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아영- 시를 읽으면서 나를 되돌아본다는 뜻입니다

            빵

                          -이세룡

 

이것이 희망으로 보일 때

어리석은 사람들은

집을 담보로 잡히고서라도

끝까지 간직하려고 애쓰겠지요

 

또 이것이 불만으로 보일 때

똑똑한 사람들은

밤을 새우더라도

끝까지 씹으려고 덤비겠지요

 

그러나 이것이 밀가루 빵으로 보일 때

사람들은

제조한 날로부터 사흘이 경과 되면

대체로 상하기 쉽다는 걸 알게 됩니다

희망에 대해서도

불만에 대해서도 알게 됩니다

 

-물음을 견디다

빵의 핵심은 생명의 본질로만 맞닿아 있을까요?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할 때는 그것에 온전히 몰입해 전력으로 덤비게 됩니다. 그러나 먹는 것에 누그러지면, 조금 더 가치 있는 영역으로 올라서게 됩니다. 빵이 육체적인 양식에서 정신적인 양식으로 옮기는 순간이지요.

배부른 느긋함이 차오른 다음 만난 질문의 시간은, 어쩌면 귀한 첨가물을 넣은 철학을 빚어낼지도 모릅니다. 식탁에 놓인 관념의 빵 한 조각을 씹다 보면 희망이 부풀다가도, “끝까지 씹”어야 할 불만도 문득 삼키게 됩니다. “제조한 날로부터 사흘이 경과되”기 전에요.

제대로 물으며 사는 것 또한 인간답게 사는 한 가지 방법일 것 같습니다. 존 스튜어트 밀이 그랬다지요.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라고요. 선택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이 말이 내포한 의미는요, ‘조금 불편한 물음이 생기더라도 제대로 반문해보자’일 텐데요. ‘빵은 허기를 채우는 음식일 뿐이다’라고 확고하게 정해 놓고, 그저 맛있게 먹고 배부르면 됐지 웬 부스러기가 그렇게 많아? 하면 더 할 말이 없긴 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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