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아영-시를 읽으면서 나를 되돌아본다는 뜻입니다
이따위, 라고 말하는 것들에게도
- 이수익
물이 스미지않을 적엔 스스럼없이
쉽게 떨어졌지만
그 몸에 물기가 점점 번져들자 종이 두 장은
마주 달라붙어, 서로를 견인하게 되었다.
축축해진 두 몸이 혼신으로 밀착하여
한 쪽을 떼어내자면 또 다른 한 쪽이
사생결단,
먼저 자신을 찢어놓으라는 것이다.
이따위 종이쪽지에도 이별은
고통 없이는 없나 보다.
- 쭈글쭈글 웃다
물 젖은 종이나 풀로 딱 붙은 물건들을 떼 내려고 하면 최소한 어느 한쪽, 웬만하면 양쪽 다 파손이 됩니다. 파손되면 그다음 정착지는 당연히 휴지통이겠지요. 그전에, 물 먹어 붙어버린 종이쪽지가 떨어지기까지 돌입한 사생결단의 최후가 너무 허무합니다. “이따위 종이쪽지에도 이별은” 이러한데 물 묻은 종이처럼 사람들도 얽히는 감정 앞에서는 어쩌지 못하는 걸까요?
그런데도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깃들인 들끓음과 정적에 밴 함성을 가만히 들어볼 줄 아는 사람에게, 이따위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요. 내 삶이 도무지 하찮아 보이고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 이 시를 새겨보면요, 너무나 흔하고 평범한 “이따위 종이쪽지”에서 또렷한 가르침을 받아요. 큰 고통인 이별조차 능청스러워진다니까요.
만나는 순간부터 이별도 시작됩니다. 어제도 그랬지만 내일도 그러하리라는 것을 아는 까닭에, 하찮고 비루한 이따위 저따위로 취급받는 순간에도 성장은 멈추지 않습니다. 문득 경건해집니다.
영주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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