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아영-시를 읽으면서 나를 되돌아본다는 뜻입니다
학원 가는 길
- 박예분
빨간불이다
가던 길 멈추고
한발 물러서서 바라본다
건너편에서 친구가 손을 흔든다
나도 멋쩍게 손을 흔들어 준다
초록불이다
친구가 점점 다가오고
나도 친구에게 점점 다가간다
잘 가,
잘 가,
서로 다른 길을 향해 걷는다
뒤돌아볼 겨를 없이
- 말을 먹는 거리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가 진정 행복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아이들의 지식과 예의를 가르치기 위해서 부모와 윗사람들의 개입이 어느 정도 필요한 건 맞지만, 지나친 교육열로 아이들을 몰아붙이고 있지는 않나 생각해 봅니다. 빽빽하게 짜인 일정표만 따르다 보니, 친구를 만나도 깔깔깔 숨넘어가는 이야기의 물꼬는 고사하고 “뒤돌아볼 겨를 없이” 엇갈리며 지나치는 길이 싱숭생숭합니다.
학원 가는 게 끔찍이 싫어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서 눈물만 툭툭 흘리던 아이를 본 적이 있는데요, 저마다의 반짝임이 사라진 정형화된 학원 가방은 왜 그리 무겁게만 보이던지요. 학생은 공부가 본분이라는 말은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왜 가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지 못하고 가는 그 길은 과연 행복할까요?
서로를 알아봐 주고 인사하는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 가야 할(학원), 풀어야 할(문제집), 읽어야 할(도서) 거리도 중요하지만, 친구들과 함께해야 할 구부러진 골목 대신 말을 배불리 삼킨 반듯한 거리가 조금은 아쉬운 세상입니다. “잘 가, / 잘 가,”라는 짧은 인사만 때맞춘 위로처럼 교차합니다.
영주시민신문
okh7303@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