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아영-시를 읽으면서 나를 되돌아본다는 뜻입니다
눈
- 천양희
바람 소리 더 잘 들으려고 눈을 감는다
어둠 속을 더 잘 보려고 눈을 감는다
눈은 얼마나 많이 보아버렸는가
사는 것에 대해 말하려다 눈을 감는다
사람인 것에 대해 말하려다 눈을 감는다
눈은 얼마나 많이 잘못 보아버렸는가
- 눈을 되찾다
끊임없이 보고 듣고 말하는 게 우리네 일상입니다. 보이는 게 들리는 게 전부가 아닌데, 그것이 전부인 양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말하며 웃고 울곤 합니다. 눈과 귀와 입은 삼위일체가 되어 움직이며, 인간의 온갖 허사에 관여합니다. 어떨 땐 얇은 감칠맛으로, 어떨 땐 화끈한 매운맛으로요.
천양희 시인은 “더 잘 들으려고”, “더 잘 보려고” “눈을 감는다” 합니다. 또, 덜 말하기 위하여 “눈을 감는다” 합니다. 욕망과 절제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성찰을 했을까요? 수시로 손이 가는 가벼움을 집다가, 별미처럼 찾아오는 겸허함을 음미하는 시간이 쌓이면 “사는 것에 대해”서도, “사람인 것에 대해”서도 느긋할 수 있는 걸까요? 침묵과 지혜의 밥을 먹다 보면 지나치지도, 잘못 보지도 않을 눈이 깊게 자라는 걸까요?
가을은 눈의 각도를 기울게 합니다. 가슴까지 닿을 가장 먼 길을 자꾸 닦아 맑게 합니다. 그래서 아득했던 것들이 제집으로 돌아오게 합니다. 바람이 좋아지는 계절입니다.
영주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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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는다'
똑같은 행위라 할지라도 목적이 다르니 같은 단어이지만 우리말 속에는 인간의 여러 감정과 욕구가 담겨 있네요.
시를 읽고나서 길을 가다 광고에 적힌 '영원'이라는 단어를 보았습니다. "어쩌면 영원은 존재할 수 없기에 염원 속에서 탄생한 단어이진 않을까?, 아름답고 초월적인 표현에서 자주 쓰이지만 그 단어 자체는 불가하니 부정의 뜻을 내포하고 있구나, 우리는 영원을 극복할 수 없으니 그것을 흉내내면서 사는구나.."
오랜만에 사색을 하게끔 해주셨네요. 눈을 감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하게 한 뒤 다시 눈을 떴습니다. 어른이 되어 일상 속에서 갑자기 하늘이 보고 싶어진 느낌
오랜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