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남 (작가)
검색창에 소백산 철쭉제를 입력하면 ‘단양 소백산 철쭉제’가 제일 상단에 검색된다. 동일 명으로 두 지역에서 비슷한 시기에 축제를 진행하고 있으니 ‘그럴 수도 있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규모나 기간을 비교하면 왠지 단양에 뒤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영주시가 주최하고 (재)영주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하는 ‘영주 소백산 철쭉제’ 기간은 5월 31일부터 6월 1일까지이다. 단양은 지난 5월 22일부터 25일까지였다. 소백산철쭉제는 영주와 단양에서 개최되는 다양한 문화 행사로 많은 이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영주시의 이번 축제 장소는 서천둔치와 소백산 일원이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지역문화 예술인 공연, 콘서트, 버스킹, 체험, 등 소백산 탐방객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 의미 있는 홍보 문구도 눈에 띈다. 소백산 철쭉제의 부대 행사로 치러지는 죽죽 제의, 죽령 장승제, 죽령옛길 걷기는 영주문화를 확산하고 지켜나가는 차원에서 매우 뜻깊은 행사라 할 수 있다.
죽령은 소백산맥이 영남과 호서가 갈리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다. 죽령옛길은 도솔봉 아래로 이어지는 지대가 높은 고갯길이다. 1991년부터 ‘죽령 장승제’가 개최되면서 고갯마루 위에는 ‘죽령 장승공원’이 조성돼 있다. 이곳에서 ‘죽령길’을 개척하다 죽은 ‘죽죽’을 제사 지내는 ‘죽죽 제의’와 ‘죽령 장승제’가 올해도 개최된다.
새로운 것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지역의 역사와 소중한 문화를 잘 보존하고 이어가는 정신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이를 보존하기 위해서 애쓰며 노고를 아끼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서 고마운 마음이 든다. 우리만의 특색 있는 것을 잘 살려서 전통을 이어가기 위하여 모두의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
조선 명종 때의 예언가로 「격암유록」을 남긴 남사고는 ‘소백산은 사람을 살리는 산’이라고 했다. 사람을 살리는 산이라 함은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을 뜻하는 것이지 않을까. ‘십승지’ 중 풍기 금계리가 제1승지인 것은 소백산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백산은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산이다. 우리 지역에 이런 명산이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소백산은 태백산보다 높진 않지만 크기로는 세배나 큰 아름다운 명산으로 불린다. 그 아름다운 이면에는 봄이면 온산을 핑크빛으로 환하게 물들이는 철쭉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매년 5월이면 떠들썩한 철쭉제, 우리만의 잔치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역의 의미 있는 문화 행사에 시민의 더 많은 참여가 우리 지역의 문화를 확산 시키고 성장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소중한 우리의 문화는 외부로 지속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한식의 K문화가 전 세계로 번졌듯이 지역에서 전국으로 세계로 뻗어 나가려면 우리만의 독특한 것을 발굴하여 홍보하는 동시에 우리 스스로가 기존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홍보할 수 있어야한다.
철쭉꽃의 매력은 봄이 끝나갈 무렵 봄의 생명력을 이어받아서 새로운 화려한 세상을 연다는 것이다. 온통 분홍빛으로 산을 물들이는 장관은 몇 번을 보아도 더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 절정을 이루는 소백산 철쭉꽃, 비로봉에서 천동대피소 구간은 넓은 철쭉 군락지가 형성돼 있어서 최고의 절경 구간으로 알려져 있다.
해마다 꽃이 제일 많이 피어나는 시기에 맞춰 열리는 소백산 철쭉제는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동시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영주시의 이원화된 축제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영주시민과 등산객, 가족단위의 방문객들 모두 사로잡겠다는 포부가 깔려있다. 축제의 취지에 맞게 도심 속에서도 철쭉의 풍경과 조화를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자리 잡길 바란다.
소백산은 계절마다 다녀왔다. 어느 계절이 가장 좋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 만족스러운 산행이었다. 산을 좋아하는 친구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소백산은 언제 올라도 너무 좋아!” 맞는 말이다. 언제 올라도 좋은 산, 영주는 그런 산을 옆에 끼고 사는 축복받은 동네다. 그러나 축제는 다른 문제다. 좋은 것을 더 부각해서 더 멋진 것으로 탄생시켜야 한다. 소백산 철쭉제인데 꽃이 안 보인다는 관광객이 있다면 그건 문제가 있는 기획이 될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즐길 수 있고 관광객도 서로 어우러지는, 행사 성격에 걸맞고 내용도 풍성한 축제가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