항의했으며, 권 위원장은 다른 위원 4명과 함께 부영 본사를 방문해 간담회를 열기도 했으나 협상은 결렬됐다.
지나친 고분양가로 인해 뭉친 주민들
“비상대책위원회도 2차 우선분양 공고가 나오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결성된 것”이라고 밝힌 권 위원장은 “지난 9월 3기 입주민 대표 자리가 공석이 되자 주민들에게 출마를 권유해 4기 동대표를 선출하고, 본격적으로 비대위 활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3기 동대표로서 계속해서 주민들을 대표해 활동해 오고 있었는데, 부당한 임대료 상승에 투지가 불타오른 것이다. 실제로 그는 분양가 조정을 위해 본사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2천만 원 정도의 사비를 들일 만큼 헌신적이었다. 덧붙여 4기 동대표를 맡은 이들도 모두 3기 동대표로 활동했던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주민들이 좀 더 관심을 갖고 힘을 합쳐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권 위원장이 요구하는 것은 세 가지이다. 고액의 우선분양 철회, 분양 단가 감정 방식 개선, 그리고 하자 보수 방식의 개선이다. 그는 “인구 소멸 문제로 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도 부영 사태를 외면하는 것은 정주 인구를 늘리려는 정책에 반하는 일”이라며 “정주 여건을 개선해야 지역 발전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계속해서 서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부영 주민으로서 목소리를 키워 외칠 것”이라고 의지를 다지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영주시에서도 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시민들이 합심해서 한 목소리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이번 부영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간절함을 보였다. 비대위를 비롯한 부영아파트 주민들의 움직임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 위원장은 “하자 미보수와 부당한 분양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북도와 국토부에 민원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영주시와 시의회, 도의원들이 부당한 분양가 산정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처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하자보수 문제와 분양가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인 항의와 집회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거는 지역 주민의 삶의 터전이자 공동체의 중요한 기반이다. 특히 공공 임대주택 정책은 더 많은 이들에게 안정된 거처를 제공하기 위해 시행되는 만큼, 저소득층과 주거 약자를 포함한 모든 주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진정한 지역 발전의 초석이 된다.
기업과 지자체가 주민들의 의견에 진정으로 귀를 기울이고, 실질적인 하자 보수와 함께 공정한 분양가를 책정해 소외된 이들을 배려할 때, 주민들은 더욱 큰 신뢰와 만족을 느끼며 지역사회를 이끌어 갈 수 있다. 이번 부영아파트 분양 사태는 단순한 기업과 주민 간 갈등을 넘어, 지역사회 전체의 상생과 공공주택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