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아영-시를 읽으면서 나를 되돌아본다는 뜻입니다
손전등
- 김경미*
나의 운동은
하루에 한두 번씩은 꼭 어두워지기
어둠은
헬스클럽처럼
아령처럼
근육을 키워 주는데
하필 그 시간에 자꾸 불러 내려는 당신은 누구신지
운동을 중단하면
건강을 잃을 텐데
자꾸 어두운 체육관 쪽으로
손전등 켜 들고 다가오려는
당신은 누구신지
- 침잠의 시간
온갖 밝음이 유혹해도 “나의 운동은/ 하루에 한두 번씩은 꼭 어두워지기”라고 툭 던져 버린 채 든 침잠의 시간이 쌓이면요, 내 존재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게 될 것입니다. “네가 아니면 안 된다는 한마디/ 고독 같은 유일함”(김경미의 다른 시-「자유론」 일부)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손전등도 그랬던 거 같습니다. 잊히고 희미해져도 상관없는 것들 사이에서 손전등은 자신의 존재를 위해서 꼭 필요한 고민을 시작합니다. 고독 같은 반어와 역설이 겹치는 사이, 손전등은 나를 맞닥뜨리고 또 다른 나는 손전등을 맞닥뜨립니다. 그 순간 서로가 구원을 시작합니다. 반짝이는 속내를 양보합니다.
손전등 같은 소박한 존재의 위대함은, 말할 것도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것에 있겠지요. 그렇게 어둡고 깊은 침잠의 시간을 조용히 견뎌내는 것이겠고요. 자꾸 “다가오려는/ 당신”과의 밀당 대신, 나는 나 대로 너는 너대로 필요한 근육을 만들면서요. 그런 고유성으로 잘 나 버리면 그만입니다. 고수의 한칼처럼요.
*필자와 동명인 아주 유명한 시인.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영주시민신문
okh7303@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