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시가 근래 선비세상, 선비촌, 한국선비문화수련원을 체험형 K-문화 관광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선비세상을 ‘K-문화 테마파크’, 선비촌을 ‘민속역사 테마파크’, 한국선비문화수련원을 ‘문화·교육 테마파크’로 설정하면서, 전통문화에 현대적 감각을 더한 콘텐츠로 관광객의 발길을 끌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표적 시장별 마케팅을 강화하고, MZ세대를 겨냥한 참여형 콘텐츠와 이벤트를 선보이며, 포토존과 야경 조성 등을 통해 ‘핫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시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 적자면, 관광객이 소비자가 아니라 직접 참여하는 ‘체험자’가 되는 구조다.

이번 선비 사업의 골자를 얼핏 보면, 시대의 흐름에 맞추려는 고민이 엿보인다. (시민들이 모두 알다시피) 선비세상의 개장이 불과 몇 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초 전략에 메스를 대고, 부분적으로나마 수정에 나선 것은 올바른 태도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특정 세대를 겨냥하고 표적별 마케팅을 강화하겠다는 점은 이제야 비로소 사업의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는 인상을 준다. 일관성의 측면에서 다소 굴욕적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사업 목적에 부합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전략이 아니라 상호라도 바꿔야 한다.

지금은 고인이 된 삼성 이건희 회장이 IMF 무렵, 삼성그룹의 혁신을 두고 했던 발언은 지금도 금과옥조처럼 회자된다. 그는 “처자식 빼고는 모두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행정과 기업의 가치는 다르다. 그러나 현대 행정은 어떤 면에서는 이 둘이 섞이기도 하고 호환도 가능하다. 지방소멸 시대를 맞아 대부분의 지자체가 상주인구뿐 아니라 유동인구라도 늘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시의 새로운 단위사업 면면이 말처럼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일부를 살펴보면, 야경과 포토존 조성, 체험 요소를 더한 한식 요리 교실과 한복 천 공예, 한복 대여소 같은 것들이다.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사업들이다. 그러나 외지인을 유인하는 데 실효성이 있다면 충분히 시도할 만하다.

특히 앞서 언급한 세 곳 선비 시설을 연결하는 ‘선비열차’ 운행은 괜찮은 아이디어다. 우스갯소리로 말하자면, 말을 타고 다닐 환경이 안 된다면 모노레일로 대신하는 것도 정취 면에서는 제법 어울린다.

기존 선비 시설들을 하나로 묶고, 테마별 공원으로 개량하는 작업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선비라는 정신적 가치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 가치가 영주시 내부에만 갇혀 있다면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비록 영주시가 변방의 작은 고장일지라도, 조선 500년 역사를 이끌어 온 정신적 밑거름이 된 선비의 고장임을 외부에 알리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어쨌거나 시장 권한대행이 올해를 선비세상과 선비촌, 한국선비문화수련원이 영주의 랜드마크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 야무진 포부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시민들의 응원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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