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영주역사인물학술대회…선비정신의 현대적 가치 다시 짚어
김담 형 김증·퇴계 처외조부 문경동·5형제 문과급제 김대현 재조명
영주문화원(원장 김기진)이 주최한 제17회 영주역사인물학술대회가 지난 7일 영주상공회의소 3층 강당에서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는 영주를 대표하는 조선시대 학자 세 사람의 생애와 사상을 조명하고, 그 속에 담긴 지역 인문정신의 가치를 재해석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김백 영주향교 전교, 이벽호 성균관유도회 영주지부 회장, 금동률 전 영주향교 전교, 전규호 시의원, 김태화(선성김씨 김증 후손) 종손, 김기연(풍산김씨 김대현 후손) 종손, 김상섭 우리한글박물관장 등 지역 인사와 시민 100여 명이 참석했다.
사회는 방송인 김선영씨가 맡았으며, 국민의례에 이어 내빈소개, 발표자 및 토론자 소개, 김기진 원장의 대회사, 김백 전교의 축사 순으로 진행됐다.
김기진 원장은 대회사에서 “이번 학술대회는 회송헌 김증, 창계 문경동, 유연당 김대현 세 분의 삶을 새롭게 조명하는 자리”라며 “영주의 인문학적 뿌리를 돌아보고, 선비정신의 현대적 의미를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백 전교는 “삼판서고택의 두 번째 판서 김담의 형님인 김증 선생, 퇴계선생의 처외조부 문경동 선생, 그리고 다섯 아들을 모두 문과에 급제시킨 김대현 선생의 학문과 인품을 기리는 자리가 돼 기쁘다”며 “이분들의 정신이 영주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훈민정음의 토대 세운 김증”…조선 초 언어정책의 숨은 주역
학술대회는 세 차례의 주제 발표로 이어졌다. 첫 번째 주제는 세종국어문화원 김슬옹 원장이 맡았다.
김 원장은 ‘음운학자 김증의 운서 편찬 기여와 조선 초기 언어 정착에서의 위상’이라는 제목으로, 김증의 학문적 성장과 언어 연구 업적을 심도 있게 분석했다.
그는 “김증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이전부터 「홍무정운역훈」과 「동국정운」 편찬에 참여하며 조선 초기 표준어 체계를 확립한 학자”라며 “그의 연구는 국어 정립의 초석을 다진 중요한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김증이 당대의 정치·언어적 흐름 속에서 언어의 통일과 백성 교화를 위한 실천적 지식인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 “시로 세상을 노래한 문경동”…퇴계의 인척이자 인문학자
두 번째는 동양대학교 강구율 교수가 ‘창계 문경동의 생애와 시부의 세계 연구’란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강 교수는 문경동의 생애를 비롯해 그의 시문 속에 담긴 사상적 깊이를 다각도로 조명했다.
특히 그는 “창계 문경동은 퇴계 이황의 처외조부로, 휴천동 초곡(사일)마을을 본거지로 삼아 문학과 인문학을 실천한 선비”라며 “누정시, 영회시, 관아시, 영사시 등에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문경동의 부(賦) 작품에 담긴 자기수양과 경계심, 역사 인식이 후대 문학사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며 “그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자신을 성찰한 지성인”이라고 말했다.
# “붓으로 싸운 김대현”…전란 속 지식인의 길
세 번째 발표는 국립경국대 퇴계학연구소 황만기 교수가 진행했다. 그는 ‘전란의 시대, 붓으로 싸운 유학자 김대현’이라는 주제로 김대현의 생애를 조명했다.
황 교수는 “김대현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격변기를 살며 붓으로 세상을 지키려 했던 지식인”이라며 “그의 행년기와 가장(家狀)은 단순한 자서전이 아니라 혼란의 시대를 견딘 도학자의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또 김대현이 다섯 아들을 모두 문과에 급제시켜 학문의 가풍을 이어갔으며, 이산서원 원장으로 후학을 양성한 사실도 소개했다.
# “선비정신, 지역의 정체성으로 계승해야”
발표 후에는 김태환 영주향토사연구소장이 좌장을 맡아 종합토론을 이끌었다.
김호덕 봉화향토문화연구소 연구위원과 이정화 동양대학교 교수 등이 참여해 발표자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동안 객석에서도 시민들의 관심이 이어졌다.
김태환 소장은 “세 인물은 모두 시대적 위기 속에서 학문과 실천을 통해 도덕을 세운 사람들”이라며 “이들의 삶이 오늘날 영주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고 정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