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 시장권한대행 체제가 한 달을 맞았다. 어떤 경우에도 공백 없는 시정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이 시장권한대행이 처음 밝힌 일성이었음을 시민들은 기억한다. 그리고 그 일성처럼 지금까지는 잘 작동되고 있다는 게 일반적 시민들의 평가이다.
행정의 답은 역시 탁상이 아니라 현장에 있는지도 모른다. 권한대행의 지난 한 달은 숨가쁜 일정이었다. 역세권 주차타워를 비롯해서 뉴빌리지 사업, 더이음 어울림센터 건립, 인구활력센터, 상망동 우리 동네 살리기 사업, 농기계 임대사업 거점센터 신축, 지역활력타운 대상지 등 주요 사업장을 둘러보며 사업의 문제와 애로사항을 점검했다.
공정의 차질 없는 추진은 물론이고 공사로 인한 시민 불편 최소화를 당부하기도 했다. 특히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산불 재난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인 만큼 산불 예방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적극적 활동 때문인지 올해만큼은 우리 고장에서 산불은 남의 얘기다. 또한 당초 우려와는 달리 박 시장 시절에 흘러나왔던 여러 가지 소소한 잡음 따위가 없어 오히려 좋다는 농담반 진담반의 목소리도 있다.
물론 한 달여 기간은 짧은 시간이다. 그리고 시험대에 오르지 않은 문제도 남아 있다. 시의회와의 관계 정립이다. 시장권한대행은 선출직 시장과는 달리 아무래도 정무적인 사안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다시말해 행여 시의회가 길들이기 차원에서 혹은 민의를 내세워 무리한 제안(요구)을 해 오더라도 이를 적정하게 대응하기가 껄끄러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집행부가 의회에 일방적으로 휘둘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1월 반쪽짜리로 전락해버린 시장의 민생탐방은 비근한 예가 될 것이다. 상황은 영주시와 다르지만 (대통령 탄핵 이후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는) 현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국회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괴감과 데자뷰déjà-vu를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시 조직의 안정화도 (기우杞憂 같지만) 신경을 써야 할 지점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직원의 일탈과 같은 기강해이 문제는 문제없음으로 보인다. 다만 방심은 금물이다. 조직은 생물이므로. 그리고 그 근간의 8할이 인사라고도 하지 않는가.
예컨대 직원들은 인사(승진과 전보)를 통해 자신들의 일을 평가받는다. 그리고 거기에 늘 따라붙는 게 공정성에 관한 시비이다. 공정성이 의심받게 되면 조직에 균열이 생기고 이는 행정서비스의 저하로 이어져 그 피해는 시민의 몫이 될 것이다. 특히 금년 6월의 대선은 직원들의 심리적 동요를 가져올 수가 있다.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방편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권한대행 체제는 현상 유지만 해도 낙제점을 받지 않는다는 말은 옛 얘기다.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게 있다. 책임은 권한의 크기에 비례한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시장권한대행 자리는 그 영예만큼이나 일은 늘어나고 어깨는 무거워질 것이다. 시민들도 이런 사정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기에 시민들이 이재훈 시장권한대행에게 바라는 바는 정치적 수완이 아니라 행정전문가로서의 역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