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남 (작가)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의 달’이란 가족 간의 챙겨야 할 일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5월에는 가족 간의 의미 있는 기념일이 많다. 그런 만큼 가정의 가치를 되새겨 보게 된다. 지금은 핵가족 시대이고 1인 가구가 많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가정이라는 울타리는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지닌다. 한 사람이 태어나고 성장하여 어른이 되기까지 가정이란 든든한 울타리는 한 인간의 생애에 있어서 커다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영주시는 아동 친화 도시다. 영주시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어린이들은 모두 행복하게 살고 있는 걸까? 백 프로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의 미래는 아이들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미래가 밝고 행복하려면 우리의 자녀를 잘 키워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바꿔 말하면 어린이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워야 우리 미래에 희망이 있다는 말일 것이다.

당연히 지역사회 각 분야에서 많은 노력과 이에 걸맞은 정책이 필요하겠지만, 그보다 앞서 각 가정에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다. 교육의 최소 단위는 가정이다. 가정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인격체로 자란 아동은 사회에 나가서도 여전히 건강하고 행복지수가 높은 사람으로 성장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어린 자녀가 개별적 인격체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가정이 기본인 그런 사회가 되려면 어떤 이유로든 상처받는 어린이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 SC)은 아동의 생존, 보호, 발달, 참여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서 인종, 종교, 정치적 이념을 초월하여 전 세계 약 120개 국가에서 활동하는 국제구호개발 NGO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작년에 창립 100주년을 맞이해 아동을 온전한 인격체가 아닌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시선을 바로 잡고자 아이들에게 상처 주는 100가지 말을 선정하여 어린이가 그 말을 들었을 때 느끼는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기획을 했다. 아동이 그린 그림에는 뿔 달린 도깨비 같은 화난 표정이 많았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림이나 붉은색과 검은색의 사용이 유독 많아 보였다.

함께 생각해 볼 것은 우리는 어린 자녀에게 상처 주는 말을 얼마나 ‘많이 하고 있나?’ 또는 ‘했나?’ 하는 것이다.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인지해야 해결책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상처 주는 말 중 선정된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어른들 이야기에 끼어들지 마라, 좀 배워라 배워, 너 때문에 못 살겠다, 난 너 하나 보고 살아, 넌 아직 어려서 못해, 널 왜 낳았는지 모르겠다, 넌 대체 누굴 닮아서 이러니?, 넌 정말 구제 불능이야, 너 바보야? 이것도 몰라?’ 등이다. 일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은연중에 사용했던 말들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 아마도 반성해야 할 부모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종류로 100가지를 나열한다면 위 문항에서 자유로울 부모는 드물지 않을까.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어느 세대이든 양육에는 정답이 없으며 다양한 고충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사회가 성장하고 발전함에 따라서 교육의 환경이 변했고, 시대는 급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먹고 입히는 것에 급급했다면, 이제는 마음을 헤아리는 시대가 됐다. 그동안 많이 개선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듣는 사람에게 무조건 상처가 되는 말이 있고, 이런 언어들은 여전히 쓰이고 있다. 이런 말들은 분명히 대체어가 존재하기 때문에 개선의 여지가 있는 말들이다. 다만 나의 행동을 인지하고 잘못된 습관을 바로잡기 위한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언어도 부모 되기도 훈련이 동반되어야 한다. 적어도 내가 하는 말이 자녀에게 어떤 감정을 줄 것인지를 먼저 헤아려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것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실천해야 할 시대정신일 것이다. 아이의 교육은 적당한 때가 있다. 시기를 놓쳐버리면 되돌릴 수 없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지금의 아이들이 자라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다. 더 행복한 아이들의 세상, 미래 세대의 몫이다. 그러나 이런 환경이 만들어지기까지 앞 세대의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일 것이다. 앞으로는 세상은 아이들의 행복한 세상, 상처받는 어린이들이 없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점점 더 나아지고 발전하여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언어의 세상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