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영주人터뷰 [75] 영주지역자활센터 유승석 센터장
어깨동무의 의미처럼,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위한 자활의 길
‘상상’에서 시작된 현실, 참여자가 이끄는 한식 디저트 카페
복지 그 이상, 지역사회와 연결된 자립형 자활 모델 구축
은둔형 청장년과도 함께… 모두가 어우러지는 복지 공동체
“서로 의지하는 의미를 담은 배지입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어깨동무하는 모습이죠”
요즘 사회에서 ‘어깨동무’라는 단어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의미를 가슴 깊이 새기고 실천하며 2030년을 향한 희망의 걸음을 내딛는 이들이 있다. 바로 ‘사회통합과 빈곤예방의 지역사회 안전망’이라는 비전을 품고 나아가는 영주지역자활센터의 유승석 센터장이 그 주인공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전국빨래자랑’, ‘두꺼비건축’, ‘신나는빗자루’는 모두 자활기업으로 창업된 대표적인 사례다. 이 외에도 ‘꼬신내솔솔’, ‘천사손길간병단’ 등 자립형 자활기업들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러한 자활기업의 성장은 지역사회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유 센터장은 “자활은 곧 사람이며, 자활센터는 지역 복지를 실현하는 주체”라며 “결국 인간이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자립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영주지역자활센터(이하 센터)는 다양한 자활근로사업단과 자활기업을 운영하며 참여자들에게 직무교육과 소양교육을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근로 능력이 있는 저소득층과 차상위 계층이 자립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지속 가능한 자활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자활근로사업은 그 성격에 따라 사회서비스형, 시장진입형, 공익형, 인턴형 등으로 구분된다. 사회서비스형 사업단에는 ‘행복&찬스’, ‘할매묵집’, ‘뽀드득클린’, ‘도란도란’, ‘하얀운동화’ 등이 있으며, 공익형에는 ‘영주애손길’, ‘우리동네클린업’ 등이 있다. 시장진입형으로는 ‘상상카페’, ‘장난감소독세척사업단’이 있고, 인턴형은 기존 자활기업과 협약을 맺어 자활 주민을 인턴으로 파견해 실무 경험을 쌓게 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히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취업과 자립을 위한 든든한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 참여자 중심의 한식 디저트 카페, ‘상상’의 실현
유 센터장은 2023년 3월 개업한 ‘상상’ 카페를 센터의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로 꼽는다.
“참여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전 욕구 조사를 진행했고, 바리스타 자격을 취득한 분들과 함께 한식 디저트 카페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카페는 영주시립도서관 옆에 위치해 있으며, 한국자활복지개발원과 경북광역자활센터의 공모사업에 선정돼 기존 북카페를 리모델링해 문을 열게 됐다. 참여자들은 바리스타와 한식 디저트 관련 전문 학원에서 교육을 수료하고, 카페 운영에 필요한 실무 능력을 갖췄다.
‘선비의 고장 영주’의 정체성을 살린 한식 디저트라는 콘셉트 역시 참여자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그 결과, 지난해 카페에서 판매한 수제청이 우수 자활생산품 경진대회에서 우수상품으로 선정돼 그 품질을 인정받기도 했다.
유 센터장은 “참여자들이 자격증을 취득하며 노력한 덕분”이라며 “새로운 기술을 익혀 사회로 나아가는 모습이야말로 자활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자립을 실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안내자의 역할을 할 뿐”이라며 “다양한 분야에서 취업하거나 자활기업을 창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자활센터 내 사회복지사는 일반적인 사회복지사와는 다르다”고 설명하며, “복지서비스의 기본은 물론, 회계·세무·법인 운영까지 이해하고 실무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자립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자활복지사의 핵심 역할”이라고 말했다.
센터는 ‘사회통합과 빈곤예방의 지역사회 안전망 구현’이라는 비전 아래, 자율과 노동을 통해 주체적인 삶을 실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미래 설계와 지원책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작은 시도에서 출발해 지역과 함께 성장한 센터는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상상’ 카페 역시 지속적인 메뉴 개발을 통해 다양한 고객층을 공략하며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상상’ 카페에서는 답례품 주문도 받고 있다. 단체 주문 시 금액에 맞춰 상품 구성이 가능하며, 밀가루와 버터 대신 쌀가루와 앙금만으로 만든 든든한 ‘쌀짐카스테라’가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한식 디저트 카페답게 한식 도시락, 강정 세트, 수제청, 간식가방 또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자체 인스타그램 계정 @sangsang_cafe를 통해 새로운 소식도 꾸준히 전하고 있다.
