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의 특징을 얼추 정의하면 헌법재판소의 윤 전대통령 법적 탄핵이 정당한가를 묻는 정치적 최종심 성격으로 봐도 무방하다. 다시말해 이재명 vs 김문수라기 보단 이재명 vs 윤석열 아바타의 구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까 출발선상에서 부터 열세였던 국민의 힘 김문수 후보 측에서 보면 41%의 득표율은 나름의 선전으로 해석이 되기도 한다.

다만 오래전부터 대선주자로 입지가 굳어진 이재명 후보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발목을 잡은 것도 탄핵이라는 페널티였다. 민주당이 탄핵 프레임을 가져가 전략적으로 활용한 것은 영리했다. 그 앞에서는 어떤 공약도 인물론도 먹히지 않았다. 역사는 반복되는 걸까. 두 번의 대통령 탄핵 이후 두 번의 대선에서 승리를 가져간 쪽은 민주당이다. 여론조사가 보여준 예상과도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역시 예상한 대로 이번 선거에서도 역시 지역주의 고착화는 한국 정치의 현주소임을 보여 주고 있다. 영남권과 호남권으로 구분되는 이들의 양극화 현상은 전자의 경우 후보자의 출신지(예컨대 우리가 남이가)에 비중을 두는 반면 후자는 당黨 지향적이다. 여기에 약간의 보충 설명이 필요하다. 좀더 정확하게 말해 작금의 영남권 연고주의는 한때 김대중에 대한 배타성에서 시작해 안티anti 민주당으로 진화해 가는 중에 있다. 사정은 호남 지역의 경우도 마찬가지 같다.

2002년 대선을 기점으로 김대중의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민주당으로 바뀌었는데, 이는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트라우마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어쨌거나 21대 대선에서 보여준 영주는 국민의 힘의 텃밭임을 가리킨다. 영주에서 김문수 후보와 이재명 후보는 65.85%, 27.59%를 각각 가져갔다. 이번 국민의 힘 득표율만 가지고 보면 20대 대선에 미치지는 못했음에도(5% 가량 감소) 여전히 압도적 성원과 지지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록 찻잔 속의 태풍급 수준이지만 우리 고장의 정치 생태계에 있어 변화의 조짐도 엿보인다.

가흥1동에서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율(37.3%)은 거의 역대급이었다. 이는 이재명 후보가 자신의 출신지인 안동시에서 얻은 득표율 31.28%(시군 단위로서는 경북 최고 득표)보다도 훨씬 높다. 신기한 점은 가흥1동 신도시가 청년층 거주자가 상당수 거주한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지역적 특징을 지니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결과적으로 기성세대 내지는 부모 세대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표로서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역사에 가정이 없다지만 이런 생각도 해본다. 만일 김문수와 국민의힘 전 대표를 역임한 이준석 두 후보가 단일화를 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당선자와 2위 후보의 표 차이가 신기하게도 이준석 후보의 득표율(8.34%) 정도였음을 감안한다면 이번 결과와는 달리 더 빡빡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 벽보에 써넣은 슬로건slogan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결의가 어떻게 이행될지는 시민으로서 조용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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