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아영-시를 읽으면서 나를 되돌아본다는 뜻입니다

비스듬히

                         -정현종

 

생명은 그래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

 

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

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

우리 또한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지요.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

 

- 맞닿을 시간

관계도 그래요. 대쪽 같은 직립보다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로 서로에게 기대고 또 받쳐주는 사이로 건너는 세상은 쉽게 무너지지 않아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처럼, 하늘을 향해 똑바로 솟은 나무도 몰랐던 가벼운 공기가 중심이 되어 나무의 성장을 돕습니다.

사람인(人) 자는 또 얼마나 잘 만들어진 한자인지요. 내 기울기를 바로 세우는 또 하나의 기울기가 서로 기대며 받치고 있는 모양이 커다란 안정을 가져와요. 자연이 그러할진대 인(人)자를 자존심처럼 달고 사는 사람들이 내가 세상의 주체라는 생각에만 빠져있다면 얼마나 위험할까요? 위험한 동물처럼 날뛰는 대신, 난 단지 세상의 한 부분이며(물론 혼자서도 강할 수 있지만) 다른 것들에 기대어 산다는 생각에 이르면 얼마나 편안해질까요?

하루의 시작이 꼬이거나 내려앉을 때 눈을 감고 비스듬히를 생각하면 어느새 단단해지는 마음을 얻게 됩니다. 한여름 오후 두 시쯤에 만난, 비스듬한 언덕 아래에서 줄딸기를 따 먹는 아이의 까치발조차 내 기울기를 바로 세우는 너그러운 풍경이 되듯이요. 기대 봐요, 언제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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