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이 만난 고향사람[42]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장병준 학장

자주 만나는 선배 중에 한 사람인 에이텍의 신승영 사장은 평소 마라톤으로 체력을 단련하는 기업인이다. 그런데 지난 연말 동문회 송년모임에 갔다가 장달원 변호사를 만났더니, 건국대 장병준 교수도 마라톤을 즐긴다고 하기에 흥미를 느껴 다음날 아침 전화를 걸었다.

점심이나 같이하자는 말에 오전 11시경에 연구실로 찾아갔다. 약간은 마른 것 같은 얼굴에, 상경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된장 냄새나는 푸근한(?) 인상의 건국대 수의대학장 장병준(49) 교수를 만났다. 운동을 즐겨서 그런지 건강미 넘쳐 보였다.

▶학사관리 철저한 깐깐한 교수님

그가 마라톤을 시작한 것은 2001년부터라고 한다. 지금까지 완주기록증을 30여장 받았고, 기록도 2시간 50분대로 과히 프로선수급이다. 마라톤을 하게 된 동기를 물어보니, “마라톤을 하면서 일을 구상하기도 하고 정리하곤 한다. 또한 화를 풀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하고 정서적으로도 안정감을 주며 건강에도 좋은 편이다. 그래서 마라톤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마라톤으로 恨을 푼다’는 그의 말이 철학적으로 들리기까지 했다.

“저는 지난 30년 동안 오로지 수의학을 위해, 대학과 저 자신을 위해 일을 해왔습니다. 학문에 대한 원칙과 소신, 그리고 학장으로서의 역할, 교수 학생들 간의 인화, 단결 등의 임무를 수행하다 보니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것을 전부 마라톤으로 풀고 있습니다. 옷만 갈아입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능한 것이 마라톤이라 늘 달리게 됩니다.”

마라톤을 통해 자신의 심적인 어려움을 풀고, 해소한다는 그는 철저한 원칙과 소신을 가진 교수로 보였다. 인터뷰 도중에 시험성적이 나쁘다고 재시험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학생이 찾아왔지만, 그는 “이번에 F를 받아 두 번째 낙제를 하게 되지만, 수의사로서의 기본적인 소양에 관한 과목이기에 재시험을 실시할 수 없으며, 다시 수강하라”라고 강경하게 말했다.

웃으면서 “재시험 보게 해주라”고 부탁을 했더니 “이번 학기에 31명이 F를 받았다. 수의학의 기본적인 과목으로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학점을 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건국대 수의대는 서울대 다음으로 성적이 우수하고, 능력이 있는 학생들이 입학을 하게 되는데, 그들을 실력 있는 수의사로 길러내는 것이 교수의 역할이기 이전에 선배로서 자존심의 문제임으로 쉽게 학점주거나, 노력하지 않고도 졸업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 주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이런 깐깐한 젊은 학장이 있기에 건국대 수의대가 명문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축구와 달리기 즐긴 만능스포츠맨

장수초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초등학교 시절에는 늘 강변에서 수영이나 달리기를 하면서 보내다가, 영광중학교에 입학을 하고는 매일 수업을 마치고는 축구로 시간을 보낸 축구광이었다.

“기차 통학을 하다 보니 기차시간이 되기 전까지는 늘 축구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지요. 공부는 영어, 수학만 열심히 했고, 방학 때는 농사일을 거들면서 바쁘게 보냈지만, 학교를 다닐 때는 늘 축구를 즐겼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축구를 즐겼는데, 고1 때 교내체육대회에서 우연히 출전한 마라톤을 완주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 마라톤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때 완주에 대한 기억이 오래도록 제 머릿속에 남아 있었거든요.”

교수로 마라토너로 열심히 살고 있는 그는 지난 2005년 3월 최연소 수의대학장으로 취임을 했다. 영광고를 졸업할 당시에 상대진학을 원했던 그는 부모님과 주변의 권유로 학비와 기숙사비, 식비 등이 전액 무상 지원되는 조건의 건국대 수의학과에 진학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대학을 졸업했다. 중도에 약간의(?) 방황을 하기도 했지만, 수의학 연구자가 평생의 길임을 인지하고 모교의 교수로 남았다.

“대학 시절에 상대 진학에 대한 꿈을 접지 못해 잠시 고민을 하기도 했고, 졸업 후 의대의 교수급 조교(?)로 5년간 근무하면서 의대교수가 될 뻔 했던 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수의대 발전과 수의학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영주사람 모여 마라톤 동우회 만들죠?

30년간 수의학 발전과 모교의 수의학과를 위해 일해 온 그는 이번 3월이면 학장임기를 끝내고 본격적인 연구교수로 돌아가게 된다. 지난 2년간 연구보다는 학장으로서 임무에 충실했던 그는 이제부터는 마라톤과 함께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인지 방학인데도 매일 같이 연구실로 나와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모습이 더욱 좋아 보였다.

최근 그는 나이가 들면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고향과 동문회에 대한 생각도 다시금 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동안 정말 소홀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향우들, 혹은 동문들 중에 마라톤에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동우회를 만들어 달리고 싶다고 했다.

우선은 이번 3월 동아마라톤에 출전하는 사람이 있다면 모두가 뭉쳐서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달리면서 고향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우애도 다지는 기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참 재미있는 발상이다. 영주인들의 마라톤동우회 출범을 기대해 본다.

늘 학교와 학문을 위해 일해 온 그에게 친구는 많지 않지만, 초등학교 동창인 최근서 변호사, 중학교 동창인 경북전문대학 박창규 교수, 성공회대학 김동춘 교수, 한겨레신문 송우달 기자, 개인 사업을 하는 유시봉씨, 장백규 변호사, 고등학교 동창인 수FC한국교자 조병휘 대표이사 등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가족은 20년 전에 결혼한 충북 음성 출신의 부인과 1녀1남을 두고 있으며, 서울시 강동구 둔촌동에 살고 있다.

(장병준 교수 연구실 전화 : 02-450-3711, 휴대전화 011-9945-3711)

<장병준 교수 프로필>
■ 현직 :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학과 정교수(수의조직학 전공)현 수의과대학 학장
■ 생년월일 : 59년 2월 25일
■ 학력 : 장수초등학교- 영광중- 영광고- 건국대학교 수의학과 학사, 석사, 박사
■ 경력 : 건국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조교(1986-1991)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학과 강사(1991), 조교수(1993), 부교수(1997), 정교수(2002)
동물자원연구센터 행정실장(1996-1999)
한국실험동물학회 평의원(1997-)
대한수의학회 편집위원(1999-)
영국 Edinburgh대학 연구년 교수(1999-2000)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학과 주임교수(2000-2002)
건국대학교 수의과학연구소장 (2003-)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학장 (2005- )
■ 취미 : 마라톤, 축구
■ 가족 : 부인, 고교생 딸 1명, 중학생 아들 1명
■ 집 : 서울시 강동구 둔촌동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