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영주시가 행안부 주관 로컬 브랜딩 사업에 굿모닝 관사골 (사업비 6억원)이 선정되고,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공모에 영주 골목상권 살리기 사업(1억3천만원)도 선정됐다.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라서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시민들은 이번 공모 사업들이 쇠락한 원도심에 집중되어 있는 만큼 원도심의 경제 생태계 복원을 위한 마중물이 되기를 염원하고 있다.
굿모닝 관사골 사업은 근대생활사의 족적이 남아 있는 관사골의 특성과 아날로그 감성을 녹여 특화된 관광문화자원으로 활용한다는 데 포커스를 맞춘다. 관사골 내 유휴공간을 카페와 로컬 편집숍, 공유 오피스 등으로 꾸며서 주민과 관광객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현대의 기호와 취향을 십분 고려한 경관 정비를 통해 오래된 미래의 모습으로 다시 부활시키겠다는 거다.
골목상권 살리기 사업은 근대역사문화거리와 백년가게, 노포 등을 연계한 ‘근대 미식(美食)로드’를 조성하면서 관광객을 유입한다는 구상을 기저에 깔고 있다. 사업의 면면을 소개하면 동네상권 거버넌스 구축과 상인 대상 교육 및 맞춤형 컨설팅, 지역의 역사·문화를 스토리텔링 콘텐츠로 개발하고, ‘근대 미식로드’ 관광 상품화, 5개년 중장기 계획의 수립으로 이어진다. 이 사업의 특색은 지역 상권 문제를 당해 지역 주민과 상인이 주도적으로 발굴, 해결하는 참여형 모델에 있다.
두 사업을 비교하자면 전자가 하드웨어 정비에 중점을 두는 반면, 골목상권 살리기는 소프트웨어 지향적이다. 다만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이번 사업 선정을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론 사업의 가치를 하향 평가하기도 한다. 경제적 효과를 겨냥하는 사업은 특성상 교량의 설치나 도로 포장같은 단순한 사업과는 차원부터 다르다. 고도의 전략과 지표에 대한 세심한 분석은 당연하고 소위 넘사벽의 콘텐츠까지 함께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우리는 근래의 근대역사문화거리 조성 사업(역시 원도심에서 시행) 사례를 통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가 있다. 역사문화거리 사업은 외형상으론 적어도 성공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중앙정부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다른 지자체들은 앞을 다투어 영주의 사업 현장을 벤치마킹해 갔다. 세간의 입소문도 더해져 영주의 거리를 둘러보기 위해 한동안 서울 경기도의 주민들이 주말 열차에 몸을 싣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런 기쁨의 시간은 길지 않았고, 이런 현상이 지역 살림살이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도 회의적이다. 영주의 시민 어느 누구도 그 사업이 경제적 측면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하는 이는 드물다. 그것은 현재의 원도심 상황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작금의 원도심은 초저녁이면 인적이 끊기고 마치 서양영화 속의 슬럼가처럼 변해버린다.
일이라는 게 한두 번 정도 그르치면 실수라고 이해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세 번 정도가 반복되면 무언가 의심쩍게 여기고, 그 이상이 되면 일의 주체측를 무능하다 간주할 개연성이 큰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그러므로 이번 사업만큼은 모쪼록 성과를 내어 주기를 바라는 시민의 마음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이와는 별도로 이번 공모사업 선정 과정에서 보여준 관계 공무원들의 노고는 제대로 평가되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