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남 (작가)

최근 뉴스의 첫머리는 ‘산불’이었다. 3월 22일 의성에서 발화되어 강풍을 타고 안동·청송·영양·영덕까지 불이 크게 번졌다. 이 지역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 됐다. 전국 동시 다발성으로 일어난 이번 산불은 최악의 재앙으로 연일 기록을 경신했다. 안전 안내 문자가 울릴 때마다 가슴도 함께 타들어 갔다. 차라리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이었으면 하는 현실 부정의 마음도 컸다. 그러면서 이번처럼 비를 애타게 기다린 적도 없는 것 같다. 원인은 대부분 부주의와 영농부산물 불법 소각 등으로 알려졌다.

봄이면 강조되는 캠페인, 그러나 해마다 반복되는 화마의 굴레. 논·밭두렁 태우기 쓰레기 소각 등, 화재를 유발할 수 있는 행위는 절대 금지해야 한다. 건조한 날씨에 작은 불씨 하나가 불지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불에는 ‘마음’이 없다. 제발 안일한 생각은 집어치우자.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뿐이다. 전국이 불바다로 난리인데 불법 소각이 여전하다. 이러니 최초 발화자에게 법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제는 훈련을 해서라도 전 국민이 산불예방의 주체가 돼야 한다.

인명피해가 가장 많았던 영덕에서, 홀로 사는 아주머니의 화마로부터 탈출기는 눈물겹다. 연기로 앞이 잘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홀로 기다시피 하여 냇가를 따라 1시간 이상을 이동하여 가족과 무사히 상봉했다고 한다. 호흡이 어려워서 얼굴을 물에 담그며 사투를 벌였을 그 시간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공포스러웠을까 감히 짐작도 안 된다.

그런가 하면 청송 군청 직원이 트렁크에까지 사람을 태워 주민 일곱 명과 불길을 뚫고 필사의 탈출을 했다는 기적 같은 이야기는 가슴이 뭉클하다. 불안해하는 어르신들을 안심시키며 운전대를 놓지 않은 집념으로 고귀한 생명을 살린 영웅이다. 화염이 번지는 와중에 ‘어느 방향이 안전하고, 어느 방향이 위험한지’ 안내가 없었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산불은 인명피해뿐 아니라 산림과 국가 문화유산 손실, 지역의 기업과 생산 공장의 피해로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을 입혔다. 절망의 늪으로 꺼져 들어가 희망의 동력을 잃게 하는 불지옥에 턱 없이 부족했던 많은 문제들에 가슴이 답답했다. 앞으로 인력과 장비 투입 등, 대응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여야 할 것이다.

산불, 한번 발생하면 끄기도 어렵고 어디로 번질지 예측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작은 불씨를 빠르게 진화하는 것이 빠른 소방 대책이다. 며칠 동안 지속되는 ‘화마’와의 투쟁으로 잠과 식사도 제대로 못하면서 진화에 총력을 쏟은 소방대원들의 고군분투는 존경스럽고, 몸을 아끼지 않고 화마와 맞선 봉사자들의 마음도 귀하다. 이제는 피해 복구에 모두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전국을 집어삼킨 사상 최악의 산불 피해로 한순간에 수많은 이웃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이재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을 되찾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식을 앞두고 있다. 묘소를 돌보기 위해서 입산하는 발길이 많을 텐데, 더 이상 참혹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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