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아영-시를 읽으면서 나를 되돌아본다는 뜻입니다

전학

                       - 박성우

 

잘못 배달된 자장면처럼

나는 팅팅 불어터져 간다

버스를 잘못 타서

허구한 날 지각을 해대고

심지어는 내가 몇 반인지도 헷갈린다

자장면 맛이 가게마다 조금씩 다르듯

친구들 말투도 좀 다르고

얼굴빛도 어딘가 모르게 다르다

새 학교는 낯선 것투성이여서

이유 없이 주눅이 들고

어떻게든 하루가 지나가기를 바란다

딱히 진도가 다른 것도 아닌데

 

모르는 게 더 많은 수업시간 내내

쉬는 종 울리기만 막막하게 기다린다

종 치기 무섭게 책상에 엎드린다

말을 거는 것도 걸어오는 말에 답하는 것도

다 귀찮아 그저 자는 척한다

학교에서뿐 아니라

집에 돌아와도 외톨이이긴 마찬가지,

골목과 건물과 집까지도 낯설다

대충대충 과제를 마친 후엔

밤마다 내일 학교에 갈 걱정만 한다

밤새 불어터져서는

까마득 먼 졸업 날짜만 세어본다

 

- 기회의 입구

본인의 의사와 상관이 있든 없든 낯선 환경에 던져지게 되면 심한 불안에 시달리게 됩니다. 강제로 그렇다면 불안은 배가 되겠지요. 이질적인 공간과 사람들 사이에서 적응의 길을 찾는 건 쉽지 않을 듯합니다. 그것도 성숙의 물이 한참 더 필요한 아이들이라면요.

“안녕? 난 어디에서 전학 온 누구야. 앞으로 잘 지내보자.” 이 한 마디가 두꺼운 책 한 권을 읽어내는 것보다 더 길고 힘들었던 기억 있으세요? “저기 자리 비었네. 일단 가서 앉아.” 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마주해야 했던 까만 눈동자들의 속궁리.

전학의 심정을 잘 드러낸 시를 읽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입니다. 전학 온 친구들의 심정이 오롯이 이해됩니다. 동시에 후회도 됩니다. 시를 통한 간접 경험이지만 ‘맞아, 그랬을 거야. 맞아, 더 따뜻하게 맞아줄걸’ 아쉬운 가득한 시간이 “불어터”집니다.

요즘은 부모의 이동으로 인한 전학보다 학생이 잘못을 저질러 강제전학 되는 일이 더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전학생을 받는 학교도, 새 친구들도 ‘쟤는 또 뭔 일을 저질러서 이리로 내쫓긴 거야?’하고 반가움보다 의심의 눈초리부터 보낸다네요. “잘못 배달된 자장면처럼”, 잘못 주입된 이념 때문일까요? 얼굴이 벌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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