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 (수필가)
원당천변을 걷는다. 세상이 온통 초록 물결이다. 자연이 뿜어내는 생명력에서 무한의 가능성을 본다. 역동적인 계절, 지쳐 있는 누군가에게 힘내라는 말 대신 계절 속으로 걸어가라고 당부하고 싶은 요즘이다. 보면서 느끼고, 느끼면서 성장하는 푸른 날, 지금이 딱 그런 계절이다. 5월의 푸른빛은 은은한 광휘로 세상을 고귀하게 물들인다. 그래서일까. 많은 이들이 물오른 5월을 그토록 노래했나 보다.
우리는 간혹 계절이 담고 있는 색감에서 안정감을 얻기도 하지만 불안을 감지하기도 한다. 자연의 빛은 내면에 깃든 감정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 자연이 펼친 모든 색상은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기에 계절과 기후에 따라 심리적 변화를 맞게 되는 것이다. 예민한 사람일수록 계절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영주는 도농복합시로,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산과 들의 무대가 펼쳐져 있다.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고장이다. 올봄, 고르지 못한 일기(日氣) 속에서도 계절은 순리대로 꽃을 피우고 잎을 펼쳐 초록을 선물했다. 5월의 초록은 마치 세련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양 우리의 모든 감각을 일깨운다. 지금 마음에 크고 작은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면 당장 바깥으로 나가서 푸른 들녘을 거닐어 볼 일이다.
5월은 시선 닿는 모든 것이 생동감으로 넘쳐나는 계절이다. 천변 산책 중, 마주하며 걸어오는 사람들의 표정에도 푸른 기운이 담긴 듯 활기가 넘친다.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는 천변에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푸른 생명체를 바라보는 일은 소소한 행복에 깃든 감사다. 국내외적으로 힘든 시기임에도 푸른 계절이 찾아왔다는 건 우리에게 끊임없이 희망을 보내고 있다는 신호다. 초록은 심리적인 면에 있어서도 편안함과 동시에 정서적 안정감이 내포된 색이다. 초록의 계절을 우리가 마음껏 향유할 수 있다는 건 새날에 대한 비전과 함께 희망이 담보된 열린 가능성 때문이다.
피천득의 「오월」 중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에서 보듯 녹음이 짙어지기 직전인 지금의 이 계절을 우리가 그토록 예찬하는 이유는 성장의 동력을 발판 삼아 도전의 의지가 솟구쳐 오르기 때문이다. 지금껏 피천득의 <오월>보다 5월을 더 잘 표현한 문장은 없었던 것 같다. 푸른 계절이 주는 희망의 메시지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면서 내 안에 웅크린 용기를 불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어린나무가 5월의 햇살을 받으며 건강하게 자라나듯 우리도 싱그러운 계절이 뿜어내는 기운 속에서 불안을 떨쳐내, 새로운 도전 속 가능성을 열어볼 일이다.
하지만 갈수록 은둔형 청년이 급증하는 추세다. 고립 및 은둔 청년이 2년 새 두 배가 늘었다. 국내에서 고립과 은둔형 외톨이가 급증하게 된 이유를 전문가들은 학창 시절 과도한 경쟁 속에 자존감이 위축되고, 청년 시기 작은 실패가 포기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가족 해체 및 쇼셜 미디어의 영향으로 심리적 요인까지 더해진 결과라 분석했다.
고립 및 은둔형 청년이 사회로 나오지 못하는 이유야 개인차가 있겠지만, 미디어의 발달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상실을 부추겼음은 배제할 수 없는 일이다. 지자체마다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그들에 대한 지원 사업이 확대돼 실질적 도움을 받음으로써, 사회로 복귀해 건강한 삶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는 가끔 계절이 주는 청량감에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기도 하고, 다시 꿈꿀 뭔가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잠자던 용기가 푸른 계절을 맞아 내면에서 꿈틀거려 의지가 솟구치기 때문이다. 신록의 계절은 시간이 펼쳐놓은 풍경만이 아닌, 지친 삶을 위로하면서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메시지다. 푸른 계절은 그 자체로도 도전과 용기다. 아무리 깊은 어둠이어도 희망의 빛은 스며들기 마련이다.
젊은이들이여, 당신의 존재가 세상을 밝힐 소중한 빛이란 걸 한순간도 잊지 않길 바라며 끝까지 응원을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