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의 위기가 심각하다. 인구는 급격히 줄고, 고령화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병원과 약국, 미용실과 슈퍼 같은 생활 기반조차 무너지고 있다. 경북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소멸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영양·의성·상주·문경·영주 등 곳곳이 소멸위험 상위권에 올라 있다. 농촌은 더 이상 ‘살기 불편한 곳’이 아니라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곳’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일 영주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농어촌 기본소득 간담회에서 드러난 수치는 충격적이다. 불과 3년 만에 농어촌 인구가 20만 명 줄었다. 원래 10년 안에 줄어들 것이라던 수치가 3년 만에 현실이 됐다. 이대로라면 10년 뒤에는 75만 명이 사라진다. 이는 마을 단위 공동체가 통째로 없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농촌이 무너지면 식량 자급 기반이 흔들리고, 전통문화와 지역사회는 함께 붕괴된다.
문제는 분명하다. 소득이다. 도시와 농촌의 연간 가구 소득 격차는 3천200만 원에 이른다. 농촌에 사는 가구는 도시보다 그만큼 덜 번다. 청년들이 농촌에 머물 이유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노인 빈곤율은 더욱 심각하다. 농촌 노인의 빈곤율은 도시의 두 배에 가깝고, 80세 이상 고령층은 10명 중 7명이 빈곤 상태다. 소득 격차와 빈곤의 악순환이 농촌을 공동화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균형발전 정책은 이미 20년 넘게 추진됐다. 수십조 원을 투입했지만 거점도시 중심의 정책은 읍·면·리 단위의 붕괴를 막지 못했다. 시설만 지어놓고 정작 이용할 인구가 없는 상황이 반복됐다. 결국 병원과 상점이 사라지면 주민들은 도시로 이동하고, 그 과정에서 남은 지역은 더 빨리 무너졌다.
이제는 접근을 바꿔야 한다. 시설 투자가 아니라 주민의 소득을 직접 보장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소득이 있어야 소비가 일어나고, 소비가 있어야 지역경제와 생활 서비스가 유지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농어촌 기본소득이다.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의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2022년부터 모든 주민에게 월 15만 원을 지급한 결과 인구 감소 속도가 완화됐고, 골목경제가 살아났다. 매출이 늘고, 사라졌던 가게가 다시 문을 열었으며, 주민 공동체가 회복됐다. 비록 적은 금액과 제한된 기간이었지만 기본소득이 지역의 활력을 불러올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따라서 농어촌 기본소득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도시와 농촌의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최소 월 30만 원 수준은 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 제도를 시범사업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 일부 지역이나 일부 계층만 지원해서는 효과를 거둘 수 없다. 농어촌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해야 공동체와 지역경제가 유지될 수 있다.
법제화도 시급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흔들린다면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아동수당과 기초연금처럼 법으로 뒷받침돼야 안정적으로 시행된다. 농식품부 예산 안에서 통폐합할 일이 아니라, 행정안전부가 주무부처가 되어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예산도 확보하고 지자체와 협력도 가능하다.
농촌은 단순히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식량 주권을 지키고, 지역 균형 발전을 이뤄내며, 국가 공동체의 뿌리를 지켜내는 일이다. 농촌이 무너지면 결국 대한민국 전체가 무너진다. 이제는 미룰 시간이 없다. 농어촌 기본소득을 국가적 대책으로 삼아 지역 소멸의 파국을 막아야 한다. 지금이 바로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