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아영-시를 읽으면서 나를 되돌아본다는 뜻입니다

               - 천양희

 

바람 소리 더 잘 들으려고 눈을 감는다

어둠 속을 더 잘 보려고 눈을 감는다

 

눈은 얼마나 많이 보아버렸는가

 

사는 것에 대해 말하려다 눈을 감는다

사람인 것에 대해 말하려다 눈을 감는다

 

눈은 얼마나 많이 잘못 보아버렸는가

 

- 눈을 되찾다

끊임없이 보고 듣고 말하는 게 우리네 일상입니다. 보이는 게 들리는 게 전부가 아닌데, 그것이 전부인 양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말하며 웃고 울곤 합니다. 눈과 귀와 입은 삼위일체가 되어 움직이며, 인간의 온갖 허사에 관여합니다. 어떨 땐 얇은 감칠맛으로, 어떨 땐 화끈한 매운맛으로요.

천양희 시인은 “더 잘 들으려고”, “더 잘 보려고” “눈을 감는다” 합니다. 또, 덜 말하기 위하여 “눈을 감는다” 합니다. 욕망과 절제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성찰을 했을까요? 수시로 손이 가는 가벼움을 집다가, 별미처럼 찾아오는 겸허함을 음미하는 시간이 쌓이면 “사는 것에 대해”서도, “사람인 것에 대해”서도 느긋할 수 있는 걸까요? 침묵과 지혜의 밥을 먹다 보면 지나치지도, 잘못 보지도 않을 눈이 깊게 자라는 걸까요?

가을은 눈의 각도를 기울게 합니다. 가슴까지 닿을 가장 먼 길을 자꾸 닦아 맑게 합니다. 그래서 아득했던 것들이 제집으로 돌아오게 합니다. 바람이 좋아지는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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