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장에서 조례안 발의까지… 1일 도의원 체험 ‘호응’
정치의 꿈 심어주는 산 교육장… 학생 만족도 96% 넘겨
“본 의원은 청소년들의 휴대폰 과의존 문제 해결을 위해 교내 스마트폰 사용 규제 조례안을 발의합니다”
경북도내 모 고교의 한 학생이 의회 본회의장 단상에 서서 당당하게 조례안을 제안했다. 수십 명의 또래들이 의원석에 앉아 진지하게 조례안을 청취하고 있다. 마치 진짜 도의회 회의장 같지만, 이날 도의원 배지는 학생들이 달았다. 이들이 참여한 프로그램은 경상북도의회 ‘청소년의회교실’이다.
경북도의회가 지난 2014년부터 운영해 온 이 프로그램이 올해 100회를 돌파했다. 구미 왕산초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도내 106개 학교, 4천700명이 참여했다. 단순 견학을 넘어 지방자치제도의 원리를 몸으로 배우는 산 교육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일 도의원 체험… 교과서엔 없는 ‘정치의 맛’
청소년의회교실은 도의회 회기가 아닐 때 본회의장을 열어 학생들을 1일 도의원으로 맞는다. 참가 학생들은 의장, 서기, 발표자 등 역할을 맡아 실제 회의 절차대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먼저 ‘의원 선서’로 시작해 자유발언과 조례 제안, 찬반 토론, 전자투표로 이어지는 본회의는 진짜 회의 그 자체다. 회의를 마친 후엔 도의원으로부터 직접 수료증을 받는다.
학생들이 작성한 조례안은 ‘심야 사교육 금지’, ‘생존수영 필수교육 확대’, ‘교내 이성 교제 허용’, ‘인터넷 중독 방지 조례’처럼 생활밀착형 주제로 이뤄졌다. 대부분 학생 스스로 주제를 선정하고 자료 조사부터 원고 작성까지 스스로 해 발표에 나선다.
▲“정치가 꿈이에요” … 자부심 키운 3분 마이크
프로그램은 도입 초기인 2014년 연 2회에서 지난해 30회, 올해는 32회로 대폭 확대됐다. 참가 학교도 초등학생 중심에서 중고등학생까지 넓어졌고, 회당 인원은 소규모로 줄여 발표 기회를 늘렸다.
도의회 관계자는 “참여 학생 수는 줄었지만, 그만큼 한 명 한 명이 마이크를 잡는 시간은 늘었다”며 “학생들의 몰입도와 자부심도 그만큼 높아졌다”고 말했다.
참가 학생들 소감도 다채롭다. “실제 의장이 된 느낌이라 인상 깊었다” “내가 쓴 조례안이 본회의에서 다뤄져 뿌듯했다” “이런 기회를 통해 정치를 꿈꾸게 됐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지난해 도입된 온라인 설문 조사에선 96.4%가 “전반적으로 만족한다”고 답했다. ‘도의회 기능 이해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도 96.5%에 달했다.
▲조례 제정까지… 프로그램에 날개 달아준 ‘제도화’
경북도의회는 지난해 정경민 도의원이 대표 발의한 ‘청소년의회교실 운영 조례’를 제정해 운영을 제도화했다. 이 조례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예산과 운영 체계를 갖추며 프로그램의 지속성과 질을 높였다.
특히 학생들이 제안한 조례나 건의안은 교육청 등 관계 기관에 전달돼 정책 수립에도 반영된다. 의회는 이를 통해 학생 참여가 단순 체험을 넘어 사회적 영향력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행사에 참석한 도의원들도 참여 학생과 직접 사진을 찍고 의회와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 청소년들의 꿈과 비전을 응원하고 있다.
경북도의회는 “앞으로 더 많은 청소년들이 민주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지역별 편차 없는 참여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