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아영-시를 읽으면서 나를 되돌아본다는 뜻입니다
소망의 병
-정여민
만약 투명한 병에 담고 싶은 게 있다면
따사롭고 눈부신 햇살이겠지
그러다 마음이 추운 사람들에게
한 줄기 햇살마저 아낌없이 선물할 것이다
그리고 환한 달빛도 모아 두겠지
어둠이 무서운 아이의 창문을
달빛으로 두드려
어둠을 손으로 열게 할 것이다
만약 투명한 병에 담고 싶은 게 있다면
따뜻한 바람이겠지
밤하늘에 떨어져 있는 엄마 별과 아기 별이
꼭 안고 잘 수 있게
바람으로 밀어 줄 것이다.
-어린이의 천진+어른이의 응시=우주
“만약 투명한 병에 담고 싶은 게 있다면”, “눈부신 햇살”과 “환한 달빛”과 “따뜻한 바람”이라고 어린 시인(지금은 스무 살이 넘었을 시인이 열세 살 때 썼음)이 말하고 있네요. “마음이 추운 사람들”을, “어둠이 무서운 아이의 창문”을, “밤하늘에 떨어져 있는 엄마 별과 아기 별”을 밀어주려고요. 읽던 마음이 순식간에 동그래집니다.
하루 스물네 시간도 밝음과 어둠은 반반씩 똑같지만, 쓰임과 사람에 따라 온도는 천차만별입니다. 그래서 그 쓰임새와 유용성을 잘 가르쳐야 합니다. 스펀지처럼 빨아들일 아이들을 위한다면요. ‘너 잘되라고 한다’는 지겨운 말 대신, 자신의 신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요? 아이 귀에 들리는 것들이 신음이 아니기를, 아이 눈에 보이는 것들이 아픔이 아니기를 소망하면서요.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가정이라는 병에 가장 넣고 싶은 건 어떤 게 있을까요? 어린이들이 가정이라는 상자에 특별한 웃음과 발랄한 재주를 넣어 놓으면, 어른들은 응원의 기도를 넣으면 되겠지요. 그게 어른의 몫이기도 하니까요. 5월이 지원하는 동안, 하나씩 넣어 보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