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아영-시를 읽으면서 나를 되돌아본다는 뜻입니다
추석
- 권선희
아고야, 무신 달이 저래 떴노
금마 맨키로 훤하이 쪼매 글네
야야, 지금은 어데 가가 산다 카드노
마눌 자슥 다 내뿔고 갔으이
고향 들바다 볼 낯빤디기나 있겠노 말이다
가가 말이다
본디 인간으로는 참말로 좋았다
막말로 소가지 빈 천사였다 아이가
그라믄 뭐 하겄노
그 노무 다방 가스나 하나 잘못 만나가 신세 조지 삐고
인자 돌아 올 길 마캐 일카삣다 아이가
우찌 사는지럴
대구빠리 눕힐 바닥은 있는지럴
내사 마 달이 저래 둥그스름 떠오르믄
희안하재, 금마가 아슴아슴 하데이
우짜든동 처묵고는 사이 읍는 기겠재?
글캤재?
- 안부의 간격
또다시 추석입니다. 누군가에게는 기다려지는 날이지만, 누군가에겐 시련이자 시험대일 수도 있을 텐데요. 가장 긴 연휴로 꼽히는 이번 추석은 그만큼 미담도, 잡담도 끓어오르겠죠.
올해도 고향 집 부엌에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로 모둠전을 부칩니다. 신변잡기에서부터 나라 걱정까지 이야기의 소재는 무궁무진합니다. 말들이 구워지고 튀겨지는 동안, 달은 몸피를 부풀리며 세상을 둥그렇게 비출 시간만 기다립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일까요? 이번 추석에도 소식이 없는 “금마”가 작년에 이어 또 생각나나 봅니다. 금의환향한 사람보다 패가망신인 그들이 더 생각나는 것 또한 명절 때니까요. 고향이 오히려 객지가 되어 “고향 들바다 볼 낯빤디기”조차 없는 “금마”의 심정은 몰라도, “처묵고는 사이” 소식이 “읍는 기”라고 믿는 마음이 눈물겹습니다.
“무신 달이 저래 떴”을까요? ‘사람이 그리워야 사람이다’라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이번 추석만큼은 배부름이 멍이 되어 후드득 지는 보름달은 아니겠지요? “글캤”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