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

                               - 송찬호

 

비누가 단단히 토라졌다

굳어 있다

꽉 쥔 주먹 같다

이럴 땐 얼른 비누의 기분을 풀어주어야 한다

물로 살살 달래며

손으로 비누를 비빈다

비누가 풀린다

벌써 거품이 인다

비누의 옆구리를 살살 간질이니

비누가 깔깔 웃는다

 

- 조화의 호흡

딱딱하게 “굳어 있”던 비누가, 하루에도 몇 번씩 쓰다듬는 손길을 만나다 보면 기분이 풀리고 맙니다. 비누는 비누대로, 손길은 손길대로 고유한 무늬와 특성이 있잖아요. 그러나 이 둘이 교감하면서 이루어지는 그것은 상상 이상입니다.

비누의 기분을 푸는, 이 쉬운 방법을 사용하면 토라진 무엇이든 녹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싸고 달래고 연하게 비비고 간지럼을 태우다 보면 딱딱했던 표정도 생크림처럼 부드러워진다니까요. 얼굴을 씻으며, 손과 발을 닦으며 익힌 습관만으로도 세상을 “깔깔 웃”게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신나는 처세법인지요.

생뚱해진 가을이 엉거주춤 발을 빼기 시작하면 겨울이 단단해집니다. 비누의 미래가 강함이 아니듯이 겨울의 미래도 강추위가 아니잖아요. 생각이 많아지면 사는 일이 무거워지고, 가끔은 제 발에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는데요. 비누와 맞닿는 시간을 간질여 또 한 번 가뿐함을 먹어봅니다. 이 동시를 읽는 독자의 살갗도 몽글해지길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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