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워크부터 수변공간까지… 문화재 협의 누락이 발목
패러글라이딩 백지화, 글램핑장도 표류… 예산만 증발

박남서 시장이 시장직을 상실한 이후, 영주시가 추진하던 각종 사업들이 줄줄이 벽에 부딪히고 있다. 구상은 요란했지만 실행력은 턱없이 부족했고, 사업 대부분이 중단되거나 축소될 처지다. 시민 혈세가 투입된 만큼 보다 철저한 검토와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학공원 스카이워크 조감도
구학공원 스카이워크 조감도
구학공원 제민루 옆
구학공원 제민루 옆

▲ 멈춰 선 구학공원 스카이워크…공약도 헛구호(?)

박 전 시장의 공약이던 ‘서천중심 관광자원개발’은 구학공원에 트리탑 스카이워크와 전망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58억 원을 투입해 535m 길이의 스카이워크를 설치할 계획으로 진입로 개설 등에 12억 가량이 이미 집행된 상태다.

당초 올해 12월말까지 사업을 완료할 예정이었지만 현재 공사가 멈췄다. 사업지 인근(500m이내)에 문화재인 ‘영주동 석조여래입상’이 위치해 있어 반드시 국가유산청으로부터 현상변경 허가가 필요하지만 행정절차가 무시됐기 때문이다. 시가 계획 단계에서부터 신중하게 접근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천 문정둔치에 조성을 추진 중인 ‘수변문화관광자원 개발사업’도 마찬가지다. 이 사업은 2024년부터 3년간 총사업비 59억 원을 들여 문정동 문정둔치 일대에 고정무대와 분수, 체험광장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시민 문화욕구 충족과 인구 유입을 목표로 했지만 시작부터 험로다. 역시 사업지 500m 이내에 ‘영주 가흥동 마애여래삼존상 및 여래좌상’이 위치하고 있어 국가유산청의 현상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문화재 영향 검토와 절차만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영주호 어드벤처캐슬 전경
영주호 어드벤처캐슬 전경

▲ 패러글라이딩은 백지화, 어드벤처캐슬은 운영 중단

영주호 일원에 추진되던 패러글라이딩 시설 조성사업은 지난해 4월 공사에 들어갔지만, 불규칙 기류와 비행 시간 부족 등 문제로 타당성 용역 결과 ‘불가’ 판정을 받았다. 대체 부지도 검토했지만 적절한 곳이 없어 결국 올해 3월 전면 취소됐다. 26억 원의 예산 중 일부는 이미 집행된 상태로, 매몰 비용이 불가피하다.

토지 보상비까지 64억원을 들인 영주호 어드벤처 캐슬도 실패 사례다. 지난해 5월 민간위탁을 통해 운영을 시작해 대대적인 개장 이벤트까지 진행했지만 1년도 안돼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운영업체가 철수했다. 현재는 시설만 남아 있고, 운영은 중단됐다. 당초 기대했던 지역 관광활성화와 고용 창출이 물거품이 된 셈이다.

순흥면 배점리에 위치한 여우골 글램핑장은 지난해 1억2천100만 원에 낙찰된 민간 운영업체가 보험 미가입 등의 이유로 계약이 해지됐다. 시는 최근 다시 재입찰을 진행해 8천100만 원에 사업자를 선정했다. 이미 운영에 들어갔어야 할 공공시설물이 업자 재선정 등으로 인해 1년이 다 되도록 지지부진한 상태다. 더군다나 한차례 화재로 인해 시비 2억3천만 원을 들여 시설 보강에 나섰지만 실질적인 운영 성과를 낼지는 불투명하다.

영주동 석조여래입상
영주동 석조여래입상

▲ 사업 많은데 추진력은 ‘제로’… 실책은 시민 몫

이 밖에도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은 영주동 석조여래입상 이전, 영주호 관광지 개발 등 다수의 사업들이 용역만 발주한 채 지지부진한 상태다. 대부분 국가유산청 협의나 용역 결과에 따라 사업 여부가 갈릴 처지다. 문제는 사업 수립과정에서 제대로 된 검토 없이 밀어붙였다는 점이다. 시장의 부재로 중심을 잃은 시정은 이제 사업 추진 동력마저 상실하고 있다.

시민 이모(63·휴천동)씨는 “사업만 벌여놓고 진행은 하나도 안 된다. 시장이 없으니 공무원들도 눈치만 본다”며 “예산만 낭비하는 전시행정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 시의원은 “시민 혈세로 추진되는 사업인 만큼 책임 있는 계획이 절실하지만 행정 공백이 길어질수록 시민 피해는 커지는 형국”이라며 “영주시는 지금부터라도 사업 전반에 대한 정밀 진단을 통해 실현 가능한 사업부터 우선순위를 정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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