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군의 소백산철쭉제가 지난 주말에 성료됐다고 한다. 들리는 이야기로 철쭉제 온라인 생방송 조회가 1백만 회에 육박했다고 한다. 남의 동네 얘기지만 부러울 따름이다. 참고로 지지난해엔 철쭉제 기간중 25만여 명이 단양을 방문했다. 우리 고장도 금번 주말로 예정된 소백산철쭉제 준비가 한창이다.
영주의 철쭉제는 산을 사랑한 민간 산악회원들이 중지를 모아 조촐하게 시작했다. 그랬던 것이 50여 년의 세월이 흐르고 지금은 시가 주최하는 정식 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주지하다시피 우리가 소백산철쭉제를 이어온 이유는 소백산이라는 유의미한 자산과 철쭉이 지니는 우리 고장의 상징성(市花) 때문이리라.
두 개의 철쭉제가 늘 대비가 되는 것은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소백산 능선을 사이에 두고 산 이쪽과 저쪽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양 철쭉제가 10년 늦게 출발했지만 해가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커지는 반면, 영주의 철쭉제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한 몸에서 태어난 쌍둥이라 할지라도 그 운명마저 닮을 수는 없는 게 세상의 이치일까.
철쭉제에 있어 영주시의 고전苦戰엔 영주와 단양의 지정학적 차이(서울 경기와 같은 대도시와의 접근성과 경관)로 보는 것이 합리적으로 추정된다. 다만 주어진 여건이 불리하다면 다른 방법을 통해 이를 만회하려는 게 상식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철쭉제를 주최 주관하는 영주시 관계자의 안일함(?)에 먼저 눈길이 간다.
주지하다시피 축제라는 상품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콘텐츠이다. 그럼에도 영주의 2025 철쭉제 행사 프로그램을 보면 지난해와 달라진 것이라고는 대체로 초대 가수의 이름 정도이다.
또한 언제부턴지 덴동어미전은 약방의 감초처럼 축제 때마다 밥상에 오르는 단골 메뉴이다. 덴동어미전 자체의 예술적 가치나 의미를 저평가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 공연이 한 번 쯤 볼만하다고 하여 매번 자리를 차지하는 일은 식상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콘텐츠의 빈곤을 보여주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이뿐이 아니다. 인터넷으로 소백산철쭉제를 검색해보면 웃지 못할 해프닝도 일어나고 있다. 이웃 블러그를 무려 1만8천개 정도 거느린 어느 인플루언서는 ‘영주 가볼 만한 곳 소백산철쭉제 단양 소백산’이라는 이상한 제목의 동영상을 올려놓고 있다. 맙소사. 영주의 가볼 만한 곳에 단양 소백산이라니! 이게 오늘날 영주 철쭉제를 보는 외부의 시선일까.
문제는 하나 더 있다. 집행부가 제대로 못하면 시의회가 나서 이를 지적하고 시정해야할 터이다. 그런데 시의원(비록 일부지만)들은 행사 시 주빈主賓 노릇만 생각하지 잘못을 바로잡는 일은 뒷전처럼 보인다.
계절의 여왕 그 막바지에 바야흐로 영주 소백산철쭉제가 다가오고 있다. 올해는 어차피 앞서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엔 물리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내년에는 모쪼록 새로운 철쭉제로 태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