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아영-시를 읽으면서 나를 되돌아본다는 뜻입니다
그림자
-이현정
무엇을 잊고 사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하루를 버티고 온 웃음이 컴컴했다
안감에 고이 묻어둔 편지가 다 식었다
차창 밖 풍경이 빈 몸으로 달아났다
입속에 가둔 이름 잔향이 희미했다
스치는 실바람에도 테두리가 흔들렸다
색을 잃은 심장에 다림추가 매달렸다
싸늘한 땡볕 아래 온종일 서 있었다
무엇을 잊어야만 사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 빛보다 가까운
누구나 주변을 끌고 다닙니다. 아니 주변이 따라다니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요. 평가의 개념이든 아니든 무겁거나 가벼움의 시선을 달고서요. 시간도 안색도 보이지 않다가 돌아보면 밟혀 있는 그림자처럼요.
그 녀석 참 단단하다고 생각되다가도 빛의 부피가 커지는 시간이면, 탈수된 채로 자취를 감춰요. 생각이 깨끗해지게 밀도를 집중시키는 걸까요? 달아나고, 흔들리고, 매달리면서도 “온종일 서”서 자신의 위치를 다짐합니다. 수습되지 않는 일상도 벼르고 뒤집으며 기다리는 해방처럼요.
나이가 들수록 그림자의 삶에 익숙해지나 봅니다. 한 사람이 존재했다는 증명이 드러나거나 감춰지면서 파도같이 달려왔던 깊이가, 신체의 창살(타성과 고집에 익숙했던)을 벗어나게 해 주기도 하니까요. 예보와 맞지 않게 발효되는 날씨처럼요.
“무엇을 잊고 사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면, “무엇을 잊어야만 사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면 외면의 거울만 보지 말고 내면의 그림자에게 말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영주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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