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역 유력 정치인의 추락이 지역 정가를 강타했다. 경북도의회 의장이자 5선의 도의원의 구속 소식이다. 박성만 의원은 영주 시내 모 아파트 건립과 관련하여 1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남서 전시장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시장직을 내놓은 게 불과 한 달여 전의 일이라서 시민들이 받는 충격이 만만치 않다.
거기에는 할 말은 하는 정치인이라는 호평과 주인이 없는 차기 영주시장 후보로도 물망에 올랐기 때문이리라. 물론 일부 올드 보이들은 박의원을 두고 ‘할 말은 하는 박성만이 아니라 말 잘하는 박용만 (전 국회의원) 같다’는 우리 고장에서만 통용되는 관용적 표현으로 빈정거리기도 한다. 아무튼 이번 사건을 접한 시민들은 사건 당사자에 대한 비판은 물론이고, 정치에 대한 불신마저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저잣거리의 생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물질 만능의 사회 풍조에 기인한다는 소박하지만 일반적 입장이다. 작금의 정치판에서 뇌물을 주고받는 일이 마치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거래처럼 이루어진다는 푸념이다. 이들은 심지어 ‘(고기를 굽는 데 있어)오래된 불판은 바꿔야 한다’고 말했던 노회찬 전 국회의원의 발언까지 소환한다.
다른 하나는 수십 년간 우리 고장의 권력을 독점해 온 특정 정당의 오만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이들 정치세력에 대한 시민들의 무조건적 추종과 전폭적 지지가 이런 악습의 토양을 제공했다는 주장이다. 비판이나 적정한 견제가 없으므로 독주가 가능해지고, 이번 사건 같은 부조리가 싹을 틔운다는 것이다. 즉,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세 번째의 시선은 정치인 개인의 소양 부재로 보는 경우이다. 시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는 늘어나고 환경도 달라졌으나, 정치인들은 이를 개의치 않는 것이다. 이를테면 권력 지향성만 비대하고 공익보다는 사익을 중시하는 초보적인 정치 윤리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탄식이다. 이런 생각은 우리 고장엔 인물이 없다는 자기비하적 인물 부재론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앞에서 열거한 생각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직접적 인과관계를 설명하기에 충분하지는 않다. 그러나 부분적으로는 일리가 상당하다.
게다가 이들 조각의 합은 정치판의 구조적 문제이든 개인의 소양이든 간에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외면과 냉소적 태도도 한 몫을 했다는 점도 시사한다. 바꾸어 말해 우리가 선출하고 우리가 권력을 위임했던 정치인의 잘못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결국 시민의 몫이고 그 손실마저 시민들이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저 한 정치인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의 운명이기도 하기에.
그러므로 우리 고장에 왜 이런 남사스러운 일이 연이어 벌어지는 것일까를 묻는 일 역시 시민들의 몫이다. 그러므로 비뚤어진 작금의 정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할 때이다. 적정한 인물을 사회의 리더로 뽑기 위한 공부가 그만큼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