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소백산의 봄』 출간 기념…공연·낭송의 문학축제
장수한방병원 설립자, 문학으로 ‘작은 자의 케어’ 실천
출판 수익금은 베트남 다문화가정 위해 전액 기부

소설 ‘소백산의 봄’을 펴낸 김덕호 박사가 출판기념 북 콘서트를 열고 시민들과 따뜻한 문학의 밤을 나눴다.

김덕호 박사의 출판기념 북 콘서트는 지난 20일 오후 6시 영주시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1층과 2층 500석을 가득 메운 이날 행사에는 유정근 영주시장 권한대행, 임종득 국회의원, 박성만 경북도의회의장, 김병기 영주시의회의장을 비롯한 임병하 도의원, 김진영·권영창 전 영주시장, 조창현 전 부시장, 윤상순 영주시산림조합장, 권영순 영주새마을금고 이사장 등 지역 주요 기관·단체장과 시민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번 북 콘서트는 단순한 출판을 알리는 자리를 넘어 문학을 기반으로 한 치유와 공감의 장으로 꾸며졌다. 소설 속 인물처럼 ‘작은 자의 케어’를 실천해온 김덕호 박사의 삶이 공연과 낭독, 시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됐다.

# 문학과 예술 어우러진 무대…‘계향초’ 시 낭송, 명창·중창단 무대도

행사 무대에는 다양한 공연이 어우러졌다. 유명숙 명창과 제자들이 ‘뱃놀이’, ‘방아타령’, ‘한오백년’ 등 민요를 불러 흥을 돋웠고, 전 대전MBC악단장 출신 김진권 가수가 ‘내 사람이여’, ‘우리는’ 등 가요를 불러 박수를 받았다. 혼성중창단 ‘나비물 싱어즈’는 ‘오 솔레미오’, ‘아이브리브’ 등 성악곡으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날 축사 대신 무대에 오른 임종득 의원은 서정주 시인의 시 ‘국화 옆에서’를 낭송했고, 원로 시인 박영교 선생은 김덕호 박사의 삶과 문학 세계를 소개했다. 영주문인협회 김점순 시인은 자작시 ‘소설 소백산의 봄을 위하여’를 낭송했고, 가흥초 6학년 배석현 어린이는 김 박사의 시 ‘계향초(엉겅퀴)’를 또렷한 목소리로 낭송해 큰 박수를 받았다.

전 영주연극협회 지부장 나진훈 씨는 소설 수록작 『소백산의 봄』 중 「명의 이석간의 나라사랑」 한 대목을 낭독하며 연극적 몰입을 이끌어냈다. 단순한 낭독을 넘어 마치 모노드라마를 보는 듯한 생생한 무대였다.

# “이 자리는 시민과 나눈 인사의 자리…수익금은 다문화가정에”

무대에 오른 김덕호 박사는 “오늘은 마치 칠순 잔치를 치른 것 같다. 직원들이 열어준 자리이며, 영주시민 여러분께 단편소설로 인사드리는 자리”라고 인사했다.

이어 대학 시절 황순원 교수를 사사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황순원 선생님께서 ‘의사는 머리보다 가슴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말씀이 제 삶의 중심이 됐고, 의술뿐 아니라 글로도 사람을 위로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소설을 쓰면 ‘소나기’의 반쯤은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그 꿈은 결국 접었다. 할아버지께서 ‘그러려면 집을 나가라’고 하셔서 아직까지 집 안 나가고 있다”고 덧붙여 객석에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그는 “이번 출판기념회에서 발생한 모든 수익금은 베트남 다문화가정을 위해 쓰겠다”고 밝혀 박수를 받았다.

# 『소백산의 봄』은 어떤 책인가

이번에 출간된 소설집 『소백산의 봄』은 총 6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됐다. 「계향초(엉겅퀴)」, 「명의 이석간의 나라사랑」, 「목도리」, 「소백산의 봄」, 「외딴방 할머니와 소녀의 사랑 이야기」, 「황혼의 미소」 등이다.

대표작인 「계향초」는 “어머니는 엉겅퀴의 삶을 살아왔다”는 문장처럼, 척박한 삶 속에서도 가시를 품고 살아가는 존재들을 통해 생의 존엄과 모성의 위대함을 그렸다. 각 작품은 죽음과 구원, 상처와 회복, 모성과 용서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인간의 내면을 따뜻하게 들여다본다.

김 박사는 이 소설들을 ‘문학으로 실천하는 위로의 기록’이라 표현했다. 특히 그는 병상에서의 고통과 회복 경험, 의료현장에서 만난 약자들에 대한 연민과 책임감을 문학으로 옮겨, 이 책을 통해 작지만 강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 한의사에서 작가로…30년 지역복지의 길 걷다

김덕호 박사는 영주 출신으로 경희대학교 한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경희대 한의대 교수로 재직하던 중 서울 난지도 쓰레기매립지에서 의료봉사를 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이후 교수직을 내려놓고 의료 취약지역인 달동네에 내려와 복지 공동체 설립에 뛰어들었다.

1990년대 초 영주 꽃동산에 장수한방병원을 설립한 이후, 영주시립노인요양병원, 봉화요양원, 봉화노인복지센터 등을 세우며 30여 년간 지역의료 복지 기반을 구축했다.

현재는 동양의학연구원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의료와 문학을 접목한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2011년 수필 부문, 2012년 소설 부문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입문했다.

김덕호 박사는 “내가 받은 위로를 이제는 나누고 싶다”며 “지쳐 있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우리 함께 인정 넘치는 건강한 사회를 꿈꾸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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