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문화관광재단,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 운영
숙박·예절·놀이·음식·힐링…선비정신 오감으로 느껴
선비촌서 안빈낙도, 고요한 삶이 들려주는 느린 행복
차 한 잔, 별빛 한 줌…고택에서 만나는 진짜 ‘쉼’
조선 선비들이 살던 고택에서 하룻밤을 보내면 어떤 기분일까. 하루 일과를 책 읽기로 시작하고, 다도와 예절을 익히며, 정갈한 한 상을 마주하고, 달빛 아래 별을 세며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 영주 선비촌에서 그것이 현실이 된다. 이름하여 ‘안빈낙도 선비스테이’이다.
‘안빈낙도(安貧樂道)’는 가난함을 편히 여기고 도를 즐긴다는 뜻이다. 돈보다는 가치를, 사치보다는 절제를 택한 선비들의 삶이 깃든 말이다. 영주문화관광재단이 선비정신을 현대적 체험으로 풀어낸 이번 기획은 고택에서 직접 하룻밤을 보내며 선비가 되어보는 체류형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구경이 아닌, 전통을 ‘살아보는’ 경험이다.
(재)영주문화관광재단(이하 재단)은 문화체육관광부 계획공모형 지역관광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안빈낙도 새로보기·음미하기·유람하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7월부터 10월까지 영주시 순흥면 선비촌에서 열린다.
▲ 고택에 입촌한 하루, 진짜 선비를 만나다
선비촌의 고택에 들어서면 세상이 조용해진다. 당일형과 1박 2일형으로 구성된 선비스테이는 고택 입촌부터 시작된다. 참가자는 전통 복장으로 갈아입고, 사자소학과 명심보감 속 지혜를 따라 읽는다. 손수 화전을 굽고, 다식과 차로 예절을 배운다. 사물놀이 북소리와 전통매듭 키링 만들기까지, 몸과 마음으로 선비정신을 체험한다.
재단은 선비촌을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닌, 머물고 즐기며 배우는 살아있는 공간으로 기획했다. 특히 ‘고택에서의 하루’는 참가자들에게 색다른 인상을 남기고 있다.
▲ 선비의 하루, 만족도 95%로 증명
선비스테이에 참여한 이들의 만족도는 95%를 웃돌았다. 참가자 대부분이 “고택에서 머무는 특별한 경험”, “예절을 배우는 교육적 가치”, “가족과 함께하는 유익한 시간”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참가자는 “아이와 함께 선비예절을 배우며 진짜 ‘쉼’을 느꼈다”고 했고, 또 다른 참가자는 “삶의 속도를 늦추고, 조용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고 했다. 재참여 의향도 매우 높았다.
재단 관계자는 “이번 체험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우리 삶에 필요한 정신적 여유와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프로그램이었다”며 “앞으로도 영주만의 정체성을 담은 문화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 ‘안빈낙도’, 옛 선비의 삶에서 찾은 현대의 가치
‘안빈낙도(安貧樂道)’는 단지 옛말이 아니다. 한나라 학자 역양은 벼슬보다 학문을 택했고, “가난하지만 학문을 즐기니 이보다 행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말이 후에 ‘안빈낙도’라는 말로 전해지고 있다.
오늘날에도 안빈낙도를 실천하는 이들은 많다. 대기업을 떠나 농촌에서 자급자족하며 사는 사람,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청년들, 물질보다 가치 있는 일을 좇는 이들 모두가 현대판 선비다.
선비촌의 선비스테이는 그런 삶의 태도를 몸으로 느끼게 한다. 절제된 밥상, 고요한 밤하늘, 소리 없이 스미는 예절. 그것은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마음을 비우고 진짜 행복을 채우는 시간이다.
▲ ‘새로보기·음미하기·유람하기’, 선비정신을 입체적으로 풀다
‘안빈낙도’ 프로그램은 세 가지 테마로 구성돼 있다. ‘새로보기’, ‘음미하기’, ‘유람하기’가 바로 그것이다.
