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요즘처럼 컸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 일등공신을 꼽으라면 단연 현대 기술의 집약체이자 총아라고 할 수 있는 유튜브 덕택일 것이다. 유튜브는 정보의 방대함은 물론이고 접근성과 가독성이 좋은 매체이다. 따라서 많은 시민들이 유튜브를 통해 정치적 식견을 쌓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정보원으로서의 유튜브가 적지 않은 부작용을 양산하기도 한다.
유튜버들이 조회수 확보를 위한 선명성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보니 구독자들의 흥미를 끄는 자극적인 소재나 가십거리를 즐겨 다룬다. 생업형 유튜버는 말할 것도 없지만 일부 인플루언스들 조차 이에 가세하는 게 현실이다. 이들의 특징은 무엇보다 이분법적인 논리를 구사하는 데 있다. 다시말해 모 아니면 도의 흑백론적 주장을 펼치므로서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는 하지만 반면 논리적 흠결도 가지게 된다.
아전인수격 주장이나 이야기의 맥락을 잘라 먹는 것은 예사이고, 심지어 가공이나 각색조차 서슴치 않는다. 그러므로 아무리 사실을 재료로 가져다 쓰더라도 사실을 왜곡하는 현상은 피할 수가 없다. 다른 문제도 있다. 이들 정보의 진위는 식별이 어렵다는 것이다. 아무리 관심이 많은 구독자라 해도 이들에 대한 팩트 체크는 전문가가 아니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반 시민들로서는 검증도 없이 이에 쉽게 현혹되기 마련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상당수의 구독자들이 이들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여 가져다 쓰는 일이다. 그들 중 일부는 유튜브의 정보를 맹신하기도 한다. 종교적인 비유를 들면 거의 신앙에 가까울 정도이다. 그분들의 완강함은 아마도 부처와 예수가 와서 오류를 지적하고 설명을 해도 생각을 바꾸지 않을 만큼 심각하다. 평소라면 몰라도 대선을 목전에 둔 작금의 상황에 이르러서는 이런 추이가 예사롭지가 않게 느껴진다. 그 위력이 마치 지난날 우리가 목도했던 혈연 지연 학연에 못지가 않다.
주지하다시피 눈과 귀를 가리는 그릇된 정보는 그릇된 선택을 유도하기에. 선거에 있어 후보자 선택에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다. 정당이 될 수가 있고 후보자의 인물됨이 될 수가 있다. 선거 공약이 될 수도 있고, 보수나 진보같은 정치적 이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것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유권자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후보를 고르는 것도 하나의 방편은 될 것이다.
사람들은 한 표의 가치를 아주 미약하다고 생각한다. 혹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사소한 한 표 (복권으로 치자면 당첨 확률이 제로에 가까운 1천원 짜리 로또 한 줄 같은)가 태산을 쌓아 올리는 것이 선거이다.
특히 이번 대선은 대통령의 탄핵 이후 치루어지는 정치 지형상 중대사이다. 게다가 향후 5년간 5천만 한국인의 미래를 견인할 리더를 선택하는 일이다. 투표의 중요성에 대해서 중언하는 일은 진부하다. 왜냐하면 투표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모쪼록 이번만큼은 10만 시민들이 제대로 된 주권을 행사함으로서 밝은 미래를 우리가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