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 (수필가)
축제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축제는 그 지역이 담고 있는 고유한 역사와 문화, 농특산물을 보여주는 창구로써 주민들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관광객들에겐 좋은 경험을 선사하는 교류 통로다. 더불어 그 지역의 문화적 가치와 전통이 특별한 매력으로 전달되는 하나의 플랫폼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축제의 면면을 살펴보면 특색 없이 획일화된, 지역의 정체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저 형식에만 치우친 축제들도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축제의 난립은 지역의 정체성을 흐리게 하며 그 본래의 취지마저 퇴색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축제를 설계할 때는 무엇보다 방향성이 중요하다. 지역축제가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면 막대한 예산 낭비는 물론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부정적 결과를 낳게 된다.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목적이 분명한, 기획 의도대로 흐트러짐 없는 운영이 중요하다.
지난해 김천에서 열린 김밥축제는 역발상에서 기획한 성공 사례다. 신규 축제가 필요했던 김천시는 지역경제를 살리고 관광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구상하던 중 MZ세대들에게 김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설문조사 했다. 뜻밖에도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이 김밥천국이었다. 김천과 김밥천국, 다소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MZ세대의 의견을 토대로 이에 착안해 축제를 기획한 것이다.
김밥을 주제로 한 이색 축제인 만큼 축제가 발표되자마자 SNS를 통해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다. 축제 예상인원은 2만 명이었으나, 다섯 배에 달하는 10만 명이 참여해 주최 측을 당황케 했다. 누구나 좋아하는 김밥을 김천 최고의 장소에서 개최함으로써 소풍을 온 것 같은 기발한 설계가 성공을 이끈 원동력이었다.
김천과 김밥천국은 전혀 개연성이 없음에도 그것을 모티브로 축제를 기획한 김천시의 도전을 우리는 눈여겨봐야 한다. 김천김밥축제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미디어 전파력이 빠른 MZ세대의 눈높이에 착안한 축제였기에 가능했다. 특히 포장 용기를 줄이고자 환경문제를 고려해 김밥 접시를 뻥튀기로 준비한 기발성은 환경까지 고려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축제의 가치를 한층 높였다. 축제 이후에도 관광객의 발걸음은 이어지고 있으며, 특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김밥까지 개발되고 있다고 하니 김천김밥축제의 앞날에 청신호가 켜졌음이다.
축제의 의미가 어떤 대상이나 분야를 주제로 벌이는 대대적인 행사인 만큼 주제의 선명성이 드러날 때 관광객의 걸음을 붙들 수 있다. 적당히 이름만 내건 축제라면 성공하기 어려울뿐더러 지역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게 된다. 축제는 단순히 일상의 피로를 풀어주는 시간이 아닌, 인간의 창의성과 공동체의 유대를 깊게 만드는 소통의 장으로서 지역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다 할 때 심리적 욕구도 충족시킬 수 있다.
지자체마다 축제를 개최하는 이유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 인물, 자연, 특산물 등 그 지역만이 갖는 차별화된 가치를 외부에 알림으로써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결국 지역의 정체성을 강화해 주민 화합을 통한 공동체 의식을 확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주제에 맞는 이야기가 있어야 하고, 그 이야기 속으로 몰입해 들어갈 매력도 있어야 한다. 축제는 그렇게 제 이름값을 톡톡히 해낼 때 지속 가능한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어느 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다른 축제장에서도 있을 법한 그런 행사가 아닌, 이곳이 아니면 안 되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그 지역만의 차별화된 콘텐츠가 만들어질 때 지역의 가치는 올라가며 지역민이나 관광객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다.
이제 축제는 온라인 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모든 세대와의 공유다. 각 세대가 어울려 다양성이 충족될 때 지속 가능한 지역 문화로서의 자리매김도 이어갈 수 있다.
교통의 발달로 전국이 일일생활권이 된 요즘, 사람들은 각지에 흩어져 있는 축제장을 맛집 투어하듯 찾아다닌다. 그렇게 찾아다니는 축제는 단순한 나들이를 넘어, 일상을 벗어난 새로운 활력이자 에너지다. 10월이면 우리 지역에도 풍기인삼축제, 무섬외나무다리축제, 영주장날 농특산물대축제가 열린다. 축제에 거는 기대는 지역민이나 관광객 모두에게 설렘과 기대를 안긴다. 지역축제가 나아갈 길이 무엇인지, 우리 모두의 관심이 모아질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