새로보기는 선비의 삶을 직접 보고, 입고, 함께 즐기는 시간이다. △‘선비스테이’를 비롯 △선비놀이 한마당인 ‘민속놀이 명인전’ △선비 복장 체험 사진 오픈 스튜디오 ‘선비네컷’ △조선 선비 일상 재현 프로그램 ‘영주 선비는 살아있다’ 등이 준비돼 있다. 특히 ‘민속놀이 명인전’은 윷놀이, 투호, 제기차기 등의 전통 민속놀이를 배우고 즐기면서 경쟁적 요소를 가미해 최고의 전통놀이 명인을 뽑는 프로그램이다. ‘선비네컷’은 선비를 상징하는 유건과 갓, 도포 등 전통복장을 착용하고 포토스테이션을 통해 즉석 인생사진을 찍는 체험이다. ‘영주선비는 살아있다’는 조선시대 영주선비로 분장한 연기자들이 펼치는 선비퍼포먼스와 선비행렬(풍물길놀이)이 진행돼 살아있는 선비촌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어린이와 가족 관람객, 젊은 세대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음미하기는 선비의 식문화와 지역의 맛을 함께 느끼는 프로그램이다. △명가명주 전통주 빚기 체험 ‘선비들의 술을 만나다’ △근사한 한끼 ‘선비의 밥상을 짓다’ △전통 플리마켓 ‘선비상회’로 구성돼 있다. 전통주 빚기체험인 ‘명가명주’는 소백산오정주 시음과 영주복숭아 및 사과막걸리 만들기, 향음주례 재현, 선비촌 막걸리 주막 등이 운영된다. ‘선비의 밥상을 짓다’는 빅마마 이혜정과 임성근 셰프가 참여하는 ‘절제의 맛, 선비밥상’ 쿠킹클래스로 10월 중 선비세상 쿠킹 스퓨디오에서 열린다. 지역특산물로 영주의 맛을 담을 예정이어서 기대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선비촌 곳곳에서 운영되는 ‘선비상회’는 9월부터 지역특산물과 청년작가들의 창작품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상생장터로 운영된다. 전통의 맛과 정서를 함께 즐길 수 있어 어르신과 외지 관람객의 관심도 높다.
유람하기는 선비가 자연에서 쉼을 찾았듯, 현대인도 그 쉼을 따라갈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이 운영된다. △명상전문가와 함께하는 ‘선비의 힐링’ △망원경으로 별자리를 보는 야간 체험 △전통 초롱 만들기와 화로구이 체험을 결합한 ‘빛과 불과 별이 머무는 시간’ 프로그램이 열린다. 선비의 힐링은 매주 토요일 소수서원 취한대에서 마음 수양 ‘선비처럼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 차와 사색 ‘차는 말보다 마음을 먼저’, 걷기와 호흡 ‘선비가 거닐던 사색의 길’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밤이 되면 선비촌은 또 하나의 세상이다. 해가 지기 전 곳곳에 마련된 선비촌 한옥 배경의 인생샷 명소에서 사진을 찍고 ‘느슨한 저녁’프로그램에 참여해 초롱등에 소원을 적어 매달아 보고 갬프파이어 앞에서 라이브 음악과 별빛을 감상할 수 있다. 별이 쏟아지는 선비촌의 밤하늘 아래서 불멍을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여유는 덤이다.
선비촌의 밤을 감성적으로 채우는 이같은 유람 프로그램은 젊은 연인과 가족 단위 방문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 ‘조용한 혁신’, 선비촌의 새로운 실험
이번 안빈낙도 선비스테이는 단순한 관광이 아니다. 정신의 깊이를 체험하는 교육이자, 삶의 태도를 바꾸는 제안이다. 영주는 선비정신을 단지 전시하지 않는다. 그것을 ‘살게 한다’. 사람들이 머물고, 체험하고, 삶을 되돌아보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재단 관계자는 “앞으로도 영주의 고유한 콘텐츠를 통해 선비문화의 현대적 가치와 감성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참가 신청과 자세한 정보는 안빈낙도 누리집(yjanbinnakdo.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는 마케팅팀(☎054-630-97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