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출신 첫 5선 도의장 구속에 충격…차기 시장 유력주자까지 무너져
박남서 시장직 상실 이어 연이은 악재…영주 민심 “이젠 누굴 믿나”
박성만 경북도의회 의장(국민의힘, 영주시 제2선거구)이 억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차기 영주시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박 의장의 구속 소식에 지역 정치권은 물론 시민들 사이에서도 “정치 신뢰가 무너졌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0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박 의장에 대해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의장은 2022년부터 영주시 일대 아파트 건설사업 용지 변경을 빌미로 지역 건축업자에게 수차례에 걸쳐 현금 1억여 원과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는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가 맡았다. 경찰은 고발장을 접수한 뒤 박 의장과 금품을 건넨 건축업자 A씨를 조사해 이날 함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 차기 시장 유력주자였던 박성만…정치 인생 최대 위기
박 의장은 경북도의회 유일한 5선 의원이다. 33세에 첫 당선된 뒤 20년 넘게 도의회에 몸담아 왔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경쟁자 없이 무투표로 당선됐다. 그만큼 지역 정가에서 그의 입지는 탄탄했다.
경북도의회 제12대 후반기 의장에 오른 지난해에는 지지자 수십 명이 본회의장을 찾았고, 영주 시내 곳곳에 축하 현수막이 내걸렸다. “할 말은 하는 사람”이라는 평가와 함께 차기 영주시장 유력주자라는 인식도 강했다.
그런 박 의장이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 혐의로 구속되면서 사실상 정치생명에 치명타를 입었다. 내년 지방선거를 1년 앞두고, 영주시장 유력 후보였던 그의 낙마는 지역정가 전체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 박남서 시장 직 잃고…박성만 구속까지, 시민들 “믿을 사람 없다”
영주 정치는 그야말로 충격의 연속이다. 박남서 시장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시장직을 상실한지 채 두달도 안된 상황에서 박 의장 구속까지 겹치면서 시민들의 실망감은 그 어느때 보다 크다.
가흥동에 사는 김모(67)씨는 “시장직 상실도 충격인데, 도의장까지 구속이라니. 이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영주시내 한 상인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너무 쉽게 돈을 받아먹는다. 믿을 사람이 없다”고 분노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영주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 정치 시스템이 썩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SNS에서는 자조 섞인 시민 반응도 이어졌다. 한 시민은 “선비의 고장 영주라고 하는데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겠다”고 썼다. 이어 “국힘 영주시장이 쫓겨나고, 국힘 도의장이 구속됐다. 부정 부패가 끊이지 않는 이유가 몰표 때문 아니냐”며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정치권 관계자는 “영주 정치가 신뢰를 잃었다. 정치인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전체 정치 풍토를 바꾸지 않으면 회복이 어렵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은 박 의장의 구속 하루 전인 29일 논평을 내고 박 의장 구속 수사를 강하게 촉구하기도 했다.
민주당 경북도당은 논평에서 “입으로는 법치와 정의를 외치면서 뒤로는 도의회 의장직을 이용해 금품을 받은 파렴치한”이라며 “검찰은 즉시 구속 수사를 진행하라”고 밝혔다. 또 “박 의장은 극우 활동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면 요구에 앞장서며 법치를 외쳤지만, 실제로는 불법과 부패에 깊숙이 연루돼 있었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