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장씨 녹야당 장진(張晉)의 시대와 삶
남양홍씨 화포 홍익한(洪翼漢)의 생애와 척화론
선성김씨 오수 김강(金鋼)의 춘추대의와 가문 의식
영주시가 조선 선비문화의 중심지로서 정체성과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영주시가 주최하고 부용계(芙蓉契.도유사 금춘)가 주관한 ‘제4회 영주 선비정신 확립 학술대회’가 지난 14일 영주상공회의소 3층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유정근 영주시장 권한대행, 박성만 경북도의회 의장, 김병기 영주시의회 의장, 송홍준 전 소수서원장, 이벽호 유도회장, 박찬극 효문화진흥원장, 김교윤 제민루 도유사, 허현무 남한산성 현절사 도유사, 이단우 전 도유사, 부용계 문중 후손들과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개회식은 부용계 송무찬 총무유사의 사회로 시작됐으며, 국민의례에 이어 금춘 도유사의 개회사, 유정근 부시장과 박성만 도의장, 김병기 시의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이어 송치욱(인제대), 허태용(충북대), 김종구(경북대) 발표자의 소개가 진행됐다.
부용계는 1509년(중종 4) 조선시대 생원과 진사들이 중심이 돼 결성한 사마소(司馬所)를 기원으로 한다. 1555년(명종 10) 퇴계 이황이 부용대에서 시회(詩會)를 열며 계의 전통을 정립했으며, 이후 후손들이 계를 이어오며 선비정신을 계승해 오고 있다. 현재는 27개 문중, 55인의 선비를 중심으로 계통이 정리돼 있다.
이번 학술대회는 55현 중 △남양홍씨 녹야당 장진 선생 △단양장씨 화포 홍익한 선생 △선성김씨 오수 김강 선생 등 3현을 집중 조명하며, 각 인물의 삶과 사상, 시대적 역할을 탐구하는 자리가 됐다.
송치욱 인제대 연구교수는 제1주제 ‘녹야당 장진의 시대와 삶’을 통해 『감모록(感慕錄)』을 중심으로 장진의 생애와 영주 정착 배경, 교유 관계, 처사로서의 삶 등을 조명했다. 장진은 영주의 남양홍씨 문중 인물로, 학문과 실천을 중시한 인물로 평가된다.
허태용 충북대 교수는 제2주제 ‘화포 홍익한의 생애와 척화론’을 발표하며 병자호란 당시 조선의 외교·정치적 혼란 속에서 홍익한이 주장한 척화론과 절의 실천을 분석했다. 홍익한은 1586년생으로, 1637년 병자호란 당시 의리를 저버릴 수 없다며 척화를 주장하다 순절한 인물이다.
김종구 경북대 전임연구원은 제3주제 ‘오수 김강의 춘추대의와 가문 의식’을 통해 김강이 남한산성에 공자·맹자의 위패를 봉안했던 ‘춘추대의’ 실천 중심 인물임을 밝히고, 유교적 효와 충, 가문 중심 윤리의식을 현대적으로 재조명했다.
주제 발표 후에는 각 문중 후손과 발표자 간의 질의응답과 종합토론이 이어졌으며, 내년도 학술대회에 참여할 문중 협조 요청 후 폐회됐다.
금춘 도유사는 “부용계는 단순한 학문 모임이 아니라, 선비정신을 실천하며 지역 사회 교화와 행정에도 기여한 유서 깊은 계”라며 “오늘 학술대회는 장진, 홍익한, 김강 선생의 삶과 정신을 통해 선비정신의 본질을 되새기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유정근 시장 권한대행은 “선비도시 영주의 정체성을 지켜 온 부용계의 학문적 전통은 우리 지역의 가장 큰 정신문화 자산”이라며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지역 인문자산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교육·문화·관광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선비정신은 단지 과거의 유물이 아닌, 오늘날 우리 사회에 필요한 공동체 정신과 책임의식의 뿌리”라며 “지속적인 연구와 사업을 통해 선비정신을 지역 정체성의 중심으로 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