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폐막한 2025 한국선비문화축제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는 상당히 호의적이다. 적어도 축제의 외연적인 면에서는 그럴 만도 하다. 축제 날의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관광객이 영주를 다녀갔던 것이다.

결과론이지만 선비 축제의 1등 공신은 역시 황금연휴라는 특수特需 상황이 가져온 선물처럼 보인다. 역시 일정 중에는 어린이날이 끼어 있어 가족 단위 관광객을 유인하는데 좋은 촉매제가 됐다. 이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유도 있다. 이목을 끌었던 축제의 몇몇 콘텐츠도 있었다. 해학이 돋보인 ‘덴동어미 화전놀이’ 공연은 기성세대에겐 역시 전통극의 위력이 막강하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였다.

주최 측이 야심을 가지고 준비한 상품(?)인 ‘갓(GOD)생관’도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는다. 어린이 관람객이 많았던 만큼 ‘어린이 한복패션쇼’, ‘앨리스 퍼레이드’, ‘무예 체험’이 주효했다. 특히 어린이의 눈높이를 정조준한 어린이 선비축제의 퍼포먼스와 게임, 무예 시범, 장원급제 퍼레이드는 주최 측의 기획 의도가 적중한 사례이다. 어린이가 오면 반드시 그의 부모가 껌딱지로 따라붙는다는 전략도 실전적이었다.

반면 몇몇 생각할 거리를 남기기도 했다. 먼저 우천시의 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다. 문정둔치 축제장의 경우 행사장 진입로와 이동통로에 매트를 깔아 응급조치는 했으나 진흙탕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또한 축제의 정체성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주장도 보인다. 왜 선비문화축제인지를 설명해주는 축제 배경에 대한 안내와 각각의 콘텐츠를 선비라는 테마와 연계하는데 소홀했다는 비판이다.

선비축제에 있어 선비라는 테마는 (비록 수면 아래서였지만) 예전부터 식자층 사이에서 해묵은 과제였다. 워낙 주제가 진중하니까 축제의 재료로서는 결함이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니까 올해 축제에서 콘텐츠가 축제의 한 쪽 발목을 잡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명색이 선비 축제인데 그 내용물에 선비가 빠졌으니 정체불명의 축제로 본다고 해도 이상하지가 않은 것이다.

만일 산업형 축제에 비중을 두고 오직 흥행이 축제의 초점이라면 구태여 선비문화축제라는 명칭을 고집할 이유도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절반의 성공이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의미에서 이번 선비문화축제를 두고 하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분명히 지난 날의 선비축제에 비해 진일보하였고,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된다. 다만 일각의 비판처럼 시가 보여주려고 했던 영주의 정취와 문화를 보여주는 일은 여전히 숙제로 남겨 두었다. 영화로 비유하자면 관객몰이에는 성과가 있었으나 작품성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할까.

아무튼 “행사에 치중하다 보니 해설과 역사적 배경 안내가 부족했던 건 사실”이라며 “내년엔 스토리 라인을 강화하고 선비문화의 철학적 가치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는 축제 관계자의 자성적 목소리는 새겨들을만하다. 그의 얘기처럼 내년 선비축제에는 이를 바로잡을 수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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