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선 도심 구간 이설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됐다. 최근 열린 타당성조사 중간보고회에서는 고가화, 지하화, 그리고 선로의 전면 이설 세 가지 안이 검토됐고, 그중 ‘전면 이설’이 가장 적절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한다.

보고서에서 이설안을 택한 주된 이유는 ‘도심 분단 해소’와 ‘지역 간 연결성 회복’이다. 언뜻 보면 타당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그 결정은 영주의 도시구조와 경제, 관광, 철도 정책의 흐름을 모두 거스르는 선택일 수 있다.

우리고장 영주는 경북 북부에서 유일하게 철도 3개 노선이 만나는 교통 요지다. 그러나 수도권과 달리 광역버스망도, 대체 교통수단도 부족한 현실에서 철도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시민의 발이자 도시의 동맥이다. 특히 도심을 통과하는 철도는 그 자체로 도시를 잇는 길이고, 외부 인구를 끌어들이는 통로다.

그런데 지금 그 ‘길’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도시의 중심 기능을 외곽으로 밀어내고, 구도심을 텅 비게 만들 가능성은 왜 고려되지 않는가. 전국 많은 중소도시들이 과거 같은 선택을 한 뒤 지금 어떤 결과를 맞고 있는가.

한때 철도를 외곽으로 이설했다가, 수십 년이 지나 다시 도시철도를 도입하려 애쓰는 부천, 김포, 화성 같은 도시들의 사례를 되짚어봐야 한다. 한 번 철거한 선로는 사실상 다시 깔 수 없다.

최근 전현우 서울시립대 연구원과 박종선 전 영주지방철도청 본부장이 제안한 ‘영주 1호선’ 구상은 주목할 만하다. 봉화~영주~예천~도청신도시를 잇는 2량 전동차 광역전철은 기술적으로도, 운영비 측면에서도 충분히 현실 가능한 안이다. 이미 전철화가 완료된 영동선과 예정된 경북선을 활용하면 추가 인프라 투자 없이도 운행이 가능하다.

이 노선은 단순한 교통망을 넘어 도심과 농촌을 잇는 생명선(lifeline)이 될 수 있다. 도심 선로 곳곳에 소형 전철역을 설치하고, 낙동강 수생태 국가정원·영주동 문화의 거리·원당로 오일장 등 주요 거점을 연결하면, 영주는 철도가 도심으로 관광객을 데려오는 전국 유일의 도시가 될 수 있다. 일본 도야마시가 도시철도 활용으로 ‘살아 있는 도심’을 만들었듯, 영주도 그 모델을 따를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제안은 현재 논의 중인 국가철도망 계획과도 직결된다. 국토부가 준비 중인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는 ‘중부권 동서횡단철도’와 ‘도청신도시 연계 노선’이 포함돼 있다. 이 노선들이 영주를 지나기 위해서는 영주역이 철도 중심지로 기능하고 있다는 ‘명분’과 ‘실체’가 있어야 한다. 도심 선로를 없애는 순간, 그 명분도 함께 사라진다.

시민의 일상을 살펴보자. 청소년은 시내에서 학교를 다닌다. 어르신은 병원과 시장을 자주 찾는다. 외지인들은 도심을 중심으로 숙박과 관광을 한다. 이러한 일상의 중심을 선로에서 떼어놓으면, ‘철도 없는 시내’, ‘사람 없는 구도심’이라는 두 가지 악순환이 동시에 닥칠 것이다.

이제 영주는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도심의 철도를 ‘장벽’으로 보고 걷어낼 것인가, 아니면 ‘기회’로 보고 활용할 것인가.

철도는 ‘흘러가는 길’이자, ‘이어주는 길’이다. 그 길을 없애지 말고, 우리 지역을 다시 잇고 살리는 길로 바꿔야 한다. 철도는 철거가 아니라, 활용의 대상이다. 선로를 버리는 순간, 영주의 미래도 함께 놓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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