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행정·무력한 제재…결국 피해는 도민 몫
성능 기록 미고지, 영업정지 중 거래, 탈세까지

경북도가 최근 중고차매매업 실태에 대한 표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부 도시에서 중대한 불법 행위가 다수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는 도민의 중고차 구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가 결코 예외가 아님을 보여준다. 심지어 행정기관조차 위법 행위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 불법매매 ‘관행’처럼 반복

경북도의회 박채아 의원(경산3, 교육위원장)이 도 교통정책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5개 도시(경산, 경주, 안동, 구미, 포항)를 표본조사한 결과, 최근 3년간 다수의 위법 사례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박의원에 따르면 △ 성능·상태 점검기록부 미고지 △ 보증보험 미가입 △ 상품용 표지 미부착 등 법 위반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고차 매매 시에는 반드시 차량의 성능과 상태를 기록한 점검표를 소비자에게 고지해야 하며, 그 내용에 책임을 지기 위한 보증보험 가입도 의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높은 보험료를 이유로 보험 가입을 회피하거나, 점검기록조차 발급하지 않은 매매업자들이 여전한 상황이다.

이 같은 행위는 단순한 위법을 넘어 소비자를 기망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로 이어진다.

성능 점검을 받지 않은 차량은 사고 이력, 침수 이력, 엔진·변속기 결함 등의 사실이 누락된 채 고가에 판매될 수 있다.

무사고 차량이라 믿고 구매했지만 실제로는 큰 사고를 겪은 차량이거나, 침수 차량이 겉모습만 말끔히 수리된 상태로 둔갑해 판매된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 행정처분 무시한 ‘악질 업체’

조사 과정에서 특히 문제가 된 곳은 A시의 한 중고차 매매상사(00모터스)다. 이 업체는 지난해 8월부터 9월까지 △ 성능점검기록부 미이행 △ 미고지 △ 보증보험 미가입 △ 영업정지 중 불법영업 등의 위반 행위가 반복적으로 적발됐다. 결국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정지 기간 중에도 버젓이 영업을 이어갔다. 이후 허가가 최종 취소된 뒤에도 무허가 상태에서 다시 매매업을 계속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당 업체는 타 매매상사 명의를 빌려 차량을 등록하고,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 등 탈세 행위까지 자행했다.

실제로 매물 30건 중 17건이 위반 사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가 자료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 행정기관의 관리도 허점 투성이

더 큰 문제는 단속·감독 책임이 있는 행정기관조차 부실 대응을 했다는 점이다.

B시 자동차관리부서는 △ 실태점검표 내용의 임의 수정 △ 다른 필체로 작성된 서류를 공식 문서로 접수 △ 영업정지 30일 처분을 자의적으로 20일로 감면 △ 단속 당시 “적발 사항 없음”이라고 통보했으나, 이후 뒤늦게 위반 사실 17건을 보고 하는 등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행정 미흡 사례를 보여줬다.

박채아 의원은 “이처럼 허술한 행정 처리로 인해 위법 업체가 단속을 비웃고, 피해는 도민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행정의 신뢰를 다시 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점검 결과는 단순한 지역 단속의 한계를 넘어서, 제도 전반의 개혁 필요성을 시사한다.

박 의원은 “현재 시·군 단위 행정조직은 인력·권한이 제한적이라 실질적인 감독이 어렵다”며 “경북도는 22개 시군의 관리 체계를 정비하고, 국토교통부는 제도 개선과 처벌 규정 신설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런 식의 지속적인 불법·탈법 관행을 방치한다면, 결국 신뢰 잃은 중고차 시장은 도민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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