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의 연금술(鍊金術)

지금 우리 지역은 시민사회의 분노로 들끓고 있다. 시민들은 영주의 현대사에서 그 규모와 열기에 있어 가장 큰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대법원에서의 패소로 납 공장의 가동이 눈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의 위기에 처해 있는 우리 지역으로서는 일자리 창출이 가장 큰 해법이라고 하겠지만 환경을 위협하는 굴뚝산업들의 무분별한 유치는 영주의 현재와 미래에 위협적인 요소가 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더구나 납 제련공장이라니, 경악할 수밖에 없는 위협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납, 수은, 카드뮴 등을 우리는 중금속(重金屬)이라고 부른다. 1970년대에 레드 재플린, 블랙 새바스 등의 록 그룹이 등장하면서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다. 강렬한 비트와 전자악기의 시끄러운 금속성 사운드의 그들의 음악을 헤비메탈(heavy metal), 즉 중금속이라고 불렀다. 그런 음악이야 취향에 따라 안 들으면 그만이지만 현실의 중금속은 굴뚝이나 배수구로 배출되면서 대기, 수질, 토양을 오염시킨다.

우리 체내에 쌓이면 배출되지도 않으면서 호흡기, 소화기, 신경계 등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는 조용하면서도 느린 독극물인 것이다. 더군다나 이 공장의 입지가 주택가로부터 반경 2~3km에 위치하고 있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시 당국은 당국대로 우리 시민들은 시민들대로 우리 스스로를 중금속의 위협에 노출시키는 일이 없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금속의 역사가 곧 문명의 역사였다. 금속은 인류 문명의 진화를 이끈 가장 중요한 자원이었던 것이다. 인류가 가장 먼저 사용한 금속은 구리(copper)였던 것 같다. 만 년 전쯤,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구리를 사용한 흔적이 발견된다. 녹는 점이 낮은 구리는 석기(石器)보다 효율성에서 훨씬 뛰어났을 것이다. 청동기 시대가 시작된 건 그로부터 5천 년쯤 뒤였다.

구리와 주석을 혼합한 청동(靑銅, bronze)은 그릇이나 농기구로 유용했지만, 무엇보다 강력한 무기로 쓰이면서 전쟁을 통해 서로의 재화나 땅을 뺏거나 빼앗기는 도시국가들의 형성을 가져왔다. 그리고 마침내 등장한 게 철(鐵, Iron)이었다. BC 1,200년 경, 지중해를 호령하던 강력한 제국 이집트의 람세스 2세의 군대와 소아시아를 장악한 히타이트족의 군대가 맞붙었다.

람세스 2세는 병력의 규모와 전투력에서 훨씬 앞섰지만 처참한 패배를 맛봐야 했다. 이집트군의 병기가 청동이었던 데 비해 히타이트는 철로 만든 무기를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철기와 함께 강력한 제국들의 시대가 도래했던 것이다. 옛날 드라마 <주몽>에서 고구려의 야장(冶匠)이 “왕자님, 드디어 강철검을 만들었사옵니다.”하던 것은 그로부터 천 년쯤 뒤의 일이었다.

피에트로 롱기 作 ‘연금술사들’
피에트로 롱기 作 ‘연금술사들’

고대 이집트에서 중세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학문은 연금술(鍊金術, alchemy)이었다. 그 시대 사람들은 금과 은을 영원불변의 금속으로 여겼고 연금술사들은 다른 물질들로 금과 은을 만들 수 있다고 여겼다. 황당한 생각이었지만 그들의 연구는 후대의 화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다.

오늘날 화학을 의미하는 케미스트리(chemistry)라는 말에도 연금술(알케미, alchemy)이 남아 있다. 그러나 금속은 편의성과 재앙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공해라든가 환경오염이라는 말이 최초로 인류에게 중요한 의미가 된 시점은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이었다. 그로 인해 영국은 세계 최강대국의 자리에 올랐지만 런던은 죽음의 도시였다. 원인 모를 질병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그러나 그 문제는 하수관의 설치로 해결될 수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일자리가 넘쳐나는 런던으로 모인 사람들이 마구 버린 쓰레기와 분뇨들이 런던의 수질을 오염시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금속의 오염은 다르다. 그것은 정화(淨化)되지도 배출되지도 않은 채로 우리 체내에서 심각한 손상을 일으킨다. 시민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결코 영주에 납 공장을 들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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