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눈이 있는 사람은 보았을 것이고, 귀가 있는 사람들은 들었을 것이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있었다. 물론 헌재의 판결을 받아들이는 관점은 시민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겐 희극이었고, 다른 누군가에겐 비극일 수도 있겠다.
비극이라는 수식은 특히 현 여권층에 대한 맹목적 지지자들에게 해당할 것이고, 그들의 불만이 적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그리고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는 것이야말로 참다운 민주 시민의 도리이다.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지만 잘못이 있다면 우리 손으로 끌어내리는 게 민주주의이다. 만일 이걸 부정한다면 우리가 만든 시스템을 통째로 부인하는 꼴이 될 것이다.
지난 금요일 (13일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대통령의 파면조차 먼나라의 얘기처럼 여기는 생업에 쫒기는 서민들도 있다. 역시 같은 시민이며 이웃인 영주 농업인들의 한숨 말이다. 대체 무슨 얘기인 줄 모르겠다고?
어느날 갑자기 농업인에게 지원하던 보조금 한 토막이 사라졌다는 소식이다. 설상가상으로 금년엔 비료값마저 대폭 올랐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인상폭은 저마다 다르지만 22년 기준 가격으로 많게는 최대 3배까지 오른 품목도 있다. 그런데 비료 판매처인 농협 관계자에 의하면 정부의 지원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다고 한다. 속된 말로 ‘국물도 없다’이다.
그동안 중앙정부와 농협에서는 무기질비료의 가격 인상분에 대해 정부 50%(1,550원), 농협 30%(1,000원)을 각각 지원한 바 있다. 문제는 그렇게 지원액을 합산해 보았자 정부가 부담하는 지원 총액은 1천억 원(23년 기준) 규모이다. 국가 총예산(656조원)에서 보면 소위 껌값에 가깝다. 교량 하나만 덜 놓아도 만들 수 있는 금액이다. 그런데 올해 정부 예산서에는 그 푼돈을 넣을 수 있는 여백이 없었나 보다. 정부에 돈이 말랐기 때문일까? 아니면 정부 예산안을 국회가 보이콧이라도 한 것일까?
한 가지 더 짚어보자. 비료 판매와 관련한 의문점도 있다.
비료 가격에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농협이 공급과 판매까지 독점하면서, 가격 인상분에 대한 일정 보조금을 준다는 사실 말이다. 이거 왠지 이상한 구조가 아닌가. 일종의 생색내기 같기도 하고, 또한 한 손으론 비료를 팔아 수익을 내고, 다른 한 손으로는 선심(보조금 지원)을 쓰는 이중적 플레이로도 생각될 수 있다. 그럴바에야 차라리 가격 인상율을 낮추는 게 더 온당하지 않았을까? 이 판단은 현명한 본지의 독자들에게 미뤄야겠다.
이런 상황속에서 사회적 약자인 영주의 농업인은 하소연할 데가 없다. 대통령과 시장은 자리에서 쫓겨나고, 자신들을 대변해야 할 지역구 국회의원은 어디서 무얼하는지 시민들도 모른다. 이게 2002년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들이 목청이 터지도록 외쳤던 대한민국, 그 나라의 소도시 영주 농업인이 겪는 현주소이다. (이럴 때는 우리 국회의원이 좀 나서서 다른 지역 의원들과 힘을 규합하고 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