# 자립형 자활센터... 서비스 연계 확장된 복지
자활근로사업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생계급여 조건부 수급자 또는 차상위 계층에게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참여자는 직무 및 소양 교육은 물론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창업과 취업으로 이어지게 된다.
센터는 자활근로사업단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사업자나 협동조합 형태의 자활기업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자활기업으로는 세탁, 건축, 요양·간병, 음식 관련 사업단 등이 있으며, 일부는 자립형 자활기업으로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2016년 영주지역자활센터에 배치된 유 센터장은 그 이전에는 노인복지 현장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그는 노인복지와는 다른 자활사업의 특징으로 “센터는 지역과 밀접하게 연결된 활동이 많고, 지역 안에서 활발하게 움직인다”며 지역 복지기관 및 시설과의 유기적인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유 센터장은 영주시사회복지사협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며, 지난해 3월부터는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 경북지부 사업위원장으로 위촉돼 지역 자활사업의 조사와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또한 경북광역자활센터에서는 심사위원으로서의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현재 센터는 정식 직원 6명, 자활근로사업팀 참여 주민 64명, 자활기업 소속 전문 인력 24명으로 구성돼 운영되고 있다. 사회서비스지원사업팀에는 장애인 활동지원 인력 34명과 가사·간병 방문지원 인력 9명이 활동 중이다. 또한 사례관리사와 자활사업 담당자들이 다양한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특히 이 사업팀에는 1명의 사회복지사와 약 30여 명의 요양보호사들이 함께하며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정부가 지원하는 바우처 형식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시스템과 연계돼 운영된다.
장기 입원자나 공적 서비스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한 가사·간병 방문지원사업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유 센터장은 “센터 직원과 참여자의 역량 강화를 위해 자격증 취득과 실무 교육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이는 자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 지역과 함께 살아가는 복지 공동체를 꿈꾸며
유 센터장은 최근 강릉 지역의 유명 유과를 자활기업과 연계해 해썹(HACCP) 시설을 활용한 답례품으로 개발하는 등 지역 간 상생 모델 구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센터의 비전은 현재 한국지역자활협회가 제시한 비전과도 일치한다. 자율과 노동을 통해 자활 주민이 되고, 나눔과 협동을 통해 지역경제에 기여하며, 소통과 연대를 통해 지역의 중심축이 되는 것이다. 이는 자활이 지역사회의 안정망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임을 말해 준다.
특히 그는 최근 영주시청 복지정책과 희망복지팀과 함께 은둔형 청장년들을 발굴하는 일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역사회 안에서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들과 지역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센터가 맡고 있는 것이다.
유 센터장은 “오로지 ‘문밖으로 나오게 하자’는 것이 목표였다”며 “사회복지사들로 구성된 통합관리사들과 협약을 맺고 은둔형 청장년 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을 나눴다”고 전했다. 그는 “출퇴근만 해도 큰 성과”라며 “몇 년에 걸친 지속적인 노력 끝에 출퇴근을 잘하고, 집도 마련한 친구들을 보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 이면에는 젊은 사회복지사들의 열정과 선배 복지사들의 상담과 격려가 있었으며, 여러 차례 찾아온 ‘번아웃 증후군’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복지의 힘’ 덕분이라고 말했다.
10년 넘게 현장을 지켜온 유 센터장의 바람은 분명하다.
“자활은 결국 사람을 향합니다. 스스로 자립하고 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고, 나아가 지역을 이롭게 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보람이자 역할입니다. 지역에서의 어려움을 함께 이겨낼 수 있도록 기여하고, 묵묵히 일해 오신 사회복지사분들과 함께 내일을 향해 계속 걸어가겠습니다”
한편 센터는 영주시종합사회복지관, 영주시가족센터, 영주시정신건강복지센터, 영주여성새로일하기센터, 영주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 영주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등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참여 주민의 복지서비스 연계를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